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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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일해도 삶이 팍팍한 이유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1-21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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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라 일해도 삶이 팍팍한 이유

    김승식 지음/ 끌리는책/ 330쪽/ 1만5000원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 내세웠던 국정목표는 ‘공정사회’였다. 그런데 공정사회가 이뤄졌다고 말하는 국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는 ‘국민행복시대’다. 과연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30% 정도만 행복하고 나머지 70% 정도는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진정 국민행복시대를 추구한다면 많은 국민이 왜 불행한지 정확히 진단하고 그 토대 위에 국민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순리일 것이다.

    이 책은 선진국 문턱에 선 대한민국 행복지수가 왜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같은 경제후진국보다 낮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국민은 안에서 지지고 볶아도, 밖에서 보는 대한민국 경제 위상은 부러움 그 자체다. 대한민국은 2012년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 ‘20·50클럽’이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국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50여 년의 짧은 경제개발 역사를 감안한다면 경제적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제성장에도 한국인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 9년째 세계 최고 자살률과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은 살기 팍팍한 대한민국 서민의 현실을 대변한다. 한국인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삶의 질이 최악으로 내몰리는 직접적 이유는 경제개발 속도만큼 빠르게 계층 간 소득 격차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 불평등 국가가 됐다.

    “소득 불평등 구조는 생활 현장뿐 아니라 각종 경제지표 의미도 무력화시킨다. 대표적으로 거시경제지표의 평균 함정을 초래한다. 1인당 GDP, 가계소득 평균, 그리고 실업률 같은 각종 통계지표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평균 기준은 정책 당국자의 시선과 경제정책을 왜곡한다. 따라서 재벌 같은 소수 특권계층에 정책이 집중되어 다수 국민의 소외를 낳는다. 외형적 경제지표와 다수 국민의 경제적 삶이 따로 노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유리지갑’인 대다수 근로자는 주머니가 항상 빠듯하다. 근로소득도 상위 계층이 독식해 남들만큼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상위 10%의 근로소득 총액은 136조 원으로, 전체 근로임금 총소득의 33.9%를 차지한다. 상위 10%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965만 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가 받는 평균 연봉의 3.4배나 된다. 여기에 성장과실이 기업에 쏠리면서 개인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아지면 당연히 노동자 삶은 피폐해진다. 그리고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층에게서 삶의 희망을 빼앗는다. 많은 한국인의 불행이 노동시장의 극심한 불안정 구조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국가 경제의 양적 확대에도 그 성과물이 왜 국민에게 공정하게 나누어지지 않는지 그 원인을 찾아나선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오히려 1만 달러 시대보다 다수 국민의 경제적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그렇게 만들고 있는 우리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성공한 국가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도 다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제 겉모습과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제생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숫자놀음의 통계와 먹고사는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정한 룰’을 만들고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경제발전과 상관없이 불행한 국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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