주간동아 873

2013.01.28

사전 규정 없으면 종업원에게 특허권

직무 관련 발명 특허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1-28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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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상 발명자가 회사가 아닌 자기 명의로 발명품을 특허출원했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27일 대법원 형사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15093)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회사 업무로 발명한 전자칠판 작동방법 등 5건에 대해 자기 이름으로 특허출원했다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A씨가 B사 부사장으로서 기술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회사에서 발명한 것을 회사 단독 명의로 출원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도 단독 명의로 특허출원해 이득을 취한 동시에 회사에 손해를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발명진흥법상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귀속하고, 사용자는 종업원이 특허를 받으면 그에 대해 통상실시권을 가질 뿐”이라며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계약 또는 근무 규정이 있거나 발명 완성 후 이를 승계시키는 계약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사용자가 아닌 종업원 이름으로 특허출원하더라도 이는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발명한 물건의 특허출원 비용을 B사가 부담하기는 했으나 이는 B사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불과해 그것만으로는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B사에 승계시키기로 한 묵시적 의사가 A씨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발명진흥법에서는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발명자인 종업원 등에게 귀속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종업원 등의 권리를 확보한다. 한편, 사용자 등은 직무발명 완성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종업원 등이 특허를 받으면 그에 대한 통상실시권을 가지도록 규정한다(제10조 제1항). 또한 직무발명의 경우, 종업원 등이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특허권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을 통해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하거나 사용자를 위해 전용실시권을 설정할 수는 있다(제10조 제3항). 다만 이 경우 종업원 등으로부터 직무발명 완성 사실에 대해 통지받은 사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발명에 대한 권리 승계 의사를 알리면 그때부터 발명에 대한 권리가 사용자에게 승계된 것으로 본다(제13조 제1~2항). 양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사용자에게 미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특허권을 승계하거나 사용자를 위해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약이나 근무규정이 없다면, 사용자가 종업원 등의 의사와 다르게 발명에 대한 권리 승계를 주장할 수 없다(제13조 제1항 단서). 또한 종업원 등이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또는 특허권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사용자에게 승계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5조 제1항). 법적으로 종업원 등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조문의 취지는 종업원 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되거나 묵시적으로 의사를 추인할 수 있는 명백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을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합의가 성립됐다고 섣불리 인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직무발명에 대한 종업원 개인 명의의 특허출원을 인정함으로써 발명을 장려하는 발명진흥법의 취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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