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8

2012.10.15

탐스러운 연보라꽃 마당에 꼭 심고 싶어

두메부추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2-10-15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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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러운 연보라꽃 마당에 꼭 심고 싶어
    꽃으로 치면 요즘이 1년 중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싹이 삐죽삐죽 올라오고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꽃이 가득한 봄도 좋지만, 서늘한 가을바람 한 자락에 은은한 들국화 향이 섞이는 이즈음도 참 좋습니다.

    무성한 초록빛도 한풀 죽고, 하나 둘씩 단풍 들고 낙엽 져서 식물마다 깊이가 더해가는 사이에 피어나는 가을꽃들은 꽃빛이며 향기가 기품 있고 그윽합니다. 게다가 하나 둘씩 저마다 열매 맺는 결실의 계절이니 풍성하기가 이를 데 없죠.

    이즈음에도 지난 여름 흔적을 이어가는 꽃이 있는데 바로 두메부추입니다. 이름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먼저 사는 곳은 깊고 깊은 울릉도 두메산골입니다.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인 지난 시절 아주 외로운 섬이던 울릉도 바닷가 절벽에서 바다를 향해 피어 있던 두메부추를 처음 보던 날, 그 쓸쓸하고도 아름답던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울릉도에선 흔히 볼 수 있으며, 강원도 바닷가나 북부 지방에서도 자랍니다. 하지만 워낙 장점이 많은 식물이라 이젠 식물원이나 공원 등 우리 꽃을 심은 곳이라면 어디든 퍼져 있어 더는 외딴 곳의 외로운 식물이 아니랍니다.

    두메부추는 부추와 같은 집안 식물로 백합과에 속합니다. 파나 부추 꽃처럼 둥근 꽃차례를 가졌는데, 꽃이 많이 달리는 꽃송이의 연보라빛이 무척 고와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여러해살이풀이며 다 자라면 성인 무릎 높이쯤 됩니다. 꽃은 둥글게, 우산살처럼 일정한 길이의 꽃자루가 달려 마치 작은 공 같습니다. 지역이나 햇볕, 땅 조건에 따라 색감이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연보라색, 연팥죽색, 분홍색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으면 단박에 아름다운 정원이 됩니다. 꽃이 오래가는 것도 장점이고, 이렇게 꽃이 가득하면 어디선가 나비며 벌이 찾아 들어와 뒤늦은 꽃대궐을 이룬답니다.

    부추처럼 먹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죠? 두메부추 잎은 아주 두텁고 육질이 풍부해 특별한 기호식품, 나아가 건강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부추가 몸에 아주 좋은 식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는데, 거기에 알로에의 끈적한 젤라틴 성분 같은 것까지 많이 나오는 두메부추를 보면 누구나 ‘아! 좋은 식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 잎새뿐 아니라 쪽파 뿌리처럼 생긴 인경 역시 맵싸하고도 신선한 맛이 좋죠. 그래서 야생화를 키우는 이들은 마당 한켠에 두메부추를 심어두고 꽃을 주로 보지만, 때론 쌈을 싸먹을 때 쪽파같이 생긴 두메부추 몇 포기를 뽑아 맵싸한 맛을 즐기곤 한답니다.

    한방에서는 두메부추는 물론 같은 집안 식물인 산부추, 참산부추를 모두 혼용합니다. 생약명은 ‘산구’이며, 이들을 통칭하는 알리움(Allium)속 식물들에 혼용돼 쓰는 용어로는 ‘야생하는 마늘’이라는 뜻의 야산(野蒜), 혹은 ‘작은 마늘’이라는 뜻의 소산(小蒜)이 있습니다. 잎과 줄기는 특히 비위가 약해 음식을 잘 못 들고 수척해지며 소변을 잘 못 보는 노인에게 좋답니다.

    두메부추는 ‘마당이 생기면 꼭 심어야지’하고 꼽아둔 식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야생 식물을 캐는 것은 절대 안 되니 하나둘 꽃이 질 무렵 까만 씨앗 몇 알을 잘 챙겨두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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