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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실패한 성매매 전쟁

연 114억 원 쓰고도 그녀들에 욕먹는 자활정책

현장에선 “정부 지원 필요 없어”…여성단체는 “주거문제 등 제도 보완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연 114억 원 쓰고도 그녀들에 욕먹는 자활정책

연 114억 원 쓰고도 그녀들에 욕먹는 자활정책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을 만든 이후 정부는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맞춰 다양한 정책을 내놨는데, 집창촌 여성을 겨냥한 정책이 특히 많다. 정부는 집창촌을 빠져나온 여성에게 생활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업교육, 의료비 지원, 선불금 문제 해결 등 법률지원 사업도 펼친다. 이 모든 사업은 여성가족부가 주관한다. 성매매 여성과 관련한 사업을 펴는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제도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성매매 근절을 위한 인프라는 이미 상당히 완성됐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자? 우리는 성노동자예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총 26곳 있다.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지원시설도 39곳에 달한다. 성매매 여성에게 새 직업을 찾아주고 생활안정을 돕는 시설도 전국에 9곳 운영 중이다.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은 1명당 760만 원 내에서 의료, 법률, 생활지원을 받을 수 있다. 새 직업을 찾고자 하는 성매매 여성에게는 최대 3년까지 직업교육도 시켜준다. 시간당 5400원이 지급되며, 한 달에 최대 150시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성매매 여성이 직업교육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매달 최대 81만 원이다. 그러나 성매매를 그만둔 여성이 각종 교육을 받으면서 작업장에서 직업훈련도 하기 때문에 여성 1명당 평균 40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원금은 앞서 설명한 760만 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식으로 연간 114억 원가량의 국가예산을 쓴다.

그러나 정작 성매매 현장, 특히 미아리텍사스, 영등포, 청량리 같은 집창촌에서 이러한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상당수 성매매 여성은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에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자활시설, 여성단체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제발 여성단체들이 우리 생활에 간여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다. 왜 그런 것일까.

미아리텍사스에서 만난 성매매 여성 김미숙(가명·30대 후반) 씨는 “왜 정부가 내 몸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나. 정부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자활교육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제 때문이다. 성매매로 번 돈으로 딸을 키우고 부모 생계까지 책임지는 그에게 지원금 월 40만 원은 초라할 뿐이다. 김씨의 말이다.



“저도 성매매가 떳떳한 직업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러나 당장 먹고살 방도가 없어서 성매매를 하는 사람에게 한 달에 40만 원 받고 1년씩 기술을 배우라고 하면 그걸 누가 하겠어요. 그렇다고 직업교육을 마친 뒤 정부가 나서서 경제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직업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미아리텍사스에서 만난 또 다른 성매매 여성 김정미(가명·30대 초반) 씨는 성매매 여성 관련 사업을 하는 여성단체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가끔씩 찾아와 쓰지도 못하는 선물을 주면서 국가예산을 탕진한다는 것이다.

“심심하면 한 번씩 와요. 자기 여성단체 이름이 적힌 머리핀이나 수첩 같은 걸 들고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들이죠. 기왕에 가져오는 거 생리대 같은 걸 가져오면 좋을 텐데…. 그리고 그거 다 국민 세금으로 사는 거 아니에요? 우리 같은 성매매 여성을 돕는다고 세금 받아 우리한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물건을 사오는 일, 이게 세금 낭비 아닌가요?”

영등포에서 만난 한 성매매 여성은 “정부에서 성매매 여성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펴는지 그 내용을 정확히 아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 여기(영등포 집창촌) 있는 언니들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들은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된 여성도 다시 돌아왔다던데…”

연 114억 원 쓰고도 그녀들에 욕먹는 자활정책

경기 파주 집창촌 ‘용주골’의 성매매 여성.

성매매 여성이 피해상담소나 자활시설에 들어가면 직업교육 과정을 밟는다. 상당수는 미용, 봉재, 요리, 운전 같은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이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사회에서 곧장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0만 원을 받고 겨우겨우 1년 정도를 버틴다 해도 생계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활시설 등을 거쳐 탈성매매한 여성의 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2007년 통계까지는 있는데 그 이후엔 정식 통계가 집계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있지만 공개는 어렵다”고 전했다.

경기 파주 집창촌인 일명 ‘용주골’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이현란(가명·31) 씨도 정부의 자활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주 목요일 여성단체 사람들이 와요. 컵 같은 걸 들고 오는데, 필요 없으니 가져오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여기서 3년째 일하는데, 자활교육 같은 걸 받는다고 나가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어요. 대학생이 됐다고 언론에도 보도됐던 성매매 출신 여성이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확인은 안 해봤지만 아마 사실일 거예요. 여성단체 사람들은 우리를 ‘성매매 피해여성’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피해여성이 아니라 성노동자예요. 떳떳한 직업은 아니지만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를 부르는 게 기분 좋지는 않아요.”

취재 중 만난 상당수 성매매 여성이 여성단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였지만, 정작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그간의 활동과정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서울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통계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수 여성이 성공적으로 자활에 성공했다. 시간이 갈수록 참여 여성 수도 늘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여성 수가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대전에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 단체 ‘느티나무’의 손정아 소장은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가는 여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폭력이나 감금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많이 줄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 확충만이 대안이라고 본다. 특히 성매매 현장을 빠져나온 여성의 주거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현실화된다면 우리 사회의 성산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가 좋아서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여성인권 문제”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858호 (p44~4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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