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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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10세기부터 상업 발달한 지리적 요충지, 곳곳에 다문화 흔적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입력2013-01-07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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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브로츠와프의 명물 난쟁이 동상.

    브로츠와프는 폴란드 남서부 실레지아 지방에 있는 보석과도 같은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독일의 이름난 도시였으나 전후 폴란드 도시로 변했다. 지리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라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여러 나라가 쟁탈전을 벌였으며, 도시 이름도 점령한 나라에 따라 브로티슬라, 브레트슬라브, 프레슬라브, 브레슬라우, 브로츠와프 등으로 변했다.

    장엄한 건축물, 여러 개의 강과 많은 다리, 그리고 활기 넘치는 시민들을 볼 수 있는 브로츠와프는 전남 여수와 함께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을 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졌다. 현재 브로츠와프에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주재원 등 적지 않은 한국인이 산다.

    얼마 전 폴란드를 방문해 과거에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다. 카토비체, 오폴레, 크라쿠프 등과 더불어 브로츠와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도시였다. 오드라 강을 끼고 발달한 브로츠와프는 인구가 63만 명 정도로, 폴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10세기경부터 상업이 발달해 일찍 도시화됐지만 폴란드 땅에서 보헤미아 왕국의 영토로, 그리고 다시 프로이센 영토가 됐다가 1945년 조국 폴란드 품에 다시 안기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1. 도심을 가르지르는 오드라 강

    시청사와 난쟁이 동상이 명물

    브로츠와프는 철도와 도로 교통의 중심지이며 인구 10%가 학생인 대학 도시이기도 하다. 숙소를 정한 후 구(舊)시가지 중심인 중앙광장으로 갔다. 주변 건축물은 색채감이 화려한 중세시대 모습을 띠었다.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포화 속에서 사라지거나 파괴된 건물들을 전후에 복구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시청사다. 1290년 건축을 시작, 증축과 개축을 거듭해 250년 만에 완성한 이 건물은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을 지녔다. 다행히 제2차 세계대전 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시청사 건물 외벽은 이솝우화와 중세 술집 문화를 그로테스크하게 조각한 부조가 눈길을 끈다.



    66m에 달하는 시청사 탑은 1536년, 서쪽 중앙에 걸린 시계는 1580년 만들었다. 시청사 내부 일부는 브로츠와프 시립박물관으로 사용한다. 역사적 유물과 브로츠와프 출신 화가들의 그림, 보석 공예품, 무기 등을 전시해 놓았다. 시청사 앞에서는 18세기까지 범죄자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했다고 한다. 광장의 남서쪽 모서리로 빠져나오면 예전에는 매우 값진 상품이던 소금을 거래한 소금광장이 나오는데, 지금은 꽃시장으로 바뀌었다.

    난쟁이 동상은 브로츠와프의 명물이다. 50cm 정도 크기의 청동으로 만든 난쟁이 동상 160개가 구시가지 곳곳에 자리해 흥미롭다. 원래 5개였는데 인기가 워낙 좋아 한두 개씩 늘리다 보니 지금은 160개나 됐다고 한다. 난쟁이 동상들은 땅바닥에 서 있기도 하고, 건물 외벽에 붙어 있기도 하며, 가로등에 매달려 있는 등 뜬금없이 아무 곳에나 자리한다. 시내 도처에 있는 난쟁이 동상들의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하면 난쟁이 동상의 익살스러운 모습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카메라를 들이대게 된다. 폴란드 전설에서는 난쟁이 요정들이 사람과 가까이 살면서 농사짓는 것을 돕거나 나쁜 사람을 물리쳐주는 등 고마운 존재로 등장한다.

    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2. 오드라 강 다리에서 만난 신혼부부. 3. 아름다운 중세풍 건물이 즐비한 구시가지.

    중앙광장에 있는 성 엘리자베스 교회는 높이가 91m나 되는, 구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원래 128m 높이의 개신교 교회였으나 1529년 폭풍에 탑이 무너져버렸다. 이 일에 대해 당시 구교도였던 주민 대부분은 개신교도가 벌을 받은 것이라고 여긴 반면 개신교도 쪽에서는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어 기적이라며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고 한다.

    브로츠와프는 그리 큰 도시가 아니라서 하루 정도면 볼 만한 곳을 대부분 다 둘러볼 수 있다. 볼거리는 구시가지에 몰렸지만, 세례요한의 교회에 가려면 걷거나 차편으로 오드라 강을 건너야 한다. 가는 길에 공원이나 다리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세례요한 교회는 브로츠와프에 처음 세운 고딕 양식 교회다. 1244년 시작해 15세기까지 건축을 계속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큰 피해를 입어 현재 내부에 있는 성물의 70%를 다른 교회에서 가져올 정도였다. 제단에 조각한 작품은 성모마리아가 잠든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제단 오른편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성 엘리자베스 예배당이 있는데, 단체관광객만 입장할 수 있다. 55m 높이의 교회 종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예배당 왼편에 있다. 종탑에 올라가 바라보는 시내 전경이 일품이다.

    세계문화유산인 백주년관

    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4. 백주년관 내부의 화려한 모습.

    백주년관은 2006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역사적 건축물이다. 브로츠와프가 독일제국의 일부였던 1911~13년 독일 건축가 막스 베르크(1870~1947)가 설계했다. 건축물 형태는 대칭적인 사엽형(四葉形)이며, 중앙에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원형 공간이 있다. 23m 높이의 둥근 지붕 표면은 강철과 유리로 장식했다. 백주년관은 현대 건축기술의 선구적 작품으로, 나중에 콘크리트 건축물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주년관은 1813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가 나폴레옹에 대한 항전을 호소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리려고 세운 건축물이다. 당시 브로츠와프는 독일의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였고, 19세기 후반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략적 위치에 있었으며, 다문화 소통의 주요 중심지이기도 했다. 1910년 브로츠와프 시의회는 100주년을 기념할 박람회장을 150ha 규모의 복합 건축 단지 안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 건축 단지 안에는 슈치트니츠키 공원과 1864~1865년 지은 시립 동물원도 있어서,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즐겨 찾았다. 1913년 5월 빌헬름 황태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백주년관 박람회에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인원인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들었다.

    중세 느낌 물씬 동유럽의 진주

    5. 구시가지의 유서 깊은 시청사 건물. 6.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백주년관 건물. 7. 고딕 양식의 세레요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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