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8

2012.10.15

집중하면 느낀다, 그 에너지

고감도의 세계

  • 김종업 ‘도 나누는 마을’ 대표 up4983@daum.net

    입력2012-10-15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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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하면 느낀다, 그 에너지
    요즘 프로야구가 한창 인기다. 중계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해설자의 한결같은 소리. “타격감이 많이 떨어졌네.” “투수들이 피칭 감각을 빨리 되찾아야겠네.” 골프 경기를 중계할 때도 어김없이 ‘감(感)’이라는 말이 나온다. “퍼팅감이 아주 좋네.” “샷 감각을 회복해야겠네.”

    정상급 선수에게 ‘감’이라는 말이 왜 그리 중요할까. 자신만의 느낌세계를 다른 용어로 표현하기엔 뭔가 어설퍼서 그렇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고 오로지 자신만의 느낌 고강도의 세계, 바로 감이다.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의 눈이다. 세포들의 진동 속에 감춰진 외부 물질과의 교감, 자기 두뇌에 새겨진 회로, 습관화된 내면의 기억. 이런 것이 감이란 말로 총칭된다.

    몸을 사용하지만 눈이나 코, 귀나 입을 통해 느끼는 감이 아니라, 뭔가 존재는 하되 저차원 물질이 아닌 고차원의 세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그 무엇. 그래서 뇌과학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이나스는 인간의 의식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으로 ‘감’을 말한다. 운동 방향성이 습관화돼 내면에 기억이란 이름으로 저장된 것이 감이고 감각이라고. 이는 곧 두뇌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습관화돼 몸을 그리로 유도한다는 표현과 동일하다. 그 감을 찾는 방법이 지독한 연습임은 말해 무엇하랴.

    미국과 캐나다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육체적인 훈련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상상훈련이다.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인데, 하나의 목표를 위해 휴식시간에 조용히 앉아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시합 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는 훈련이다.

    생각이 뇌회로 속에 입력되도록 현상계의 느낌과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1단계고, 시간과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2단계다. 특히 시간 재현 상상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이유는 생각의 속도가 엄청 빠르기 때문인데, ‘순간이 곧 영원이고 영원이 곧 순간’이라는 신의 속성을 이 훈련을 통해 체험한다.



    축구선수가 슛 동작을 상상하면 힘과 속도, 발에 공이 맞는 순간의 느낌, 골대로 빨려가는 공의 속도까지 상상하게 되는데, 이때 생각의 속도는 실제보다 엄청 빠르다. 슛과 동시에 골인이고 골인과 동시에 슛이다. 슬로비디오 속도와 생각의 속도는 엄청나다. 그래서 실제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상상력, 이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의 핵심이다. 이 느낌 고강도의 상상력 훈련을 제대로 실현하는 선수는 평상시 육체를 이용한 훈련보다 64%나 더 경기력 향상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서구적 분석학문이 증명하는 동양적 심상화(心想化) 수련의 보편적 상식이다. 바로 느낌, 감의 세계를 훈련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어떤 스포츠나 놀이든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감의 극대화다. 고감도의 세계를 추구한다. 직업? 생존 다음의 목표는 무엇인가. 자기완성이다. 자기완성이란 무엇인가. 시공간을 초월한 생사해탈이다. 몸을 갖고 있으면서 시공간을 해탈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놀이다. 아무것도 없음의 세계,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없음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해탈이고, 구원이자 심판이다.

    무한한 의식의 에너지가 아무런 느낌 없이 흘러 다닐 때 우리는 그것을 절대의식이라고 부른다. 그냥 공상의 세계, 에너지 없는 생각의 강이다. 하지만 의식이 어떤 의지를 가질 때 우리는 무의식이라고 부른다. 의식 너머의 세계지만 창조의 에너지를 품고 그 방향으로 생각의 강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흐르는 생각의 강에 자신의 강한 믿음이 부여되면 그때부터 물질계의 에너지로 변한다.

    믿음이라는 에너지의 집중화, 이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수행적 용어로는 심상화 수련이라고 부른다. 마음으로 상을 그리고 그곳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몸을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만든 나를 알게 해주면 그때서야 감이 온다. 의식의 집중화를 통한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접속, 이것이 바로 감이다.

    골프를 하면서 이러한 감의 세계와 접속해본 적이 있는가. 퍼팅 전에 땡그랑 소리를 미리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이언 샷을 할 때 날아가는 공이 미리 보인 적이 있는가. 만일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 당신은 무의식의 세계와 접속해본 사람이다. 아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다. 이 경계를 허물 때 당신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경계까지 허물어버린 사람이 된다. 단단한 생각과 편견의 껍데기를 깨어 알기에 깨달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무의식과 절대의식까지 경험하는 사람, 바로 깨어 부수면 접속한다. 강력한 집중과 완전히 놓아버린 생각을 통해서.

    어떻게 이러한 느낌 고감도의 세계를 얻는가. 집중을 통해서다. 하나의 생각에 과도하게, 넘치게 집중하면 다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 하나의 생각에 온몸과 생각을 집중하다 보면 원하는 그 하나를 얻게 된다. 이러한 간절함과 집중, 바로 그것만 있으면 어떤 놀이를 하든 추구하는 바를 이룬다.

    골프는 이러한 집중을 가능하게 만든다. 목표를 향해, 다른 것은 생각지 말고 오로지 날아가는 공에만, 놓인 공에만 그냥 그대로 넘칠 만큼 집중해보라. 정말 재미있게도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날아간다. 집중한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간다. 의식의 에너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삶에 있어서도 이 법칙은 재미있는 경험을 동반한다. 매우 간절하게 바라는 사실이 있을 경우, 그리 됐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면 반드시 그리된다. 겨자씨만큼의 의심도 없이 확신해보라. 그 확신은 자기 삶의 현상계를 그곳으로 유도한다. 의식의 힘이 무척 강력하기에 반드시 그리된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말은 인간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이다.

    “믿음이 너를 주의 품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사실도 이런 느낌 고감도의 세계에 대한 앎만 있으면 깨달을 수 있다. 현상계에서 원하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성공은 노력으로 얻어지지만 고차원 세계는 믿음의 집중, 의식의 에너지화로 얻어진다. 이것이 비결이다.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집중, 이것이 믿음이라는 확신을 가지면 의식은 에너지가 된다. 이것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인간이 가진 느낌은 다섯 개다. 색성향미촉. 눈으로 색을 느끼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느낀다. 그리고 손으로 감촉을 느낀다. 느낌 너머에 있는 것을 육감이라고 부른다. 식스 센스다. 육감 세계는 시공간이 없다. 그냥 그대로 알게 된다.

    누군가와 통화하고 싶어 다이얼을 돌리려는 순간 그쪽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고도리를 할 때 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대로 실현된 적이 있는가. 이미 당신은 육감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 감을 현상계의 삶에서 스스로 계발하고 싶은 때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수행자다. 감각 너머를 탐구하는 구도자다. 그래서 생로병사를 이해하고 삶을 즐길 줄 알게 된다. 차원을 이 삶에서 경험함으로써 죽음 자체를 행복으로 느끼고, 질병이 축복이며 늙음은 구원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계발하라, 느낌 고감도의 세계를. 골프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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