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3

2013.01.28

몸집 키웠다 줄였다 ‘10년 전쟁’

정통부 vs 산자부 IT 영역 놓고 라이벌 구도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3-01-28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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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집 키웠다 줄였다 ‘10년 전쟁’

    지식경제부 현판.

    차기 정부조직 개편 세부안을 발표한 1월 22일.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부위원장은 각 부처로 흩어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일원화하고, 지식경제부 소관의 우정사업본부까지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거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정통부·현 방송통신위원회)를 합친 공룡부처가 됐으며, 이명박(MB) 정부에서 공룡부처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식경제부(지경부·옛 산업자원부)는 그 기능이 분산됐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5년 전 부처 폐지라는 아픔을 맛봤던 정통부는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했고, 기능을 규합해 규모를 키웠던 지경부는 조직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15년 전 넘겨줬던 통상 기능을 되찾아온 것은 성과다.

    두 부처 간 연이은 알력다툼

    1994년 정통부를 설립한 이후 양 부처는 종종 갈등을 빚었다. 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산자부)와 정보기술(IT) 및 정보화 사업을 관할하는 정통부 간 영역 구분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열풍이 일고 IT산업이 급성장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서는 IT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두 부처 간 영역다툼이 본격화했다.

    영역다툼은 업무 중복으로 연결됐다. 2000년대 초반 정통부가 해외에 설치한 해외IT지원센터는 산자부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설립한 한국IT벤처센터와 기능이 같았다. 각종 인증 사업이나 지원 사업도 중복되기 일쑤였다. 기업들도 어느 부처에 맞춰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부처 간 알력다툼이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조직 개편과 업무 분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두 부처 간 대결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정통부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스타 최고경영자(CEO)인 진대제 장관, 산자부에는 재정경제부 출신의 정통관료인 윤진식 장관이 각각 임명됐다.

    당시 산자부에서는 기업 CEO 출신이 장관으로 임명된 정통부가 더 많은 업무를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예상대로 진대제 장관은 IT산업을 발전시키려면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IT839’ 전략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지능형 로봇,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텔레매틱스, 포스트PC 등 산자부가 담당하는 산업 분야와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포함됐다.

    IT839 전략이 발표되자 정통부와 산자부 간 분쟁이 더욱 격화됐다. 각 영역별로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지만, 당시 진 장관 논리가 먹혀들면서 많은 부분이 정통부 소관으로 정리됐다. 그 이후에도 각 사업을 두고 국지전이 계속됐다. 로봇 주무부처를 놓고 정통부는 국민로봇사업단을, 산자부는 로봇산업팀을 만들고 경쟁했다. 홈네트워크 산업 활성화를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으며, 홈네트워크 기기 인증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정통부 힘이 강해지는 가운데 또 한 번 변화 계기가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하고, 새롭게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통부와 산자부 관계가 다시 역전된 것. 업무 일부를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정통부 해체라는 파격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MB정부는 IT산업이 산업 전 분야에 보편화했기 때문에 각 부처에 IT 업무를 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통부를 해체했다. 정통부 기능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에 나눠 이관했다. 여기에는 기존 정권의 성과인 IT산업 발전을 평가절하하고 차별화하려는 속내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통부 해체를 주도한 사람도 주목된다.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정부조직 개편에 핵심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과거 산자부와 정통부 간 영역다툼에서 피해를 봤던 기억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MB정부에서 산자부는 산업과 무역, 투자, 에너지 등 고유 기능에 정통부로부터 IT산업 진흥 기능을 가져왔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까지 산하에 뒀다. 또 과학기술부로부터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정책과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가져왔고,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제자유구역기획과 지역특화기획 업무까지 모두 가져왔다. 이로써 산자부가 확대 개편된 지식경제부는 다른 정부부처로부터 공룡부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엔 정통부가 승자…일부 우려도

    몸집 키웠다 줄였다 ‘10년 전쟁’

    1월 15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차기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개편안 작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다시 5년이 흘렀고, 두 부처 간 경쟁 지형도가 또 바뀌었다. 박근혜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부처로 부상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1차관과 ICT를 담당하는 2차관 등 복수차관제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ICT를 담당하는 2차관 산하에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로 요약되는 ICT산업 가치 사슬 전반을 관할하는 기능을 집중했다. 비록 차관 소관이긴 하지만, 업무 측면에서 보면 정통부보다 더 커졌다. ICT 차관 산하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융합과 진흥,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화, 정보보안 및 정보문화 업무를 이관한다. 또 지경부 ICT 연구, 정보통신 산업 진흥, 소프트웨어 산업 업무를 넘겨받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콘텐츠와 방송광고 업무도 담당한다. 특히 지경부로 넘어갔던 우정사업본부까지 통신서비스와의 연계성을 감안해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키로 했다.

    지경부는 ICT 업무와 우정사업본부를 내줬지만, 외교통상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가져오면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변신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ICT 전담 차관 산하로 옛 정통부를 훨씬 능가하는 기능이 집중되면서 명실상부한 ICT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격이 다른 과학기술과 ICT를 한곳에 몰아놓은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과학기술은 장기적 성과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반면, ICT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발전과 시장상황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전문가들은 이질적인 두 부처를 합친 만큼 ‘융·복합에 대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MB정부에서도 교육과 과학이라는 이질적 성격의 부처를 합쳤으나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과학기술과 ICT를 아우르면서 조직 간 칸막이를 없애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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