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3

2012.11.19

도전하는 데 남의 눈이 무슨 상관?

중소기업으로 이직

  • 장혜선 커리어케어 상무

    입력2012-11-19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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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 제조기업 대표이사 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구매 부장 출신이다. 그가 대기업을 떠나 처음 이직한 곳은 외국계기업 한국지사였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다. 대기업에서 외국계기업으로, 특히 거래처로 이직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A씨가 국내 중견 제조기업으로 다시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탄탄한 외국계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던 그가 상대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중견 제조기업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A씨는 자기 꿈을 이룬 것이었다. A씨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기 역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없어 답답해했다. 그래서 대기업보다 근무 여건이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계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더 나아가 규모는 작지만 그 스스로 여러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데다 직접 실행도 해볼 수 있는 대표이사 제안을 기꺼이 수락한 것이다. A씨는 대기업 구매 부장으로 일하면서 쌓은 다양한 조직 관리 노하우와 넓은 업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금의 기업에서 훌륭하게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B씨는 미국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대기업에서 전자재료 핵심 연구원 부장으로 재직한 우수 여성 인재였다.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부장까지는 무난히 승진했다. 그러나 임원 승진을 기대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회사 내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고, 그 후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중견 제조사 연구소장 자리를 제안받았고, 여성이란 편견 없이 능력을 인정해주는 그 기업으로 이직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스러워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기존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으로 이직해 새 인생을 찾은 이도 있다. C씨는 공학 석사학위자로, 대기업 계열 반도체 회사에서 공정 엔지니어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중소기업 대표이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당연히 망설였지만 고민 끝에 규모는 작아도 대표이사가 제시한 비전과 대기업 엔지니어로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과감히 기술영업직으로 이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각종 지원 시스템이 부족한 편이지만, C씨는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 지원으로 학비만 1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MBA 과정을 마쳤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많은 주식을 양도받기로 하는 등 노후 대책까지 마련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많은 직장인이 과중한 업무 강도와 견고한 위계질서를 견디지 못해 이직을 결심한다. 그러나 막상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떠나야 할 때가 오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대기업에서 중견, 중소기업으로 옮길 때 특히 그렇다. 회사 규모가 작아지고, 브랜드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 각종 시스템이 대기업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 감수해야 할 불편사항도 많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커리어 목표는 확실한데도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험 없는 이직’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감수해야 새 둥지를 틀 수 있다. 남들에게 비치는 회사 규모나 면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역량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과감히 도전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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