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긴장의 센카쿠 열도 무력 충돌 방아쇠 당기나

중·일 일촉즉발에 미국 군사 개입 가능성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3-01-14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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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의 센카쿠 열도 무력 충돌 방아쇠 당기나

    미국 항모와 일본 경항모가 동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 및 공중에서 중국과 일본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1월 1일 오전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 국가해양국 소속 해양감시선 51호 승무원들이 새해 첫날 행사로 오성홍기 게양식을 갖고 영토와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우리나라 해안경찰청) 소속 경비함들도 센카쿠 열도 인근 해상에서 초계항해를 하면서 중국 해양감시선의 동태를 지켜봤다. 1월 5일엔 중국 국가해양국 소속 Y-12 프로펠러 항공기가 센카쿠 열도 인근 상공을 순찰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즉각 F-1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중국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해양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센카쿠 열도 순찰을 나서는 등 일본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하려는 행동을 계속해왔다. 중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전투기 발진에 맞서 전투기 투입 방침도 시사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고 공군 제26사단 조기경보기 부대를 3개 특수임무기 여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중국 정부는 또 시진핑 총서기를 단장으로 하는 ‘댜오위다오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TF에는 군사, 정보, 외교, 해양감시 등 정부 각 부처가 참여하며, 센카쿠 열도 실효지배를 목표로 한 단계별 전략을 추진한다.

    중·일 날이 갈수록 전력 증강

    일본 정부도 센카쿠 열도를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밝히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신년사에서 센카쿠 열도에 중국 항공기와 해양감시선이 계속 접근하는 것과 관련해 “국민 생명과 재산, 영토와 영해, 영공을 단호히 지키기 위해 경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방위성, 해상보안청 간부들을 관저로 불러 센카쿠 열도에 대한 경계감시 강화와 전투기 및 경비함 운용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을 담당하는 제11관구 해상보안본부에 경비함을 증강 배치해 센카쿠 전담부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15년까지 1000t급 최신예 경비함 10척을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올여름까지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 항공자위대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통합방위전략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통합방위전략에는 중국의 센카쿠 열도 침공에 대비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양국이 센카쿠 열도 해역에 전력을 증강 배치할수록 우발적인 충돌로 인한 무력 대결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은 ‘국제형세 황서-세계정치와 안전보고(2013)’(황서)에서 댜오위다오 갈등이 고조돼 중국과 일본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황서는 일본 정부가 댜오위다오에 인원을 상주하거나 자위대의 댜오위다오 방어 병력을 대폭 확충하는 등 갈등을 고조시키는 빌미를 제공할 경우, 중·일 관계와 동북아 안정은 엄중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도 ‘중국안전전략보고서’에서 인민해방군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해양권익을 확보하려고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총서기나 아베 총리 모두 민족주의를 앞세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시 총서기는 중화민족 부흥을 외치면서 군사력 강화를 주창한다. 그는 해양 영토 확장을 중화민족 부흥 수단의 하나로 본다. 아베 총리도 “일본을 되찾자”며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국방예산을 늘려 군사력을 강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더는 외교적으로 대화할 여지가 없다”면서 “일본에 필요한 것은 물리적 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이클 오슬린 미국 기업연구소 연구원은 “시진핑과 아베 모두 확고한 민족주의자”라면서 “양국의 영토분쟁 과정에서 우연한 사고가 전면전은 아닐지라도 실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1949년부터 주변국들과 23건의 영토분쟁을 겪으면서 6차례 무력을 동원했다. 몽골, 네팔 등 군사력이 약한 국가와는 무력 사용을 피했지만 인도, 러시아, 베트남, 대만 등 군사력을 일정 수준 보유한 국가들과의 갈등에선 무력 사용을 서슴지 않았다. 테일러 프레이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중국은 센카쿠처럼 전략·군사·경제적 가치가 큰 섬의 영유권 분쟁에는 무력으로 대응해왔다”고 지적했다. 중·일 양국 모두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승리하면 다른 영토분쟁에서도 이길 공산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美 “중·일 영토분쟁엔 개입 안 해”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에서 무력 충돌한다면 미국은 군사 개입에 나설 것인가.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체결한 안전보장(안보)조약에 따라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군사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일 안보조약 제5조는 “미·일 양국은 일본 행정권 아래 있는 영토에서 미국 또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자국의 헌법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동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한다”고 규정한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가 자국 행정권 하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이 군사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은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임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재차 다짐받았다. 미국이 영토분쟁이라는 이유로 실제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센카쿠 열도 분쟁에 군사적으로 끌어들이려고 총력을 기울인다. 아베 총리는 가까운 시일 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센카쿠 열도에 대한 미국의 일본 지지 의사를 확인하고, 자위대 해외 파병을 상시화하기 위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 해외 파병을 확대함으로써 재정난으로 군비 삭감에 직면한 오바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면, 미군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좀 더 확보해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미국 정부의 공식 의견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긴 하지만, 중·일 간 영토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971년 오키나와 반환 조약에 따라 센카쿠 열도를 이양할 때 일본의 ‘주권(sovereignty)’이 아닌 ‘행정권(administration)’만 인정했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주권 주장에는 ‘중립적’이지만, 센카쿠 열도를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에는 포함시킨다.

    문제는 영토분쟁이 주권을 놓고 다투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이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국지전을 벌일 경우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왕한링 사회과학원 국제해양법 및 분쟁연구소 주임은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 당시 미국은 영국의 가장 친밀한 우방이었지만 군사 정보 제공 및 물질적 지원만 했다”면서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를 놓고 전쟁을 벌일 경우, 일본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우징팡 국방대학 위기관리센터 교수도 “미국은 화중취률(火中取栗)하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중취률이란 남 꾐에 넘어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속에서 밤을 줍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시 총서기도 지난해 9월 당시 국가부주석으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 댜오위다오 분쟁에 개입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일각에서도 군사 개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시각에서 볼 때 센카쿠 열도는 분쟁지역”이라면서 “미국이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실제로 군사력을 가동하려 한다기보다 중국의 더 과격한 행동을 억제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1997년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대상임을 처음으로 분명하면서도 확실하게 밝힌 고위급 인사다.

    긴장의 센카쿠 열도 무력 충돌 방아쇠 당기나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훈련 모습.

    하지만 미국 의회를 비롯해 군부와 안보 전문가들은 센카쿠 열도에서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본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21일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센카쿠 열도에 대해 “미국은 센카쿠 열도의 궁극적 주권에 대해서는 특정한 태도를 취하지 않지만, 일본의 행정관할권을 인정한다”면서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이 법안에 서명했다. 집권 2기에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인 만큼 일본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력 충돌로 불균형 해소한 역사

    미국이 중·일 간 센카쿠 열도 분쟁에 군사 개입할 경우, 자칫 미·중 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까지 가세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중국은 일본의 도발을 미국이 억제해주리라 예상하고 있고, 국내 정치 입지와 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서도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일본은 결국 미국이 도와주리라 기대하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의 군사강국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정치학자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BC 431~BC 404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 직전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저자인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새로운 힘이 부상하고 기존 세력이 이를 두려워할 때 항상 전쟁이 발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투키디데스의 덫(Thucydides’s trap)’이라고 부른다. 그리스 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국가는 스파르타였지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에 위협을 느꼈다. 아테네도 스파르타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결국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였고, 스파르타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오래지 않아 소멸했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국운 융성과 스파르타의 두려움이 전쟁 발발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긴장의 센카쿠 열도 무력 충돌 방아쇠 당기나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 전투기 2대가 초계비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느 한 세력의 빠른 부상은 반드시 주변국들과의 세력 균형을 흔들고, 무력 충돌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15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힘의 축이 이동했던 15번 가운데 11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 패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강국인 영국과 신흥 강국인 독일의 대결이다. 그 결과로 1914년과 39년 두 차례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2500년 전 역사가 새삼 언급되는 이유는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맞아 중국은 새로운 패권국가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아테네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중국은 당연히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낸다. 센카쿠 열도 분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투키디데스의 덫이 영토분쟁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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