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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실패한 성매매 전쟁

“생계형 성매매 여성 밥그릇은 깨지 말아야 한다”

인터뷰 | ‘제한적 공창제’ 주장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생계형 성매매 여성 밥그릇은 깨지 말아야 한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 밥그릇은 깨지 말아야 한다”

● 1945년 전남 구례 출생
● 1966년 전남여자고등학교 졸업
● 2000년 서울 종암경찰서장
● 2003년 새천년민주당 시민사회특별위원회 위원장
● 현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

김강자(67)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텍사스’를 대대적으로 단속해 화제가 됐다. 그가 서장을 맡은 뒤 미아리텍사스에는 미성년자 성매매는 물론, 감금과 폭행도 사라졌다. 김 교수는 2004년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취지와는 상반되는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한다. “제한적 공창제가 우리나라 현실에 가장 잘 맞는 성매매 관리 방법”이라는 것이다.

▼ ‘제한적 공창제’는 언제부터 생각했나요.

“나도 처음엔 ‘성매매는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매매 여성을 혐오했고, ‘공사판에라도 가서 일하지, 왜 몸을 파느냐’며 분노했죠. 그런데 종암경찰서장으로 부임해 성매매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미아리텍사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감금은 불법이다. 선불금 때문에 생긴 빚은 불법이니 안 갚아도 된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나는 그렇게 하면 여성들이 다 성매매업소를 떠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1500명가량 되는 여성 가운데 떠나겠다는 사람이 불과 100명 정도인 거예요. 하도 이상해서 여성들한테 물었더니 ‘여기를 나가도 우리는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먹고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라고 하는 거예요. 엄청 놀랐죠.”



성매매 특별법은 이미 실패

▼ 그 여성들은 왜 계속 성매매를 하겠다는 거죠.

“다들 슬픈 개인사가 있었어요. 아버지나 남편이 부도를 맞아 당장 갈 곳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았던 여성들이었죠. 아마 그때 내가 그럴 몰랐다면, 집창촌을 계속 치기만 하는, 아주 멍청한 짓을 계속했을 거예요. 그들과 대화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 기억나는 사례가 있다면요.

“나는 대한민국이 그런대로 먹고사는 나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의 폭력을 피해 14세 때 집을 나온 여성이 있었어요. 집을 나와서는 벽돌공장에서 일했는데, 여름엔 일하다 대충 자고 라면이나 끓여 먹으면서 버텼는데, 겨울이 되니까 갈 데가 없었던 거예요. 그러다 벽돌공장에서 남자를 만나 그 남자 집으로 들어가 살았는데, 성인이 되기도 전에 애를 셋이나 낳았대요. 남자는 그새 도망가고. 결국 끼니를 이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 식당에 갔는데, 월 70만 원을 주더래요. 그걸로 애 셋을 어떻게 키워요. 애 봐줄 사람도 없고. 밑바닥 인생끼리는 또 밑바닥 정보라는 게 있거든요. 누가 ‘미아리에서 몸을 팔면 2000만 원을 (선금으로) 준다’고 얘기한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미아리텍사스에 들어가 선금당겨 전세 얻고 아이들을 돌봐주는 아줌마도 구하고 몸 팔면서 산 거예요. 내가 미아리에서 만난 여성 상당수가 그런 식이었어요. 이런 여성들에게 ‘왜 몸을 파느냐, 막노동이라도 해라’ 이런 말이 나오겠어요?”

▼ 할 말이 없었겠네요.

“그래서 ‘이럴 바엔 아예 이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다른 데 가서도 몸 팔고 살 여성들이니까. 업주들을 강당으로 불러 ‘이제부터 단속을 안 할 테니 인권유린은 하지 마라. 용서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죠. 처음엔 업주들도 심하게 반발했는데, 생각해보니 자기들에게도 이득이거든.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아주 잘 따랐어요.”

김 교수는 당시 업주와 성매매 여성이 화대를 절반씩 나눠 갖도록 하고 이것을 월급통장으로 입금해주도록 시켰다. 그리고 일일이 점검했다. 그 전엔 화대 7만 원 가운데 6만 원 정도를 업주가 먹는 식이었다. 밖에서 잠그는 자물쇠도 다 없애 감금을 원천봉쇄했고 휴일도 의무화했다. 당시 김 교수가 만든 ‘법 아닌 법’은 현재 전국 집창촌에서 사실상 규칙이 됐다.

▼ 그런데 그 직후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졌잖아요.

“성매매 여성 인권을 보호한다고 만든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법(성매매 특별법)을 만들려면 먼저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 정도는 만들어놨어야 했는데, 그런 건 또 전혀 없잖아요. 성매매를 단속할 경찰인력도 없고. 전쟁을 하러 가는데 병사도 없고 무기도 없는 거나 매한가지죠.”

▼ 정부에서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기관도 만들고 생활보조금 정책도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아무것도 없다가 성매매 여성들이 시위하고 난리치니까 생계비라면서 직업교육받는 여성에게 한 달에 40만 원인가를 주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걸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해요. 아무 의미도 없는 돈이지. 돈을 그렇게 쓰고 있어요, 지금. 그리고 탈성매매시켰다고 하는 여성들이 그 이후 어떻게 사는지 추적도 안 해요. 그 법 반대하다 나만 죽일 년 됐지 뭐(웃음).”

▼ 여성단체 등과 많은 대화를 나눴을 텐데요.

“나는 성매매 특별법에 반대하다 승진도 못한 사람이에요. 내가 이러이러해서 성매매 특별법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면 기껏 한다는 말이 ‘당신, 경찰 맞아요?’였어요. 여성부 장관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다 마찬가지였죠. 현실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에요.”

▼ 그럼 왜 제한적 공창제가 필요한 건가요.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정말 성매매밖에 살아갈 방법이 없는 여성이 있거든요. 우리가 좋아하든 아니든 그게 현실이에요. 생계형과 비생계형은 정말 분리해서 생각해야 해요. 그런데 이걸 가리지 않고 단속하고, 그것도 여기저기 찔끔거리는 식으로 단속하니까 풍선효과가 나오는 거예요. 온 나라가 이제 성매매 천국이 됐어요. 그래서 ‘제한적 공창제’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죠. 성적 소외자 수요도 무시할 수 없고요.”

음성적 성매매는 강력한 단속 필요

▼ 성매매 자체를 합법화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안 돼요. 우리나라는 아주 천박한 성문화를 갖고 있어요. 성매매를 무슨 놀이로 알죠. 성매매를 단속한다는 공무원도 회식을 하면 2차로 성매매를 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에요. 선진국에는 없는 아주 천한 문화죠. 그런 상황에서 합법주의로 가면 아주 난리가 날 거예요.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성매매를 합법화했는 데도 성매매 여성 수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도 안 돼요. 이건 분명 문화 차이예요.”

▼ 제한적 공창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생계형 성매매와 비생계형은 어떻게 나누죠.

“공창을 하면 자연스레 생계형 성매매 여성만 모여요. 비생계형은 수치스러워서라도 공창에 오지 못하죠. 음성적인 성매매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하게, 그리고 상시적으로 단속해야 하고요.”

▼ 음성적 성매매를 근절하려면 경찰력이 최소 얼마나 필요하다고 보나요.

“전국적으로 최소 1000명 정도?”

▼ 생계형 성매매 비율은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단속하면서 느낀 건데, 30% 정도는 분명히 생계형이에요. 솔직히 10명 가운데 7명은 성매매를 안 해도 된다고 느꼈어요. 사실 여성들도 정신이 많이 썩었어요. 단속하면서 교장선생님 딸, 명문대 여대생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도 여성단체들은 남성들만 비난하죠. 사치를 위해 팬티를 벗는 여성들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아요. 여성단체에선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착취예요, 먹고살겠다고 하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얘기죠. 그리고 여성단체들이 흔히 ‘여성 인권을 위해 지원센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럼 왜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밥그릇을 깨는 건가요. 내가 묻고 싶어요. 성매매를 안 하는 게 인권보호입니까? 아니면 먼저 먹고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인권보호입니까?”



주간동아 858호 (p46~47)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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