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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인생

새 이름에 숨은 비밀… 애들은 가라!

골도와 색도(色道) 2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새 이름에 숨은 비밀… 애들은 가라!

새 이름에 숨은 비밀… 애들은 가라!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의 색도(色道) 논란이 불거진 이후 모든 이가 욕했다. 정상급 선수가 ‘마눌님’을 놔두고 어울리지 않게 화류계 애들과 노닐었다는 게 이유인데,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는 욕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이치를 아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왜? 모든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되도록 많이 뿌리길 원하고, 모든 여자는 강한 유전자를 선택하기 위해 골고루 받아들인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색도와 골도는 철학적 원리를 같이하기 때문에 고수일수록 그 둘을 하나로 여긴다. 우즈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어찌 이 원리를 모르랴. 이름조차 숲 속 호랑이거늘….

오래된 골프 친구 가운데 자그마한 녀석이 있다. 고위 공직생활을 오래하고 정권이 바뀌어 옷을 벗은 친구인데, 유명한 제약회사 바지사장으로 스카우트돼 인생 이모작을 즐기며 사는 인생 고수다. 골프를 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확신한 이유는 극에 다다른 자만이 가지는 여유를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 정보기관에서 하나의 진리, 즉 인간이란 “식과 성을 위해 변형된 에고를 가지고 노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고 한다. 골프를 통해서도 이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자그마한 키에도 270야드를 웃도는 드라이버, 온몸을 뒤틀어 힘을 잔뜩 비축했다가 한 번에 내뿜는 잠재에너지의 응용술, 섬세하게 쓰다듬을 줄 아는 어프로치와 퍼팅. 왜 그리 잘 치느냐고 묻는 나에게 그가 한 답이 걸작이다. 이거, 색도, 즉 성을 응용하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골프용어가 전혀 다르게 느껴져. 그저 힘 있게 정복하고 부드럽게 다룰 줄 아는 재주만 있으면 골프 참 쉬워. 요령은 딱 하나야. 얼마나 크게 돌리느냐, 그리고 얼마나 지스폿(G-Spot)에 맞추느냐지. 이것을 위해 고개 들지 마라, 온몸으로 쳐라, 눈으로 보지 말고 소리로 쳐라 등 말이 많은데, 공과 채의 지스폿 지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맞추느냐야. 이게 됐다 싶으면 오르가슴이 막 느껴지지.

이 말을 듣고 학자적 강의심이 발동했다. 그럼 색도와 골도의 철학을 구라쳐 주마. 하고는 있지만 설명이 어려운 부분을 정리해주지. 우리말로 하기에는 아주 뭣한 질문이 오르가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대답해준 말이 “○○떨림이오”다. 여기서 ○○로 표시한 말은 활자로 하기에 뭣해서 표기는 못 했지만, 학문적으로 접근해 그 어원을 살피면 욕이 아니다. 벌릴 보에 이를 지(至)자로 쓴다.

아주 깊은 철학적 의미가 있다. ‘匕’ 자는 북두칠성을 뜻하는 뜻글자이자 창조를 의미하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앞에 계집 여(女) 자를 붙이면 왕비(王妃) 할 때 그 비(妃) 자가 된다. 창조성을 담는 그릇이란 의미가 ‘匕’ 자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숟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우리 대한국민이다. ‘十’ 자는 완성을 뜻하는 우주적 글자다. 하늘에서 내려오니 ‘l’이고 땅을 펼치니 ‘ㅡ’이다. 하늘과 땅을 합하면 ‘十’ 자가 된다. 십자가가 종교의 상징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된소리로 발음하면 욕이지만 성스럽게 말하면 완성을 뜻한다. 즉 ‘벌려서 다다르다’라는 고매하고도 우아한 뜻이 담긴 말이다. 여기서 ‘至’ 자가 골도와 아주 깊은 관계가 있기에 얼굴 붉히는 서론이 길어졌다.



갑골문 첫 시대의 ‘至’ 자는 새가 하늘에서 내려와 막 땅에 내려앉는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날개를 펴고 발은 땅에 닿은 모습, 이것이 이른다는 뜻글자의 효시다. 무엇에 이르는가. 바로 하늘의 성령, 우주 의식, 빛의 내려옴을 새가 내려오는 형상으로 표기한 것이다. 우리의 전통 결혼식에 새를 상징화해 기러기를 갖다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네 둘은 하나로 합하여 성령에 이르게 되었소 하는 무언의 도리를 말씀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르가슴의 표시이고 없음과 있음을 합한 느낌 고감도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쉿! 애들은 가라. 골프에서 절정의 숫자놀음을 왜 새 이름으로 표시하는 줄 아는가. 버디, 이글, 앨버트로스…. 오르가슴 단계를 말하는 것이다. 버디는 작은 새들을 총칭한다. 참새, 박새 등 땅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이른다. 이것은 자그마한 오르가슴이다. 짧게 지속되며 요리조리 움직이는 쾌감의 저감도 세계를 말한다.

이글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독수리다. 하늘 높이 있으면서 5.0 이상의 시력으로 살펴보는 새다. 체공시간도 길고 살펴보는 눈도 밝게 빛난다. 오르가슴 강도를 논할 때 어찌 버디라는 작은 새의 경지와 비교하랴. 고감도 느낌이 오래가며 이때부터는 기념품까지 만들 정도로 하늘과 하나 됐음을 자랑하기도 한다. 최소한 유럽제국을 상징할 정도의 새가 그리하다.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 제국, 러시아 제국 등의 황제 문양은 독수리다. 미국 육군 대령 계급장도 독수리다. 지상에서 동경하는 쾌감의 극치, 바로 독수리로 상징되는 절대 만족의 세계를 말함이다. ‘至’!

앨버트로스는 가장 높이 나는 새, 갈매기의 왕 신천옹을 말한다. 이놈들은 날갯짓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날개가 아주 커서 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오른다. 대기권에서 오를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 유유히 지상을 굽어본다. 날갯짓 없이 펼치고만 있어도 바람이 그를 데리고 다닌다. 한 번 날개를 펼치면 8500km까지 날아가는 새. 꿈의 새라고도 부른다. 지구상에 150여 마리밖에 없다. 오르가슴의 극치, 열반의 경지! 바로 생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꿈의 세계다. 그러하기에 미들 홀에서는 한 번에, 롱 홀에서는 두 번 만에 넣는 -3의 경지가 바로 이 이름이다. 다른 말로 하면 만나서 손잡고 돈 투자하며 꾀고 또 꾀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인, 초고수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경험하는 열반의 세계다.

그럼 남자의 상징은 한자로 어떻게 쓰는가. 끝에는 마찬가지로 ‘至’ 자가 있지만 앞에는 불릴 자(滋) 자다. 불려서 극에 이른다는 뜻의 철학적 명사다. 쉽게 말하면 크게 만들어 시작되는 첫 지점, 극(極)에 이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크게 만드는가. 내 무의식의 에너지를 생각과 감각의 영역에 확 불어넣으면 된다. 그래서 심리적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바, 골도의 세계에 대입하면 스윙아크를 크게 하는 것이다. 작게 돌리면 작게 날아가고, 크게 돌리면 크게 날아간다. 크게 돌려 스폿 지점의 정확한 맞춤, 이것이 불려서 극에 이르는 원리이자 열반에 이르는 묘미의 비결이다. 골도를 모르고 색도를 논하지 말며, 색도를 모르고 골도를 알려고 하지 말자.

여기서 생기는 하나의 의문. 그럼 아이언과 퍼트는 불려서 극에 이르지 못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이런 질문 던지는 당신, 왕초보다. 색도의 기본, 큰 빗자루는 한 번만 쓸어도 되지만 작은 빗자루는 섬세하게 구석구석 쓸어담는다는 진리를 모르고 있음이다. 흐느적거리는 빗자루로는 잔 쓰레기가 많이 남는다. 다시 쓸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짧고 강한 빗자루는 한 번만 쓸어도 잔 쓰레기가 남지 않는다. 모퉁이, 책상 밑까지 구석구석 쓸어 담을 줄 아는 섬세함 또한 니르바나 세계에 이름이다. 호쾌한 드라이버보다 어프로치로 컵에 딱 갖다 붙이는 쾌감이 질적인 면에서 오르가슴이 더 오래간다.

순간이 영원으로 다가오는 수행의 묘미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우리 같은 수련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한마디, 나우 앤드 히어(now and here). 지금 바로 여기가 나의 드러남이요, 인생이요, 쾌감의 극치다. 어디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무엇을 얻으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가. 몸이 허용하면 힘차게 돌려 나를 과시하고, 몸이 허용하지 않으면 내면으로 들어가라. 극에 다다르기 전에 나를 돌이켜 살펴보라. 조용하게 쓰다듬어 나를 보듬는 지혜, 남의 기분을 묻지 말고 오로지 나만의 능력과 기술로 극에 다다라 보라. 골도와 색도는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존재를 존재답게 하는 철학, 한 뿌리에서 나온 다름의 둘이다.



주간동아 861호 (p56~57)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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