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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진작 알았더라면 가을이 행복했을 것을

강원도 정선 트레킹 루트 하늘길 강추!

  • 남기환 여행칼럼니스트

‘하늘길’ 진작 알았더라면 가을이 행복했을 것을

‘걷기 길’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몇 년 사이 경쟁적이라 할 만큼 이름 붙은 길이 많이 생겨났다. 하긴 길 이름에 반해서 그곳을 찾는 이가 적지 않으니 ‘작명’에 적잖은 신경이 쓰였을 법도 하다. 오늘 걸어볼 길 이름은 ‘하늘길’이다. 많은 길이 땅과 산과 바다에서 연상되는 말에서 이름을 냈는데, 독특하게도 하늘이다. 그런데 걸어보면 안다. 왜 굳이 땅의 길에 하늘이라는 말을 넣었는지를.

‘하늘길’ 진작 알았더라면 가을이 행복했을 것을
만약 하이원리조트를 스키장이나 카지노 정도로만 알고 있다면 이 가을여행에서 마주할 의외의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강원 정선군 사북과 고한 일대 옛 폐광지역에 조성한 이 거대한 휴양·레저 리조트를 병풍처럼 두른 트레킹 루트인 하늘길이 안겨주는 변화무쌍한 정취 때문이다. 리조트나 휴양시설 가운데 간단히 걷기 좋은 길을 마련해둔 곳이 여럿 있지만, 이 하늘길을 두고 그저 리조트 내 산책로 정도로만 말한다면 그 진가에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 것이다. 물론 걸어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백운산을 빙 돌아 펼쳐진 길

하늘길은 옛 폐광지역을 종합 휴양·레저 리조트로 개발하면서 명품 길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이어졌다고 한다. 이 길은 하이원리조트를 에워싼 백운산 일대를 중심으로 단지를 감싸듯 빙 돌아 펼쳐진다. 게다가 길 좌우 끝은 각기 함백산의 만항재, 새비재와 이어졌으니 태백 일대 고봉 능선을 두루 거치고 싶은 트레커라면 하늘길을 절로 거치게 될 것이다.

하늘길 출발점은 리조트 곳곳에 있다. 하이원호텔과 하이원C.C, 밸리콘도, 혹은 마운틴콘도 등에서 제각기 출발해 리조트 사이를 관통하기도, 에둘러 걷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길은 하이원호텔과 하이원C.C에서 시작해 리조트 어깨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구간이다.



하이원호텔에서 출발한 길이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안내를 시작한다. 사철 푸른 소나무와 달리, 가을이면 단풍이 드는 낙엽송이 무성한 숲은 마치 노랑과 주황을 적절히 배합한 신묘한 빛의 안개가 온 산에 내려앉은 듯 아득한 느낌이다. 산허리에 자리한 낙엽송 군락지에는 솔잎들이 바닥을 덮어 길이 푹신푹신할 정도니 규모가 어떠한지 쉬 짐작된다.

이 길을 지나면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산에 길을 낸 여느 트레킹 코스와 달리, 이곳 하늘길이 지닌 최고 매력은 바로 길을 낸 산허리를 제외하고 하늘과 사위가 시원하게 터 있다는 점이다. 길 대부분이 오르는 동안만큼은 왼편 만항재 쪽으로 굽이치듯 넘실대는 산정의 발 아래로 물결을 펼쳐내는 것이다. 고갯마루를 제외하고는 백두대간을 시종일관 눈 아래 거느리고 걷는 길이니, 그야말로 하늘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곳이다.

걷다 보면 일부러 색을 입힌 듯 오른편 산허리가 거뭇거뭇한 길 아래쪽도 눈에 밟힌다. 여기에 하늘길이 지닌 사연 하나가 담겼다. 어딘지 평탄하고 넉넉하다 싶은 이 길은 원래 석탄 광산에서 캐낸 탄들을 운반하던 길, 즉 운탄로였다. 탄광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산과 길은 고스란히 제 몸 한켠의 풍경을 빌려 그 사연을 간직하고 또 들려주는 것이다.

어느덧 좌우에 산죽(조릿대)이 우거지면 하이원리조트의 목덜미쯤에 왔다는 신호다. 길은 여기서 여러 갈래로 나뉜다. 스키 슬로프의 정상인 마운틴탑으로 이어지거나 화절령길을 따라 운암정으로, 혹은 하늘마중길을 따라 마운틴콘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왕 크게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은 김에 화절령길을 택한다.

화절령길 초입에서 만나는 도롱이연못은 1970년대에 갱도로 지반이 침하하면서 물이 고여 생겼다고 한다. 내력이야 그러하지만 깊은 산중에 연못이라니. 연못 주위의 낙엽송이 바람에 우수수 낙엽을 날리는 풍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 옛날 광부의 무사안일을 이 연못의 도롱뇽에게 빌었다는 아내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 더욱 살갑다.

넘실대는 산정의 발아래 백두대간

도롱이연못을 벗어나 곧장 화절령길로 내려가면 제법 가파르면서 좁아지는 전형적인 산길이다. 부드러운 흙길을 내려가 옛 탄광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를 거르던 정수장을 지나서 산허리를 감아 나가면 강원랜드 호텔의 모습이 또렷이 잡히기 시작한다. 하이원호텔에서 출발해 약 10km에 이르는 오늘 트레킹 코스는 서두르지 않고 걸어도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난이도는 초보자도 쉬 걸어낼 수 있을 정도.

비 두어 번과 늦가을 바람 몇 번이면 백운산과 함백산을 물들이던 그 단풍들은 흩어져버릴 것이다. 아직 계획만 앞세운 채 하이원리조트의 가을 하늘길을 걸어보지 못했다면 계절 걸음보다 더 서둘러야 할지 모르겠다.

‘하늘길’ 진작 알았더라면 가을이 행복했을 것을
1. 하이원리조트에서 시작하는 하늘길은 시종일관 백두대간을 눈 아래 두고 걷는, 일대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길이다.

2. 하늘길은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걷기 길’로, 숙박과 편의시설도 훌륭해 가족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3. 하늘길은 원래 석탄을 운반하던 도로였다. 발아래와 산 옆구리에서 여전히 탄광 도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4. 지반 침하로 생긴 도롱이연못. 동화 같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 같기도 한 ‘깊은 산속 연못’이다.

하늘길 추천 코스

● 마운틴콘도 → 하늘마중길 → 도롱이연못 → 낙엽송길 → 전망대 → 하이원C.C : 9.4km(약 3시간 소요)

● 밸리콘도 → 무릉도원길 → 화절령길 → 백운산(마천봉) → 마운틴탑(고산식물원) → 도롱이연못 → 하늘마중길 → 마운틴콘도 : 10.4km(약 4시간 소요)

● 하이원호텔과 하이원C.C → 양지꽃길 → 낙엽송길 → 도롱이연못 → 화절령길(혹은 하늘마중길) → 운암정 폭포 주차장(혹은 마운틴콘도) : 9.4km(3시간~3시간 30분 소요)



주간동아 861호 (p52~53)

남기환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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