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3

2012.11.19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미, 공해전 전략으로 중 군사력 팽창 강력 저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11-19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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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미국의 항모 전단과 전투기들이 서태평양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와이 섬에서 남서쪽으로 3200km 떨어진 곳에 로널드 레이건 탄도미사일방어(MD) 시험장이 있다. 콰절린 환초, 웨이크 섬, 아우르 환초 등과 바다로 이뤄진 190만km2 넓이의 공간이다. 미국은 그동안 자그마한 섬나라 마셜 제도로부터 이 지역을 임차해 각종 미사일 발사 및 요격 실험을 진행했다.

    10월 25일 미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MD 요격 실험을 실시했다. 미사일방어국(MDA)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등 5개 표적 가운데 4개를 요격해 명중률 8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상 요격용 미사일 스탠더드 3(SM-3)와 지상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어트 3(PAC-3), 전구 고고도지역 방어(THAAD) 시스템 성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MDA는 THAAD 미사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목표물을 요격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으며, PAC-3 미사일로는 해상을 저공비행하는 크루즈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거의 동시에 요격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처럼 사상 최대 규모의 MD 실험에 나선 이유는 중국이 탄도미사일은 물론, 크루즈미사일 등을 적극 개발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부터 적의 전략 무력화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아·태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고 공해전(空海戰)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해전 전략은 냉전시대 소련에 대응한 유럽의 방어전략인 공지전(空地戰)을 유추해 개발한 것이다. 공지전은 개전 초기 적 선봉의 공격을 방어하고, 후방에 포진한 주력부대를 격파하기 위해 육군과 공군이 긴밀한 통합작전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막강한 화력으로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반면, 공해전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부터 적의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군과 해군, 해병대를 동원해 신속하게 공격하는 전략이다.

    미국의 공해전 전략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A2/ AD) 전략에 대응하려고 나온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을 만들었다. 제1다오롄은 일본열도-난사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km 떨어졌다. 제2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의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야프 섬-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전략의 핵심 목표는 제1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전략을 뒷받침하려고 DF(東風)-21D라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DF-21D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다. 지상에서 발사해 항모를 타격할 수 있어 ‘항모 킬러’라고도 부른다. DF-21D는 기존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의 개량형으로, 사거리는 1500~2700km로 추정된다. DF-21D는 전쟁 전략을 바꿀 수 있는 무기라고까지 평가된다. 길이 10.7m, 직경 1.4m, 중량 14.7t인 DF-21D는 수직으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 올라갔다 마하 10의 속도로 항모를 향해 떨어진다. 자체 방어력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위력이다. 더욱이 탄두 여러 개를 한 번에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MIRV)라 MD체제로 막기가 어렵다.

    DF-21D는 1만8000km에 이르는 중국 전체 해안선과 제2다오롄까지 방어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DF-21D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 DF-21D는 미국의 아·태지역 군사력의 핵심인 항모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물론, 일본 본토에 자리한 미군기지, 심지어 괌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DF-21D에 맞설 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 1987년 12월 옛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협정(INF)에 따라 사거리 500~5500km인 지상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모두 폐기했기 때문이다. 항모를 위주로 한 미국의 아·태지역 전력이 DF-21D 앞에 속수무책이 된 셈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부 장관은 2010년 5월 재향군인회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모를 주체로 한 전략을 지속해왔으나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중국의 DF-21D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콰절린 환초의 한 섬에서 미국 전구 고고도지역 방어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공해전실(ASBO)을 신설하고, 중국의 A2/ AD 전략에 대응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월 5일 공해전 전략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국방전략 지침서를 발표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태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지침서는 중국을 염두에 둔 듯 “미국은 특정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그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현재 미국 국방부가 공해전 전략을 극비로 분류해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이 10월 미국이 새로운 군사 전략을 개발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의 군사 전문 싱크탱크 등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공해전 전략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공해전 전략 3단계 시나리오

    제1단계는 중국의 선제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MD를 가동하면서 주일미군 항공기를 괌과 티니언 섬으로 옮기고, 항모를 중국 탄도미사일 사거리 외곽으로 신속히 이동시킨다.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MD 요격 실험을 실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제2단계는 잠수함과 항모 함재기 등을 동원해 적 레이더망과 방공 시설, 탄도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고, 위성 무기를 동원해 우주전력을 격파함으로써 적의 목표 식별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F-22 스텔스 전투기와 B-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한 정밀 폭격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휘관제 시설을 파괴하는 한편 사이버 공격으로 통신 네트워크 기능을 마비시킨다. 해병대는 해·공군의 우위를 확보한 후 투입한다.

    제3단계는 모든 영역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고, 원거리 봉쇄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0%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점을 감안해 남중국해와 인도양 사이 길목에 기뢰를 부설하고 잠수함을 배치해 봉쇄작전을 벌인다. 이어 중국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는 등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미국 스텔스 무인공격기 X-47B가 이륙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예산 감축에도 공해전 전략에 맞는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고 적절한 작전 및 훈련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개발, 잠수함과 스텔스 전투기 합동 작전, 무인공격기 개발과 배치, 스텔스 구축함 개발, 중국 본토에 대한 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작전, 중국의 위성파괴무기 공격, 사이버전 등을 포함한다.

    2월 마이클 돈리 미국 공군 장관은 “차세대 폭격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2012 회계연도 국방예산에서 1억9700만 달러(2245억8000만 원)를 배정했으며, 향후 5년간 37억 달러(4조2180억 원) 투입도 확정한 상태다.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의 항속거리는 9200km, 임무 지속시간은 50~100시간, 무장 적재량은 6~12t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해군은 2015년까지 무인 공격기를 실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노스럽 그루먼이 개발 중인 X-47B라는 이름의 무인 공격기는 스텔스 기능과 공대공 미사일 및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갖추고 공중급유를 통해 나흘간 작전할 수 있다. 2700km까지 공격 가능하며 2월에 첫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미국 국방부는 현재 버지니아 주 뉴포트 뉴스항에서 공해전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항모 제럴드 포드호를 건조 중이다. 제럴드 포드호는 길이 333m, 비행갑판 너비 78m, 만재배수량 10만t이며, 원자로 2개를 통해 동력을 만들어 추진축 2개로 시속 30노트로 항해할 수 있다. 승조원은 4660명으로 니미츠급 5922명보다 적지만, 니미츠급(60대)보다 훨씬 많은 75대 이상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하루 160회 이함시킬 수 있는 전자식 사출기(EMALS)를 장착할 예정이다. 니미츠급은 캐터펄트로 하루 120회 이함시킬 수 있다.

    미 해군이 2015년 인도받을 예정인 이 항모에는 F-18E/F 전투기와 F-35C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고, 무인 공격기 X-47B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어 능력도 크게 향상시켰다. 듀얼밴드 레이더를 장착해 레이더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 운용한다. 이 레이더는 중국 DF-21D의 공격에 대비하려고 개발한 것이다. 미국은 전체 항모 11척 가운데 제럴드 포드호를 비롯한 6척을 아·태지역에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또 선제공격을 위해 줌월트급 차세대 스텔스 DDG-1000 구축함을 개발 중이다. 길이 183m, 폭 24.1m, 흘수 8.4m, 만재배수량 1만4000t인 이 구축함은 스텔스 기술 때문에 레이더에 나타나는 크기는 기존 구축함의 1/50에 지나지 않는다. 운용에 필요한 승무원 수도 150명으로 기존 구축함의 절반이다. 이 구축함은 대함, 대공 공격은 물론, 지상 목표물 타격도 가능하다. 적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국 해안까지 접근해 수백km 떨어진 내륙 목표물에 가공할 만한 정밀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를 보이면 이 구축함이 중국 본토 해안까지 접근해 미사일로 선제공격할 수 있다.

    美, 아·태지역 병력 분산 배치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중국 DF-21D 대함 탄도미사일 원형인 DF-21C 미사일.

    이 구축함엔 전자기장과 전류를 사용해 음속의 몇 배 속도로 발사체를 쏘는 전자자기 레이건을 장착한다. 155mm 함포 2문은 185km 표적을 오차 범위 내에서 타격할 수 있다. 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ESSM(함대공 미사일), SM-3 요격미사일,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ESSM, 잠수함 공격로켓 ASROC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이 구축함에 탑재할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해군 제독인 엘모 러셀 줌월트에서 이름을 따온 이 구축함의 최대 속도는 30노트(시속 55.5km), 순항속도는 20노트(시속 37km)다. 1척 건조 비용이 33억 달러(3조7000억 원)일 정도로 너무 비싼 게 흠이다. 미국 해군은 당초 32척을 원했지만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현재 3척만 건조 중이다. 미국 해군은 2014년부터 이 구축함을 태평양에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 기존 이지스함인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DDG-51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은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중간 단계에선 SM-3 요격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는 SM-2 요격미사일을 사용한다. 그런데 SM-3 요격미사일을 지원하는 이지스 레이더의 한계 때문에 충분한 요격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SM-2도 마하 10의 속력으로 하강하는 DF-21D를 확실하게 요격하기에는 성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 해군은 PAC-3 요격미사일을 해상형으로 개발해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航母·폭격기 미국이 적극 개발하는 까닭

    미국 차세대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의 개념도.

    미국은 공해전 전략에 따라 아·태지역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는 계획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4월에 호주 북부 다윈 외곽의 로버트슨 기지에 해병대를 파견했다. 2016년까지 해병 2500명을 6개월 순환근무 형태로 주둔시킬 계획이다. 로버트슨 기지는 DF-21D의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다. 호주 주둔 미군은 해병공지기동부대(Marine Air Ground Task Force·MAGTF)로, 해외로 신속하게 이동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이다. MAGTF는 해병대의 지상전투 전력과 항공전투 전력 및 병참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형태의 전투부대다.

    미국은 오키나와에 배치한 해병대 일부를 괌, 다윈, 하와이 등으로 분산 배치한다. 오키나와는 한반도와 동중국해 등 동북아지역, 괌은 서태평양 전체, 다윈 기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각각 담당한다. 해병대의 거점 분산은 유사시 공격을 당했을 때 일시에 괴멸되는 것을 막고, 동시 다발적으로 분쟁지역에 개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

    미국은 또 자치령인 북마리아나 제도 티니언 섬에도 해병대 병력을 주둔시킬 계획을 세워놓았다. 티니언 섬에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이 만든 활주로가 몇 개 있었는데, 1947년 이래 사용한 적이 없다. 미국은 또 필리핀 수비크만 해군기지, 베트남 캄라인만 해군기지,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 등에도 자국 함정을 기항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필리핀 및 베트남과 이에 대해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 섬 남쪽 지역에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최첨단 X-밴드 레이더를 추가 배치하기로 하는 등 MD체제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공해전 전략은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과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정책에 맞춘 새 군사전략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공해전 전략에 강력히 반발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이 공해전 전략을 추진하면, 중국도 반접근과 지역거부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1월 8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해양 권익을 단호히 수호하기 위해 해양 강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F-22와 F-35에 필적하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월 31일엔 랴오닝성 선양에서 스텔스 전투기 젠(殲·J)-31이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월 첫 스텔스 전투기 J-20의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하고, 시제기 3대를 생산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이 F-35를 항모에 탑재한 것처럼 J-31을 항모의 차세대 함재기로 개발 중이다. 중국은 스텔스 구축함과 무인 공격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 군사 전략으로 볼 때 앞으로 아·태지역에서의 패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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