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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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카페인… 졸음 쫓는 데 딱!

입시생과 차

  • 김대성 한국차인연합회 고문·차 칼럼니스트

    입력2012-11-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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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질의 카페인… 졸음 쫓는 데 딱!
    고3 수험생이 있는 집은 ‘고3병’이라는 고질병을 앓는다. 입시와의 전쟁을 치르는 수험생을 위해 가족 모두가 전투 분위기에 돌입해야 한다.

    수험생에게는 무엇보다 양질의 차를 권하고 싶다. 차는 수험생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두뇌를 활성화시켜주는 묘약이라 할 수 있다.

    수험생에게 천적은 졸음이다. 잠을 쫓으려고 수면제나 커피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피로만 쌓이고 자신도 모르게 중독될 우려가 있다. 반면 졸음을 쫓아주고 체력까지 도와주는 금상첨화 마실거리가 바로 차다.

    일회용 티백 차보다 잎차가 효능이 좋고 맛도 더 좋다. 한 티스푼 정도 분량의 녹차에 물 100cc를 붓고 2분 후에 따라 마신다. 세 번을 거듭 우려도 맛은 그대로다. 아침밥 먹기가 껄끄러운 학생에게는 가루차 수프를 권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수프를 구해 끓인 다음 가루차를 한 티스푼만큼 넣고 휘저어 먹으면 맛도 단백하다. 영양을 고려한다면 전복죽에 가루차를 섞어도 좋다. 고소한 맛과 쌉싸래한 맛이 어울리고, 비타민C 덩어리인 차와 영양소가 풍부한 전복은 궁합도 잘 맞아 속이 든든하다.

    차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 등 수험생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다. 무엇보다 양질의 카페인이 커피만큼 들어 있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피로가 가신다. 게다가 찻잎에 든 카페인은 일반 카페인과 달리 수용성이라서 중독될 위험성이 없다. 카페인과 비타민C는 녹차에 많고, 반(半)발효차인 중국차와 완전 발효차인 홍차에는 타닌 성분이 많다. 타닌은 소화를 돕고 입 냄새를 없애준다.



    그런데 따뜻한 물만 있으면 간단히 우려 마실 수 있는 차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빈 속에 차를 많이 마시는 건 좋지 않다. 밤늦도록 공부하는 경우, 찰떡을 꿀에 찍어 다식(茶食)으로 먹거나 팥소를 넣은 달콤한 찹쌀떡 혹은 카스테라 같은 것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이렇게 하면 차를 많이 마셔도 위가 상하지 않는다. 또 찹쌀로 만든 떡은 소화도 잘 된다.

    차는 예부터 글을 많이 읽는 선비나 귀족층이 즐겨 마셨다. 중요한 국가 정책을 다루는 부서에는 임금이 차를 내려주기까지 했다. 국사를 논하기 전에 정신을 맑게 하라는 취지였다.

    기원전 책 ‘이아’나 ‘광아’, 당나라 때 육우가 쓴 ‘다경’, 조선 말 초의선사가 쓴 ‘동다송’ 등 예부터 내려오는 차 관련 책의 첫머리를 보면 “기음성주 영인불면(其飮醒酒令人不眠·그것을 마시면 술이 깨고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없게 한다)”이라고 했다.

    조선왕실에서는 왕세자가 공부하기 전 조청(물엿) 두 숟갈과 차를 마셔 머리를 맑게 했다고 한다. 공부로 소모되는 뇌 에너지를 조청이 보충해주고 초조한 마음은 차로 다스린 것이다. 왕실의 이 같은 섭생은 자연스레 일반 백성에게까지 알려져 과거를 보는 선비에게는 조청 단지와 작설차가 필수품이었다. 입시 날 엿을 먹거나 교문에 붙이는 풍습도 옛 선인의 이 같은 지혜로움이 시대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차향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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