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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미국에 간 ‘록왕’ 매운맛 보여주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미국에 간 ‘록왕’ 매운맛 보여주다

미국에 간 ‘록왕’ 매운맛 보여주다
최근 인디밴드의 ‘철학’과 음악, 공연 ‘과정’을 날것으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미국 투어기를 다룬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가 바로 그것.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한국 인디신(인디밴드가 활동하는 장소나 무대) 역사에서 하나의 물꼬를 담당한 팀이다. 2000년대 중반 인디신은 급격히 연성화됐다. 펑크, 하드코어 등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포크와 모던 록이 메꿨다. 어쿠스틱 성향의 음악, 사회문제보다 일상과 사랑을 노래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이 홍대 앞 카페들의 배경음악(BGM)으로 자리했다. 트렌드에서 한발 떨어진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을 새롭게 클럽으로 끌어들였다. 인디신 초기부터 이 흐름을 지켜본 뮤지션들은 말했다. “지루하다”고. 동(動)과 정(靜)의 균형이 깨지고 홍대 앞에 ‘정’만 남은 것이다. 혁신과 돌파 대신 안정과 멈춤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 지루한 시간의 빗장을 깨부순 팀이다. 2006년 데뷔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그들 이름이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특정 장르에 속하지 않은 원초적 음악과 기존에 볼 수 없던 고밀도 에너지가 담긴 공연이 말랑한 음악에 지루해진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에너지와 정체성이야말로 밴드의 덕목임을 음악과 공연으로 일깨운 것이다. 그들의 등장은 인디신의 르네상스라 부르는 2008년 빛났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검정치마로 이어지는 신진 스타급 밴드는 공공연히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이가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록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3월부터 한 달간 미국 투어를 했다. 지난해 한국 밴드의 미국 투어를 주관하는 프로젝트 ‘서울소닉’에 참가했던 게 계기였다. 록 본고장 미국과 캐나다를 돌면서 그들은 세상이 정말 넓다는 걸 알았고, 좁아터진 한국 무대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그동안 밴드 활동으로 번 돈을 털어 다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는 그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텍사스를 돌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90분 동안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조금 과장하면, 하늘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밴드가 존재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대다수 밴드는 투어를 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쌓는다. 다음 공연장을 향해 캠핑카로 수십 시간을 달리고, 십여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기 일쑤다. 제대로 된 라이브 클럽도 있지만 주정뱅이로 가득한 술집이 넘쳐 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미국 밴드들과 같은 방식으로 텍사스를 돌았다.

첫 공연에서 관객은 세 명이었다. 몇 명 되지 않은 관객 시선마저 무대 앞 로데오 말에 올라탄 미녀들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한국 록페스티벌에서 관객 수만 명을 상대로 공연할 때와 마찬가지로 혼신의 힘을 다해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타를 치다 말고 로데오 말 위에 올라타 기어이 시골 사람들을 상대로 광란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 불안과 초조, 강박 같은 건 없었다. 어디든 가겠다는 즐거운 결의, 어떤 무대에서든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밴드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을 만나고, 음악을 들려주는 일’이라는 태도가 있었을 뿐이다. 그 결의와 마음, 그리고 태도는 “종횡무진 프로토펑크 사이키델릭 록으로 확신에 찬 엄청난 연주를 들려줬다”는 뉴욕타임스 평대로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첫 공연은 단 세 명의 관객으로 시작했지만, 한 달 후엔 텍사스 전역에서 그들을 보려고 달려온 300명 앞에서 공연을 마무리했다. 투어 기간 중 그들의 공연을 보고 팬이 된 이들이었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며 다큐멘터리는 자연스럽게 말한다. 밴드란 친구들이 모여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아니냐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느니 현재의 욕망을 불태우자고. 멘토와 힐링이 남용되는 시대에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는 스스로 인생의 답을 찾길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유쾌한 메시지를 전한다. “희망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스스로 희망이 되고 싶었다.” 펑크의 아버지인 클래시 리드 보컬 조 스트러머가 남긴 명언 같은. 데뷔 이래 한 번도 현실 앞에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그 현실을 돌파해온 갤럭시 익스프레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주간동아 864호 (p66~66)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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