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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 시대 02

안팎의 분열과 갈등 치유의 손길 시급

경제 회생·정치 개혁 등 숱한 난제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팎의 분열과 갈등 치유의 손길 시급

안팎의 분열과 갈등 치유의 손길 시급

2008년 12월 2일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오른쪽) 등 북한에 전단을 보내려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진보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대선)는 대형 네거티브가 없는 대신 작은 네거티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이런 특징은 큰 대립적 이슈가 없거나 확실한 어젠다가 없을 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유권자들은 이슈나 어젠다에 대한 기억은 없고, 단지 네거티브만 생각났을 것이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최초로 영향력을 미친 대선이라는 점이다. SNS는 본래 가까운 지인끼리 자신의 현재 감정상태나 소소한 일상을 즉각 주고받으려고 탄생했지만, 중동 민주화를 이끌었던 이른바 ‘재스민 혁명’을 통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이 널리 알려졌다.

‘사회적 균열’을 확인한 대선

언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국가에서는 SNS가 중동 국가만큼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140자 한도 내에서 정확한 정치적 정보를 전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SNS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카더라 통신’의 저질 버전인 네거티브가 대선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SNS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젊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정치적 관점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는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 증명됐다.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갈등 형태가 구체화됐으니 이번 대선은 가히 다양한 ‘사회적 균열’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균열이 더욱 심화했음을 보여줬다. 막판에 양 후보 지지자들이 보인 행태는 가히 우리가 양분화된 사회에 살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지금 상황만 봐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차원의 양분화에 둘러싸여 굴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2013년에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2013년에는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인데, 이 역시 또 다른 종류의 사회적 균열구조를 더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은 다양한 사회적 균열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균열의 심화를 대비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사회적 양분화, 그리고 경제적 양극화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양분화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양 후보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극복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균열구조가 세대와 지역이 혼재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이런 균열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경제가 악화하면 상대에 대한 증오와 세대 간 이익 대립이 더욱 심화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결국 경제를 회생시키거나 복지를 증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 회생은 정말 쉽지 않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또 다른 방향의 해법이 있기는 하다. 물론 직접적인 해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점차적이고 점진적인, 그렇지만 궁극적인 해법이 있다. 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정말 엉망이다. 정당이 때로는 이익집단처럼 굴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너무나 적나라한 ‘생얼’을 보이며 권력 추구의 극단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갖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그 정책이 성공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한 예로,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대표적 슬로건이던 747공약에 속은 국민이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대해 좀처럼 신뢰하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정권에 대한 불신이었고, 4대강 문제가 그렇게 시끄러웠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안팎의 분열과 갈등 치유의 손길 시급

2010년 12월 8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에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 급선무

따라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세우면 국민도 정권을 믿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역시 쉽지는 않다.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이 필요하고,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일단 지금의 국회를 개혁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날로 분화하고. 그래서 제도권 안에서 이익을 반영하고자 하는 집단이 많아질수록 직능 대표성, 그러니까 비례대표 의원수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지역구 국회의원들 처지에선 용납할 수 없을 것이 빤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개혁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에는 확실하다.

정치 개혁과 관련해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이른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일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는 일인데, 단순히 총리에게 권력 일부를 이양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왜냐하면 총리의 임면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한 대통령이 아무리 자기 권력을 총리에게 나눠줘도 총리가 이를 소신껏 행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를 원한다면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이원집정부제 방향으로 개헌해야만 대통령 권력을 진짜로 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총리의 임면권을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행사한다면 총리는 분명 대통령 눈치를 덜 보면서 소신껏 자기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외치(外治)는 대통령, 내치(內治)는 총리라는 업무 분담도 위헌적 소지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했으니, 이런 방향으로의 개헌은 공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차기 대통령은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길이고 국민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렵더라도 반드시 지금의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868호 (p14~15)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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