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1

2013.01.14

택시법은 대중교통 역주행法

운송 효율 낮고 사회적 비용 유발… 합리적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sykho@snu.ac.kr

    입력2013-01-14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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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법은 대중교통 역주행法
    국회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택시법)을 예산 심의와 함께 통과시켰다. 어려운 택시업계 현실을 개선하고 택시 이용자의 안전 및 서비스 향상 등을 위해서는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인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재정과 국민 복리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을 전문가나 국민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대통령선거에서의 택시업계 표와 입소문 전파 능력을 의식해 택시노조를 포함한 택시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에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택시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수송분담률이 높고(도시별 5% 내외), 자가용이 없거나 급한 경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본 요건은 수송효율이 높고, 외부 편익을 유발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노선과 스케줄, 요금체계를 정해놓아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공공·公共) 교통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택시는 결코 대중교통이 될 수 없다.

    먼저 택시 수송효율을 나타내는 실차율(주행거리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경우 2011년 택시 1대당 하루 주행거리 434km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한 거리는 257km로 59% 수준이다. 운행시간 기준으로는 실차율 41%를 나타낸다. 적어도 서울 택시 2대 가운데 1대는 빈차로 운행하면서 약 6%의 택시 수송분담률을 위해 12%에 해당하는 자가용 교통량만큼을 유발해 자가용에 비해 효율이 절반인 교통수단이다. 또한 택시 주행거리는 자가용의 10배 정도로, 서울 택시 7만5000대 가운데 운휴 택시를 제외한 6만 대가 자가용 60만 대의 교통량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교통혼잡 유발

    대중교통은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것은 물론, 낮은 교통사고율 같은 외부 편익을 지닌다. 요즘 대중교통 이용자 가운데 자가용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만일 이들이 모두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면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것이다.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 지원은 바로 이러한 외부 편익에서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택시는 교통혼잡 유발은 물론, 높은 교통사고율, 불친절, 승차 거부 등 외부 비용을 유발하는 측면이 많다.



    더욱이 이토록 운송 효율이 낮고 외부 편익보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교통정책을 펴는 나라는 없다. 정부도 그동안 이러한 택시 문제를 직시하고, 택시의 고유 기능인 비상시 교통수단, 교통 약자와 노령자, 관광객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전환하려고 일반택시와 고급택시 등으로 이원화하는 정책을 수차례 시도했다. 현재의 모범택시, 예전의 한시택시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택시는 자가용이 보편화하지 않았던 시절, 자가용을 대신하는 구실을 해왔다. 지금도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 자가용이 없거나 이용이 힘든 노령자와 교통 약자에게 이동권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진 대중적 교통수단이다. 사회적으로 종종 야기되는 일부 문제에도 택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교통수단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자가용 보급 확대,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 여기에 대리기사제도까지 등장해 택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우리나라 택시는 20만 대에서 25만 대로 증가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줄지 않고 되레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택시의 경우 무제한 양도 및 양수는 물론 상속까지 가능해 한 번 발급된 면허가 줄지 않는 구조다. 택시 수요는 줄어드는데 택시 대수는 줄지 않고 연료비 인상 등으로 운송원가는 증가하는 현 상태에서 수요에 맞게 공급을 조절하고 원가에 맞는 요금 수준을 책정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고 특정 이용자의 교통수단인 택시 원가와 요금 격차를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운송원가 보전이 불가능하게 요금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조건, 택시산업 침체 등의 문제를 택시 대중교통화로 풀려는 것은 잘못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수준으로는 택시업계의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일본 도쿄의 택시는 기본요금 약 8700원에 275m마다 1090원씩 추가요금을 부과한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비싼 요금 탓에 전철이나 버스의 대안으로 택시를 생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택시업계 적자 문제를 떠나, 국회의 택시 대중교통 인정 정책에는 세제지원 등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현재도 정부는 택시업계에 연간 7600억 원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원까지 합치면 1조 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연 2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추가 재정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재정지원 요구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것이다. 또한 택시의 70~80%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는 한 대 한 대가 개인사업자에 해당해 대중교통으로서 효율적 관리도 거의 불가능하다.

    택시, 운전자, 업계 등 사안별 정책을

    택시법은 대중교통 역주행法

    2012년 12월 26일 버스업계 시도지역 사업자 대표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택시운전자와 택시업계가 어렵다고 해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정치적 접근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자격 제한도 높지 않아 무한한 잠재수요를 지닌 택시운전자 노동시장의 특수성은 택시에 여러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그 혜택이 택시운전자보다는 택시업체로 돌아갈 개연성이 높다. 즉, 저렴한 임금의 거대한 택시운전자 노동시장이 잠재해 있는 한 각종 혜택이 택시운전자에게 돌아가기는 쉽지 않은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근본적 오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 택시운전자, 그리고 택시업계의 문제를 별개로 보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하루빨리 이 3개 분야에 대한 문제가 각기 다른 것임을 인식하고 사안별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택시운전자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낮은 임금 수준은 개선이 필요하다. 택시 운행 여건을 개선하려면 택시정차장 및 택시 대기 공간 확충 등 시설개선이 필요하고, 택시운전자의 자격 강화, 처우 개선, 별도의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제도적 접근도 요구된다.

    택시 문제는 우리나라 택시 기능을 현재처럼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준대중화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유리한지, 아니면 택시의 고유 기능으로 되돌릴 것인지, 예전에 실패한 정책이긴 하지만 다시 고급택시와 준대중교통화한 택시로 이원화하는 것이 좋은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를 기초로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택시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고유의 택시 기능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서 정부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보다 택시 감차(減車)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택시운전자의 처우 및 운행 여건을 개선해 점진적으로 택시 고유의 기능으로 정착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명 ‘택시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찬성할 만한 부분이 많은 대안으로 생각한다.

    선진국의 경우 대다수 정책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 의회가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의회 전문성과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올바르고 전문화된 정책 입법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택시법을 반대하는 글이 빗발친다. 택시법은 대다수 국민이기도 한 대중교통 이용자의 주장을 거스르고, 녹색성장과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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