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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재규어 XKR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올해로 회사 설립 90주년을 맞은 재규어가 자동차를 만들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불변의 가치는 ‘아름다움과 속도’다. 어떤 타입의 차라도 크기와 관계없이 재규어가 만들면 무조건 아름답고 잘 달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상 과제다. 유럽에선 우아하고 아름다운 고성능 차에 대해 ‘재규어니스’(Jaguarness·재규어스러움)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재규어는 그동안 차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수많은 역작을 만들어왔다. 그중에서 자동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는 E-Type(1961년 출시)은 지금까지도 자동차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교과서 같은 모델이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에 시속 240km/h로 질주하는 주행 성능까지 갖췄으니 당시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런 E-Type를 모태로 재규어의 여러 모델이 잇달아 탄생했고,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세단 XJ와 스포츠 세단 XF는 재규어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 재규어 20여 대 영암 서킷 질주

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11월 첫째 금요일. 전남 영암군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이하 영암 서킷)에는 한꺼번에 보기 힘든 재규어 역대 최강의 라인업 4종 20여 대가 트랙에 도열했다. 최신형 V8 5.0ℓ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 최고안전속도 300km/h를 자랑하는 XKR-S를 필두로 XKR, XJ, XF가 위용을 뽐낸 것. 모델명에 붙은 R는 레이싱(Racing 경주), S는 모터스포츠(Sports Car 경기)를 뜻한다. 재규어에 R와 S가 한두 개씩 더 붙었으니 그 성능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이날 행사는 국내 자동차전문기자들에게 재규어 스포츠카의 DNA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했으며, 영국 본사에서 레이싱 전문팀이 교관으로 파견됐다.

프로레이싱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영국 맨체스터 출신 로스 호크는 시범에 앞서 “전 세계 서킷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가장 좋아하는 3개 서킷 가운데 하나가 영암 서킷”이라며 추켜세운 뒤 “다른 서킷보다 재미있고 다이내믹하며 코스가 어렵게 설계돼 레이서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서킷”이라고 평가했다.

# 순식간에 200km/h 돌파

가장 먼저 시승한 차는 XKR 컨버터블로 5000cc V8 슈퍼차저 엔진에 ZF 6단 변속기를 물렸다.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3.8kg·m로 슈퍼카급 토크가 특징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8초 만에 도달하지만, 안전최고속도는 아쉽게도 250km/h에 제한을 걸어뒀다. 과감한 프런트 범퍼 디자인과 발광다이오드(LED) 테일램프, 크롬으로 마감한 매시그릴과 하부그릴이 클래식하면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출발신호와 함께 속도를 높여 서킷에 진입했다. 첫 번째 바퀴는 코스와 차량 특성을 익히려고 평균 130km/h로 느긋하게 달렸다. 서킷 5.62km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서킷 출발선의 짧은 곡선구간을 지났다. 이후 최고속도로 달리는 1.2km 직선구간에 들어서자마자 자동변속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가 싶더니, 속도계 바늘이 순식간에 200km/h를 넘겼다. 선도차가 속도를 제한해 더는 가속페달을 밟을 수 없었지만 순간 가속감이 짜릿했다.

프로레이서들은 이 구간에서 최고 320km/h까지 달려 경쟁차를 추월하기도 한다. 직선로가 끝나는 지점에 우측으로 110°가량 꺾인 코너가 나오는데, 마지막 80m 전에 100km/h까지 속도를 줄여야 무사히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다.

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재규어는 XF를 시작으로 모든 모델에 다이얼방식의 기어를 적용했다(왼쪽).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감한 재규어 실내.

# 타이어 타는 냄새 코 찔러

2구간 3km는 180° 회전하는 헤어핀 구간과 S자 코스를 다양하게 배치해 고속 및 저속 코너에서의 주행 테크닉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짧은 직선과 급격한 커브를 배치한 3구간은 급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번갈아 쓰면서 민첩하게 속도를 조절하고 핸들링해야 한다.

서킷을 빠르게 세 바퀴 달린 뒤 출발선에 다시 섰을 때 타이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XKR는 어지간한 커브에서 속도를 100km/h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아도 됐다. 고속에서도 차량은 운전자 뜻대로 움직였고 안정적인 가속감과 제동력, 핸들링, 서스펜션 모두 합격점을 줄 만했다.

XKR는 100%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차체를 경량화하고, 뛰어난 비틀림 강성으로 고속 주행에도 잡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흡기 피드백 시스템을 장착해 일반 주행 시 정숙하다가도, 가속 시에는 스포츠카 특유의 강렬한 배기음을 내뿜는다. 지붕은 버튼을 눌러 18초 만에 개방할 수 있다.

바람 가르는 질주 그 명성 그대로

1950년대 가장 혹독하다는 르망 24시 대회를 휩쓸고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히는 E-Type.

# 아름다움에 화끈한 주행 성능

이어 3000cc V6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한 XF 3.0d를 타고 같은 방식으로 트랙을 달렸다. 최고출력 240마력에 최대토크 51kg·m, 최고안전속도 240km/h로 앞서 시승한 XKR에는 못 미쳤지만 재규어 특유의 주행성능은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교관이 운전하는 XKR-S를 같이 타고 트랙을 도는 데모런(시범주행)을 진행했다. 재규어가 가진 최고 성능을 몸으로 느껴보게 하려는 순서였다. 헬멧을 쓰고 조수석에 오르자 살짝 긴장감이 느껴졌다. 영국 퀸즈 파크 레인저스 소속 박지성 선수의 팬이라는 로스 호크는 최고속도 250km/h를 넘나들며 미끄러지듯 트랙을 질주했다. 두 바퀴를 돈 뒤 차에서 내리는 기자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늦은 오후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트랙에 도열한 재규어를 다시 한 번 유심히 쳐다봤다. 아름다운 디자인에 화끈하게 잘 달리기까지 하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주간동아 862호 (p78~79)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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