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7

2012.12.17

불어라! PGA 코리안 돌풍

이동환·김시우 Q스쿨 통과… 11명의 코리안 브라더스 맹활약 예고

  • 주영로 스포츠동아 스포츠2부 기자 na1872@donga.com

    입력2012-12-17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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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환(25·CJ 오쇼핑)과 김시우(17·안양 신성고2)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에서 새 역사를 쓰며 당당히 PGA 입성에 성공했다. 이동환은 12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라퀸타 PGA 웨스트 골프장(스타디움·니클로스코스)에서 열린 Q스쿨에서 당당히 1위(25언더파) 407타로 통과했다. 아시아 출신 남자골퍼로선 최초 기록이다. 김시우는 최연소 통과라는 새 기록을 썼다. 12월 4일 기준으로 만17세 5개월 6일이 된 김시우는 20위(18언더파 414타)로 합격증을 받아 2001년 타이 트라이언(미국)이 갖고 있던 17세 6개월 1일 기록을 25일 단축했다. 이와 함께 재미교포 리처드 김(25)과 박세진(33·미국명 진 박)도 Q스쿨을 통과했다.

    코리안 영건 Q스쿨 새 역사

    이로써 내년 PGA 투어에서는 최경주(42·SK텔레콤)와 양용은(40·KB금융그룹)을 비롯해 위창수(40·테일러메이드), 배상문(26·캘러웨이),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 그리고 재미교포 존 허(22), 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 등 모두 11명의 코리안 브라더스가 활약하게 됐다.

    12월 3일 오전 8시.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 1번 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5라운드를 달려온 선수들은 마지막 6라운드에서 모든 걸 걸어야 했다. Q스쿨은 6라운드 108홀 경기를 펼쳐 상위 25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PGA 투어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이번 Q스쿨에는 3차례 예선을 거쳐 총 172명이 출전했다.

    이동환은 공동 9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세 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라온 이동환은 2퍼트로 마무리하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순식간에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앞서 경기를 시작한 김시우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30위권 밖에서 최종 6라운드를 시작한 김시우는 1번 홀 버디에 이어 5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단숨에 10위권으로 들어왔다. 합격 안정권이었다.

    불안한 출발을 보인 이동환은 2번 홀까지 숨을 고른 뒤 3번 홀부터 버디 행진을 시작했다. 3, 4, 5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샷 감각이 되살아난 이동환은 후반 본격적인 순위 끌어올리기를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 5개 홀은 압권이었다. 13번 홀까지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적어냈다. 순위는 5위권을 들락거렸다. 이 정도면 통과가 예상됐다.

    불어라! PGA 코리안 돌풍

    12월 4일(한국시간) PGA 투어 Q스쿨에서 이동환(왼쪽)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자연스레 관심은 1위 통과에 쏠렸다. 이동환은 14번 홀 버디로 다시 상승세에 시동을 건 뒤 16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리더보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남자골퍼로는 최초로 Q스쿨 수석 통과라는 새 기록을 쓴 순간이다.

    김시우도 큰 위기 없이 10~20위권을 유지하며 마지막 18번 홀에 도착했다. 공동 20위로 25위와는 2타 차 여유가 있었다. 김시우의 티샷은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긴장된 순간이었지만 두 번째 샷까지 그린에 안착시키면서 한숨 돌렸다. 2퍼트로 마무리한 김시우는 공동 20위로 PGA 투어 카드를 손에 넣었다. Q스쿨 최연소 통과라는 새 역사도 썼다.

    이동환은 주로 일본프로골프투어협회(JGTO)에서 활약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주니어 시절엔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경기고 1학년 때 한국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한 데 이어, 2학년 때인 2004년에는 일본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이자 한국 국적 선수로는 첫 우승이었다.

    Q스쿨 돌풍 빅 무대에서도 이어질까

    첫 우승은 일본 진출 2년 만에 터졌다. 2007년 미즈노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JGTO 최연소 우승(20세 2개월)이었다. 2007년 더 큰 무대에 도전하려고 PGA 투어 Q스쿨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풀 시드를 따지 못하고 컨디셔널 시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승승장구하던 이동환은 2008년 시즌을 끝내고 12월 공군으로 입대했다. 그리고 2011년 투어에 복귀했다. 2년 5개월간 공백이 있었지만 8월 복귀한 후 9월 도신 골프 토너먼트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신고를 했다. 기량을 인정받은 이동환은 올 7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 한국 대표로 선발돼 팀 우승에 기여했다. 5년 만에 두 번째 Q스쿨 도전에서 당당히 1위로 통과한 이동환은 내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에서 PGA 투어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6세 때 골프를 시작한 김시우는 어려서부터 ‘골프신동’ 소리를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실력이 남달랐다. 우승 트로피를 모조리 휩쓸고 다닌 탓에 동료들 사이에선 경계 대상 1호가 됐다. 중학생 시절에는 아예 적수가 없었다. 2학년 때는 8개 대회에 나가 우승 4회, 준우승 4회를 기록했다. 3학년 때부터는 프로 무대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2010년 육민관중 3학년 시절 프로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공동 6위를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날 최경주, 존 허와 함께 우승 경쟁을 펼쳐 골프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김시우는 국가대표가 됐다.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곧바로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올 10월에는 터키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사상 처음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김시우는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올 4월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와 5월 SK텔레콤 오픈 2012 등 굵직한 프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했다. SK텔레콤 오픈에서는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톱10에 들었다.

    이동환의 내년 목표는 신인왕이다. 2007년 일본에 이어 2013년 PGA 신인왕까지 거머쥘 경우, 한국 선수 최초로 양대 투어 신인왕에 오르게 된다. 그다음 목표는 2014년 마스터스 출전이다. 그는 12월 7일 귀국해 “첫 번째 목표는 상금순위 125위 내에 들어 그다음 시즌 출전권을 유지하는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우승이나 신인왕도 노리겠다. 이어 2014년에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출전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시우는 신구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타이거 우즈(미국)와의 맞대결을 기대했다. 12월 11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시우는 “나이 때문에 당장 PGA 투어에 나갈 수 없지만 빨리 출전 기회를 잡아 매킬로이, 우즈와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우즈와는 꼭 한 번 경기해보고 싶다”며 10대답게 당돌한 목표를 밝혔다.

    이동환, 김시우 몸값은

    PGA 입성과 동시에 러브콜 쏟아져


    스타에게는 당연히 돈이 따르게 마련이다. 내년 PGA 투어 입성에 성공한 이동환과 김시우에게도 대박이 기다린다. Q스쿨 1위로 통과한 이동환은 부수입도 짭짤하다. 먼저 1위로 통과하면서 상금 5만 달러를 받았다. 1월 CJ 오쇼핑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그는 Q스쿨 통과로 약 1억 원의 특별 보너스도 받게 된다. CJ 오쇼핑 관계자는 “계약 당시 PGA 투어 Q스쿨을 통과하면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꽤 큰돈”이라고 귀띔했다.

    내년 몸값 상승도 예약돼 있다. “계약 당시 일본에서 뛰고 있었는데, PGA 투어에 진출할 경우 계약금을 높여주겠다는 플러스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Q스쿨을 통과했기에 내년 시즌엔 계약금이 대폭 오르게 된다”는 게 관계자의 추가 설명이다.

    최연소 통과자 김시우에게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 한 관계자는 “김시우 선수 정도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만하다. 우리의 경우 Q스쿨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그를 영입하는 게 목표다. 계약금 등도 모두 확보해둔 상태다. 장래성이 밝은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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