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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神과 자유의 충돌

이슬람 신성모독 vs 서구 표현의 자유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神과 자유의 충돌

# 2004년 11월 2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무슬림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무슬림 청년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반 고흐를 쓰러뜨린 뒤 칼로 목을 베고 가슴에는 무슬림의 궐기를 촉구하는 격문을 꽂았다.

반 고흐는 이슬람의 여성차별을 비판하는 영화 ‘굴종(Submission)’을 제작했다. 10분짜리 이 영화는 친척에게 성폭행당한 후 강제로 결혼한 한 무슬림 여성의 고통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를 TV에서 방송하자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크게 반발했다. 무슬림은 특히 온몸에 이슬람 경전인 쿠란(영어명 코란)의 내용을 문신처럼 새긴 여배우가 나체로 심한 채찍질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에 분노했다. 무슬림은 영화가 여성 신체를 남에게 보이는 것을 금기하는 이슬람 풍습을 무시한 데다, 쿠란을 불경스럽게 취급해 ‘신성모독’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제2 도시 벵가지에서 무슬림 무장 폭도들이 미국영사관을 습격해, 영사관 본관 건물에 총과 로켓포를 마구 쏘아대고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 리비아 대사 등 외교관과 직원 4명이 사망했다.

사건 발단은 미국인 나쿨라가 제작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었다. 이 영화는 이슬람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영어명 마호메트)를 사생아이며 여자를 밝히는 얼간이, 동성애자, 아동학대자, 잔혹한 살인자로 묘사했다. 또한 쿠란이 기독교 신약성경과 유대교 토라를 짜깁기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이 기독교인을 말살하려는 학살자이자 테러범이라고 비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나쿨라는 이집트 콥트교도로 알려졌다. 러닝타임이 2시간인 이 영화의 13분 51초짜리 예고편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처음 올라온 7월만 해도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9·11 테러 11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아랍어 자막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문제가 커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동영상이 이슬람권으로 삽시간에 퍼진 것. 이집트, 예멘, 튀니지,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이 동영상에 분노한 무슬림이 연일 반미·반서방 시위를 벌였고, 곳곳에서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무함마드 초상화는 신성모독

神과 자유의 충돌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에 게재된 무함마드 비하 만평.

신성모독이냐 표현의 자유냐를 놓고 이슬람과 서구가 다시 충돌했다. 이슬람은 무함마드 초상을 그리는 것 자체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한다.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절대적이며 신성한 존재로 믿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570년경 메카에서 쿠라이시족의 명문인 하심가 일원으로 태어났다. 무함마드는 40세 때 우상숭배의 그릇됨을 설파하고 유일신 알라를 믿어야 한다면서 이슬람을 창시했다. 기독교, 불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에는 ‘교(敎)’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다. 이슬람이 종교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복종’이라는 뜻이며 무슬림은 이슬람에 복종한 자, 다시 말해 이슬람 신자를 가리킨다. 여성은 무슬리마라고 한다.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를 잇는 마지막 예언자로, 신의 계시를 인간세계에 전한 대리인으로 신봉한다. 무함마드가 인간 언어로 전한 신의 말씀이 바로 쿠란이며, 그의 언행은 하디스(예언자 언행록)에 수록돼 있어 모든 무슬림이 이를 따라야 한다. 무슬림은 알라나 무함마드의 모습을 형상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쿠란에는 “알라는 하늘과 땅의 창조주… 그분과 닮은 것은 아무것도 없나니…”(42장 11절)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이슬람권에서는 무함마드 초상을 그리는 사람에게 신성모독죄를 적용해 사형을 내리는 등 중벌로 다스린다.

반면 서구에선 기독교나 예수를 모욕하는 것을 신성모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신성모독죄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대부분 현실에 적용하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신성모독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1922년 예수를 서커스 어릿광대에 비유한 사건이 마지막이었다.

서구에선 표현의 자유를 종교적 신념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의 기본 가치로 여긴다. 표현의 자유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했다. 영화나 만화 등 예술작품이 기독교와 예수를 조롱이나 풍자 대상으로 삼더라도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신성모독도 표현의 자유라고 보기 때문이다. 캐런 킹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4세기에 콥트어로 쓰인 파피루스 문서를 해독해 예수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댄 브라운은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성배(聖杯)가 마시는 잔이 아닌, 예수 후손을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예수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식의 주장은 정통 기독교 신자라면 용납할 수 없겠지만 서구에서는 거리낌 없이 나온다. 이런 서구 가치관으로 보면 영화 한 편으로 촉발한 이슬람권의 과격 시위는 이해하기 어렵다.

서구와 이슬람이 표현의 자유, 신성모독을 놓고 충돌한 대표적 사례는 1989년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장편소설 ‘악마의 시’를 펴냈을 때다. 당시 루슈디는 소설에서 무함마드를 풍자하고 쿠란을 악마의 계시에 빗댔다. 알라 외의 신은 인정하지 않아야 할 무함마드가 여신을 인정한다는 일화가 나오고, 무함마드의 여러 아내가 남자들을 유인하는 창부로 설정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유럽에서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슬람권은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며 소설을 불태우고 판매 및 번역을 금지했다.

또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슬람혁명을 일으킨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1989년 2월 루슈디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의 죽음에 현상금 100만 달러를 걸었다. 이 사건으로 영국과 이란은 단교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루슈디는 오랫동안 은신해야 했다. 현재도 루슈디의 목에는 현상금 330만 달러가 걸렸다.

덴마크 최대 일간지 ‘율란츠 포스텐’이 2005년 9월 30일자 만평에서 무함마드를 불붙은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것도 이슬람권을 분노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슬람권의 경고에도 이 만평이 다른 유럽 신문들에 게재되자 이슬람권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100여 명이 숨졌다. 만평을 그린 쿠르트 베스터가르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됐으며, 그의 목숨에 현상금 100만 달러가 걸렸다. 2010년 1월엔 소말리아 출신 무슬림 청년이 칼과 도끼를 들고 베스터가르트의 집에 침입해 그를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덴마크 경찰은 2010년 12월 만평을 게재한 신문사에 침입해 직원들을 살해하려던 혐의로 튀니지와 레바논 출신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 5명을 검거하고 소형 기관총, 소음기, 탄약 등을 압수한 바 있다.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9월 19일자에 무함마드가 휠체어에 탄 모습과 나체로 묘사된 만화들을 게재해 무슬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프랑스 정부는 20여 개 이슬람 국가에 있는 공관과 문화센터, 국제학교에 잠정적인 휴무·휴교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 조치를 내렸다. 이 주간지는 지난해 11월 ‘아랍의 봄’ 특집호 겉표지에 무함마드가 긴 코에 턱수염을 기르고 터번을 두른 채 웃으면서 “웃다가 죽지 않는다면 태형 100대에 처한다”고 말하는 그림을 게재했다가 화염병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 주간지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는 “만화를 게재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면서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하거나 생각할 거리를 주기 위한 것이지, 특정 종교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주간지는 유대교와 기독교도 풍자 대상으로 삼아왔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 저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에서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대립하는 것을 가장 위험한 요소로 봤다. 헌팅턴은 탈냉전 시대를 다극·다문명 세계로 규정하면서 이슬람 국가는 갈수록 서구에 덜 우호적인 정책을 취할 테고, 이슬람과 서구 사이에 간헐적인 소규모 폭력, 때로는 심각한 폭력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러한 충돌 요인은 문명 간 이질성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서구와 이슬람은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증오를 확대 재생산했다. 서구에선 ‘이슬람 혐오증(Islamophobia)’이 상당히 확산됐다. 이 증상은 이슬람 문화나 무슬림을 이유 없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서 증오심으로 발전했다. 특히 유럽에선 각국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유럽 각국 국민은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높아지자 무슬림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이민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슬람권도 서구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왔다. 이슬람권은 미국의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강력히 반발했다. 따라서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그동안 반미·반서방 테러를 자행했으며, 미국의 강력한 대(對)테러전쟁에 맞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더욱이 수십 년간 세속주의 독재정부의 억압을 받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지난해 아랍 시민혁명을 주도하면서 정권을 차지하는 등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혁명 이전만 해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정권을 차지한 국가는 혁명을 통해 신정체제를 구축한 이란밖에 없었다. 미국과 서방을 등에 업고 철권통치를 해온 독재정권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했다. 아랍 맹주인 이집트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정권을 차지하거나 주류가 됐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자,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국민 불만을 미국과 서방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영화는 그들에게 좋은 불쏘시개가 된 셈이다.

9월 11일부터 계속된 반미·반서방 시위를 부추기는 세력은 이슬람 근본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살라피스트’다. 벵가지 미국영사관 공격사건을 일으킨 것도 살라피스트 또는 살라피스트 계열 무장조직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과 언론이 미국 영사관 공격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한 ‘안사르 알 샤리아’도 살라피스트 계열이다. 살라피스트는 살라피즘을 믿는 무슬림이다. 살라피즘은 쿠란의 구절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살라피즘이란 용어는 살라프(아랍어로 ‘선조’ ‘조상’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무함마드와 1세대 제자들의 뜻을 추종한다는 의미다.

신성모독 금지 국제법?

神과 자유의 충돌

샤를리 엡도에 실린 풍자만화.

무력 사용을 불사한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 유사하다. 이들은 이슬람 세계의 부흥을 위해선 서구 문화를 일소하고 변질된 이슬람 교리를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지배하던 7세기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사상은 알카에다의 정신적 시조인 사이드 쿠트브(1906~66)의 사상과 비슷하다. 이들은 무슬림형제단을 세속 집단으로 비난할 정도로 과격하다.

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가가 이집트와 리비아다. 이들은 8월에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대낮에 500년 넘은 수피교(이슬람의 한 분파) 성전을 불도저로 밀어버려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그에 앞서 5월에는 이집트 카이로 외곽 콥트교회에 화염병과 돌을 던져 23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들이 만든 알누르당은 지난해 11월 이집트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집트 살라피스트 지도자는 무함마드를 모독한 영화 제작에 관여한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파트와(칙령)를 내리기도 했다.

이집트 콥트교도는 이들이 득세하자 미국이나 캐나다로 대거 이민했다. 이집트 인권단체는 시민혁명 이후 이민을 떠난 콥트교도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전체 인구 8000만 명 중 콥트교도는 10%. 콥트교는 예수가 인간인 동시에 신이라고 믿는 신인양성론(神人兩性論)을 거부하고 예수의 신성(단성설)만을 신봉하는 기독교의 한 분파다.

콥트교는 이집트에서 254년부터 자생적으로 발전했는데, 콥트는 그리스어로 이집트를 뜻한다. 이집트 검찰은 9월 18일 해외에서 거주하는 나쿨라 등 콥트교도 7명과 미국 목사 테리 존스를 무함마드를 모욕하고 종파분쟁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했다. 존스 목사는 3, 5월 쿠란과 무함마드 초상화를 불태운 기독교 극단주의자다. 존스 목사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슬람권 국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성모독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만들자는 움직임을 보인다. 에크멜레딘 이사노글루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은 “국제사회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 남용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과 서방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신성모독 금지법에 반대한다. 특히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신성모독과 표현의 자유가 공존하려면 서로 다른 문명과 종교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서구와 이슬람은 서로의 문화와 도덕, 신념, 종교 가치를 이해하고 문명 충돌이 아닌 화해를 모색할 때다. 서구와 이슬람 모두 서로를 포용해야 글로벌 사회에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다.



주간동아 857호 (p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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