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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기원전부터 봉독의 효능 알고 있었다

‘마왕퇴의서’의 벌침 건강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기원전부터 봉독의 효능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면역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뇌행동면역학’ 최신호(2012. 11. 1)에 ‘봉독(蜂毒·벌침)이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제의 논문이 실려 화제가 됐다. 논문 작성자인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 파킨슨병에 걸린 쥐들이 벌침을 맞은 뒤 뇌세포 파괴 증세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배현수 교수는 한약재 200여 종을 분석한 결과 봉독이 면역세포를 증강시켜 파킨슨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2년째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가 벌침주사를 맞은 뒤 다시 일어난 사례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벌침치료는 지금까지 제도권보다 비제도권 의학에서 주로 거론해왔다. 파킨슨병과 증상이 비슷한 중풍 환자가 집안에 있을 경우 “벌통을 짊어지고 살아라”라는 우리나라 민간의학 속설도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다.

사실 벌침과 관련해 그 치료 및 효능에 대한 언급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됐다. 벌과 벌집을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을 기재해놓은 ‘마왕퇴의서(馬王堆醫書)’란 중국 고전이 있다. 1973년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의 마왕퇴 3호 묘에서 출토된 의서를 부르는 명칭이다. 서한(西漢) 초기 귀족 집안의 묘인 이곳에서 의서 15종류가 백서(帛書) 및 목간(木簡) 형태로 출토된 것. 이 책의 발견으로 당시 중국 학계는 물론 세계 의학계 전체가 고대 의술의 뛰어난 안목에 깜짝 놀랐다.

‘마왕퇴의서’는 벌독을 사람 피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으로 양생과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비법을 기록하고 있다. ‘마왕퇴의서’ 양생방(養生方)에는 “살아 있는 닭의 털을 뽑아 장대에 매달아 벌집 옆에 닿게 해놓은 뒤 벌들이 침으로 닭을 쏘아 죽게 한다. 벌침에 쏘인 닭의 살점을 발라내 말려 대추기름에 재운 다음 헝겊에 싸 기(氣)가 약한 사람의 발에 마찰시켜주면 기가 왕성해진다”고 적혔다. 닭을 이용해 벌침을 약재로 사용한 고대인의 지혜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마왕퇴의서’의 또 다른 책 잡료방(雜療方)에는 벌침을 성기능 강화에 이용하는 법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개의 간을 벌집에 집어넣어 벌이 간을 쏘도록 한 뒤 이를 식초에 5일간 재워두었다가 꺼내 천으로 복부에 감아둔다. 음경이 발기되면 떼어낸다.” 물론 벌침에 성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 그러나 잡료방을 포함해 마왕퇴의서 15종 가운데 5종이 방중술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해 성능력을 강화하려고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알 수 있다.

마왕퇴 묘의 주인공이 기원전 160년 전후에 활동한 인물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서적에 기재된 방법은 그 이전부터 전해왔음이 분명하다. 신기한 것은 히포크라테스(BC 460~BC 377)도 벌침을 ‘대단히 신비한 약’이라고 극찬했고, 벌침으로 질병을 치료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다. 거의 비슷한 시대에 동서양의 극단에서 벌침을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벌침이 각종 염증 및 통증 질환에 효과가 있지만, 사람에 따라 숨을 잘 쉬지 못하거나 혈압이 떨어지면서 쓰러지는 등 부작용도 분명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벌침이 아무리 효과가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독(毒) 성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벌침요법은 이독제독(以毒制毒)의 극단적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독을 잘 제어할 줄 아는 전문가에게 시술받는 것이 안전하다.



주간동아 862호 (p80~80)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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