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神’도 못 말려

중국·인도 영토전쟁 50주년 파워게임 갈수록 심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10-22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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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神’도 못 말려

    2009년 인도와 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타왕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왼쪽에서 두 번째).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州)는 힌두어로 ‘태양이 떠오르는 땅’이라는 의미다. 넓이 8만3743km2에 인구 138만2000여 명이 사는 이 지역은 북쪽으로는 중국(티베트 자치구), 동쪽으로는 미얀마, 남쪽으로는 인도(아삼 주와 나갈랜드 주), 서쪽으로는 부탄과 접한 전략 요충지다. 인도가 실효지배하고 있으나 중국은 계속해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티베트 독립운동 줄다리기

    중국은 1962년 10월 20일 인민해방군 3개 사단을 동원해 이 지역을 침공했다. 중국은 개전 7일 만에 160km까지 진격한 후 인도에 이곳이 중국 영토임을 인정하면 철수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인도가 이를 거부했고, 중국은 그해 11월 18일 2차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인도군 병사 3000여 명이 죽고 4000여 명이 포로가 됐다. 중국은 40여 일간 전투로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하며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중국은 이때 포로를 조건 없이 인도에 넘겨주는 관대함을 보이기도 했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인 지 올해로 50주년이지만, 영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까지 영토 문제를 놓고 14차례나 협상했음에도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9월 4일 인도 뉴델리에서 중국 국방부장과 인도 국방장관이 회담을 갖고 영토 문제를 논의했지만 의견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두 나라 모두 영토 문제에 있어 한 치도 양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7월 문화교류 목적으로 자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인도 청년대표단 소속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출신 여학생에 대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가 자국 땅이므로 주민에게 비자를 내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영국과 티베트가 1914년 3월 합의한 심라조약에 따라 그어진 이른바 ‘맥마흔라인(McMahon Line)’을 인정하는지 여부 때문이다. 심라조약은 영국령 인도와 티베트가 서로의 영토를 구분하는 경계선을 확정한 내용이다. 당시 이 조약은 영국 총독부였던 인도정청(政廳)의 외무장관 맥마흔과 티베트 대표가 체결했으며, 맥마흔라인에 따라 티베트 영토 일부였던 아루나찰 프라데시가 영국령 인도 영토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립한 인도는 이 선을 중국과 인도의 국경선으로 인정했다. 반면 1951년 티베트를 무력 병합한 중국은 맥마흔라인이 제국주의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기 전 경계선을 국경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베트도 영토 분쟁의 한 원인이다. 중국은 1959년 3월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이 벌어지자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했다. 티베트 주민 일부는 이 과정에서 무기를 들고 인민해방군에 대항했다. 인민해방군이 막강한 무력을 앞세워 이들의 저항을 일방적으로 진압했지만, 당시 인도는 은밀하게 티베트 독립 운동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다. 인도는 또 중국의 탄압을 피해 도망쳐온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의 망명을 받아들였다.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타왕이라는 곳에는 티베트 불교를 믿는 먼바족(門巴族)과 중국에서 넘어온 티베트 주민들이 살고 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중국에서 인도로 망명할 때 타왕을 거쳤으며, 티베트의 독립운동 지도자 상당수가 이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달라이 라마 14세는 2009년 11월 타왕을 방문해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가 인도 영토라고 말해 중국을 자극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인도 정부에 달라이 라마 14세의 타왕 방문을 허가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인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사력 증강으로 무력 충돌 위험성 높아

    ‘히말라야 神’도 못 말려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타왕에 세워진 인도·중국 국경전쟁 기념관.

    중국은 인도가 자국을 견제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 14세를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본다. 중국으로선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이 인도의 비호를 받으며 티베트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중국은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가 자국 영토가 되면 인도와 티베트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인도는 적절한 수준에서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의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더욱이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이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를 인도 영토로 인정하는 점은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서 인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양국은 그동안 이 지역 개발을 놓고도 티격태격했다. 이 지역은 인도 전체로 볼 때 발전이 가장 더딘 곳이다. 인도가 이 지역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려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을 도입해 개발할 계획을 세웠지만 중국 반대에 부딪혀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인도는 현재 국제사회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이 지역을 개발하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사사건건 인도의 개발 계획을 비판하는가 하면, 인도 정치지도자들이 이 지역을 방문하는 것까지도 문제 삼는다.

    양국은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이 지역을 둘러싼 군사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 지역 접경 지역에 인민해방군 30만 명을 배치했다. 또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와 인접한 청두와 란저우 군구에 24시간 안에 투입할 수 있는 쾌속반응군(신속배치군) 6개 사단(4개 사단은 일종의 공수부대)을 포진시켰다. 또한 티베트 자치구에 6개 군용비행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개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J-10과 Su-27을 비롯한 각종 전투기, 수송기, 공중조기경보기도 배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J-20를 개발하면 가장 먼저 이 지역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 지역에 배치했던 구형(액체 연료 사용) 중거리탄도미사일 DF-5를 최신예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A와 DF-21C로 모두 교체했다. DF-21A는 무게 1.47t, 길이 10.7m, 지름 1.4m, 사거리 2700km, 속도 마하 10인 다탄두 미사일이다. 핵폭탄을 최대 5개 탑재할 수 있다. DF-21C도 DF-21A와 제원, 성능이 비슷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경에서 인도와 전쟁이 벌어질 경우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를 48시간 내 점령한다는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맞서 인도군은 이 지역과 아삼 주에 중무장한 2개 산악사단(병력 6만 명)을 비롯해 병력 12만 명과 155mm 포, 무장 헬기, 무인항공기 등을 배치했다. 인도군은 수송능력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비해 열세인 만큼 이 지역에 추가로 병력 9만 명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또 아삼 주 테즈푸르 공군기지에 최신예 다목적 전투기 Su-30MKI 18대로 구성된 비행전대 2개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비행전단 2개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활주로 5개를 비롯한 공군 시설도 대폭 보강했다. 테즈푸르 공군기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만든 시설로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를 폭격 사정권에 두고 있다. Su-30MKI는 러시아가 개발하고 인도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가 업그레이드한 다목적 전투기로 핵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

    인도는 중국 탄도미사일에 맞서 최신예 요격미사일 아카시(Akash)도 배치할 계획이다. 아카시 미사일은 길이 5.78m, 지름 35cm, 무게 720kg, 속도 마하 2.5로 최대 30km 밖에서 비행하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인도는 이와 함께 지난해 이 지역에 초음속 스텔스 크루즈 미사일 브라모스를 배치했다. 브라모스 미사일은 속도 마하 2.8로 비행할 수 있고 사거리는 300km에 달하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인도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사거리 2000km, 3000km의 아그니 2호와 아그니 3호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실전배치한 바 있다.

    지역 개발 놓고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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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의 아그니 3호 중거리 탄도미사일.

    양국의 군사력 증강배치로 자칫 이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인민해방군 국경순찰대가 양국 경계선(국경)을 넘어 인도 지역까지 침범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인도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인도군은 9월 이 지역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비크람 싱 인도 육군참모총장은 이 훈련을 참관하고 중국 인민해방군 공격에 대비한 자국군의 전투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싱 참모총장은 “인도군은 1962년처럼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영토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당시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것을 역사상 최대 치욕이라고 여긴다.

    양국은 이 지역을 지나는 브라마푸트라 강에 건설하는 댐을 놓고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브라마푸트라 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를 거쳐 방글라데시 벵갈만으로 흘러들어간다. 길이 2900km에 달하는 이 강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를 흐른다. 이 강을 티베트에선 얄룽창포(중국명 야루창부)라고 부른다. 중국은 2010년 8월부터 이 강 중류에 짱무 댐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시작해 2014년 완공할 계획이다. 짱무는 티베트의 라싸 남동쪽 해발 3260m에 있으며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와 인접해 있다. 인도는 중국의 댐 건설과 관련해 히말라야와 인도 북부지역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인도의 수자원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국경지역에서도 양국의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악사이 친이라는 곳이다. 악사이 친은 중국, 파키스탄, 인도 국경이 교차하는 카슈미르 지역에 있는 전략요충지다. 중국은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를 침공할 때 티베트 고원 북서쪽에 있는 이 지역도 점령해 아직까지 인도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신장위구르 자치주와 티베트를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이 지역을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카슈가르 지구에 있는 카르길리크 현으로 편입했다.

    ‘히말라야 神’도 못 말려

    인도 공군 Su-30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이 지역 3만8000km2를 중국이 불법으로 점유했다면서 자국 영토인 잠무 카슈미르 주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이 지역에 사는 인도 주민에게 증명서 형태의 별도 비자를 발급한다. 인도 언론은 중국의 이런 행위가 이 지역 주민을 독립국가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테일러 프레이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중국과 인도가 벌이는 히말라야 지역 영토 분쟁은 앞으로도 해결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네팔과 부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인다. 중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1월 중국 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네팔을 방문해 향후 3년간 1억530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은 공항, 철도, 고속도로 등을 건설해주기로 했다. 특히 중국의 창장싼샤(長江三峽) 집단은 2월 16억 달러를 투자, 네팔의 서북부 지역에 웨스티 세티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의 웨스트 세티 수력발전소 투자액은 네팔에 대한 외국 투자액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중국은 또 칭짱철도를 네팔 수도 카트만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칭짱철도는 칭하이 거얼무에서 티베트 라싸를 잇는 철도다. 중국은 칭짱철도를 오는 2015년까지 라싸에서 티베트 제2 도시인 르카쩌까지 연장하고 네팔 카트만두까지 잇는다는 복안이다. 세계 최고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과 안나푸르나 등 천혜 관광지가 많은 네팔로서는 칭짱철도가 연장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관광객 유입과 네팔의 특산품 수출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네팔과 부탄에 공들이는 이유

    중국이 네팔에 적극적으로 구애 공세를 펼치는 데는 2008년 3월 티베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중 시위의 영향이 컸다. 당시 중국 정부는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을 차단하려면 티베트와 접경한 네팔을 자국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네팔에는 중국을 탈출한 티베트족 망명자 2만여 명이 살고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네팔 정부는 티베트인 독립운동 세력의 활동을 단속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는 조건으로 네팔 경찰에 보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네팔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자 네팔을 ‘뒷마당’쯤으로 생각해온 인도는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네팔 통화(루피)는 인도 통화(루피)가치에 연동하며, 인도에는 네팔에서 온 노동자 100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네팔의 협력관계가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될 경우 네팔이 중국의 자국 공격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는 네팔에 식량과 2억5000만 달러 차관을 약속하는 등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부탄은 네팔-인도-중국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은둔의 나라’로, 인도와는 1949년 체결한 우호조약을 바탕으로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부탄 국왕이 1년에 한 차례 이상 인도를 방문해 양국 문제를 협의하는 등 인도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경제와 무역도 인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넓이 3만8394km2의 작은 나라 부탄은 외교권의 일정 부분을 인도에 일임하고 있다.

    부탄 전체 인구 70만 명 중 60%가 티베트계다. 이 때문에 부탄은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했다. 1959년엔 중국과의 국교를 단절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이 인도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부탄과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6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개발회의(리우+20) 정상회의 중간에 지그미 틴레이 부탄 총리와 별도로 만나 양국의 조속한 외교 관계 수립을 희망한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틴레이 총리는 “원 총리와의 회담이야말로 양국 정부 수반의 첫 만남이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부탄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부탄이 우호적 제스처를 보인 것은 중국의 막강한 힘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산맥을 놓고 벌이는 파워게임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국의 국경전쟁 50주년은 새로운 패권 다툼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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