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4

2012.11.26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누군데?”

유권자 관심 낮아 지지율 분석 의미 없어… 대선 러닝메이트 노릇보다 ‘줄투표’ 예상

  • 허신열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입력2012-11-26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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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누군데?”

    보수 진영 단일후보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

    12월 19일에는 제18대 대통령선거(대선)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전국 26곳에서 재·보궐선거를 함께 치른다. 서울시교육감과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인천 중구, 광주 동구, 경북 경산시 등 3곳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한다. 광역의원 2명과 기초의원 19명도 함께 뽑는다.

    전문가들은 “통상 대형 선거와 함께 치르는 중소 규모 선거는 대형 선거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반대로 작은 선거가 대형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는 서울시교육감과 경남도지사가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다.

    11월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서울 거주 19세 이상 유권자 628명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지지율 조사를 실시했다. 보수 진영 단일후보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이 1위, 진보 진영 단일후보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단일후보’라는 거창한 이름에도 이들의 지지율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문 후보가 30.7%, 이 후보가 15.5%에 불과했던 것이다. 두 후보 지지율을 합해봐야 과반에 미달하는 46.2%다. 여기에 독자 출마를 준비 중인 이규석 후보(7.6%), 이상면 후보(3.6%), 이인규 후보(0.9%), 최명복 후보(0.1%) 지지율까지 모두 합해도 58.4%밖에 안 된다. 서울 유권자 10명 가운데 4명이 응답을 하지 않은 셈이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모노리서치 피창근 본부장조차 “부동층이 너무 많아 이 자료만으로는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지지율 측정도 못할 정도로 주요 후보 인지도가 바닥을 긴다는 이야기다.

    절반 정도가 부동층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대선이라는 ‘우산’ 아래 놓일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보수 진연 문용린 단일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다가 서울시교육감선거로 방향을 튼 경우다. 유권자들에게 ‘박근혜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당초 민주통합당과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던 진보 진영 이수호 단일후보도 11월 20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하며 공감대를 넓혔다. ‘법률적으로만’ 독자선거일 뿐 사실상 ‘러닝메이트’ 형식을 띤 셈이다.

    따라서 대선과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기호 1번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투표한 경우 보수 진영 문용린 단일후보를 찍을 확률이 높고, ‘진보-진보’ 같은 ‘줄투표’ 형식을 띨 수도 있다.

    피창근 본부장은 “서울 유권자들이 교육감에 대해 제 나름의 판단을 하겠지만 보통 투표 성향은 큰 선거부터 정하고 작은 선거는 거기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대선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대선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진보 성향의 곽노현 전 교육감이 범법행위를 저질러 재선거를 치르는 만큼 진보 진영 이수호 단일후보뿐 아니라 대선에 나선 야권 후보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후보가 상대적으로 진보 색깔이 짙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중도 확장’ 전략을 펴야 하는 야권 대선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문용린 vs 이수호 누가 웃나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지지율은 34.3%에 불과했다. 같은 날 치른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얻은 46.8%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이다. 보수 후보들의 난립 덕분에 당선하긴 했지만 최소한 교육 분야에서 진보색깔이 짙은 정책이 대다수 학부모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서울시교육감선거는 ‘부패 대 반부패’로 야권이 마이너스인데 여기에 강한 진보색깔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박근혜 후보 쪽에서 대선과 엮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서울시교육감선거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 이야기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곽노현 전 교육감과 민주당 사이에 간접적인 연결 통로가 여럿 존재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실제 가동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수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측과 불화를 겪었고, 이후 서먹서먹한 관계가 풀리긴 했지만 ‘눈빛만으로도 의중을 아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용린 후보와 새누리당의 관계 밀도는 훨씬 높다. 2010년 선거 학습효과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단일후보 논의를 진행했고, 새누리당 인사들도 문용린 단일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사고’를 칠 개연성이 적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보수 후보가 또 난립할 조짐이 있긴 하지만 보수 진영 내부의 단일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영향 자체가 미미하겠지만 워낙 박빙 승부가 벌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야권이 조금 불리하다”고 전망했다.

    경남도지사선거는 ‘낙동강 방어선’ 공방전

    홍준표 “박근혜 70% 득표가 목표” … 야권 단일화가 변수


    경남도지사선거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를 여당 후보로 확정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2010년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후보에게 일격을 당한 새누리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 도지사가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고,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야권에 불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마찬가지로 경남도지사선거가 대선에 미칠 영향도 야권에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이 김 도지사 사퇴를 ‘먹튀’라고 공격하고 나설 경우 마땅한 대응 논리를 찾기 어렵다. 제18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하며 “뼈를 묻겠다”고 했던 유시민 전 장관이 2년 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것과 함께 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경남도민이 야권이 부산경남을 이용만 한다고 인식할 경우 경남에서의 대선 운동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며 “얼마나 상처를 적게 입느냐의 문제”라고 전망했다.

    야권이 “부산 출신 대통령과 경남도지사가 같은 정당이어야 예산도 많이 딸 수 있다”는 논리로 방어 전략을 펴겠지만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당대 최고 이빨’을 자랑하는 홍준표 전 대표의 ‘개인기’에 대항할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야권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11월 22일 현재 야권에서는 민주통합당으로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공민배 경남도립 남해대학 총장, 김종길 창원진해지역위원장, 김영성 전 창신대 외래교수 등 4명, 그리고 이병하 통합진보당 도당위원장, 무소속 권영길 전 의원이 경쟁한다. 민주통합당과 권영길 전 의원은 11월 23~24일 진행하는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기로 합의했으나, 통합진보당 이병하 후보까지 단일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반면 일찌감치 홍준표 전 대표로 후보를 정한 새누리당은 불안한 가운데서도 ‘선전’을 다짐한다. 심상치 않은 부산 민심이 경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부산경남을 일종의 ‘낙동강 방어선’으로 인식한 것이다. 실제 홍 후보는 조금은 수세적인 ‘70% 이상 득표’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70%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얻었던 67.5%와 엇비슷하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관계자는 “수도권 격차를 최소화하면서 부산경남의 ‘몰표’로 대선에서 이겨왔던 새누리당의 기존 전략이 먹히려면 경남도지사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홍 후보가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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