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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이형석의 영화 읽기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 글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팍팍한 삶을 견뎌온 가족이 저마다 상처와 소원, 희망을 안고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때론 가족 모임에서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서운함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명절은 집 밖에서 치이고 까인 상처를 치유하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한나절 짬이 난다면,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라도 조용히 극장을 찾아보길 권한다. 음악이나 미술이 심리치료에 쓰이는 것처럼 영화가 가진 ‘힐링’ 기능도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영화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삶, 자신이 맺어온 관계들을 떠올려본다면 올 추석이 한결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가장으로서,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또 자식으로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당신에게 ‘힐링 세러피(Healing Therapy)’ 영화를 소개한다.

# 내 바람과 아들딸의 행동이 자꾸 어긋난다

‘늑대아이’

사람으로 키울까, 늑대로 키울까

감독 : 호소다 마모루Ⅰ주연(목소리) : 미야자키 아오이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세상의 모든 엄마, 그리고 부모 품을 떠나 너른 세계로 나아갈 자녀를 위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화다. 여대생 ‘하나’는 매일 강의실 한구석에서 슬픈 눈을 빛내는 한 남자를 사랑한다. 그들의 애틋한 연애는 일반 청춘남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가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늑대인간이라고. 그럼에도 운명적 사랑을 거부할 수 없는 남녀는 함께 살며, 딸 유키와 아들 아메를 낳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늑대인간인 남자가 죽고 하나는 홀로 두 남매를 키운다. 누구보다 억척스럽게 아이들을 돌보지만, 아빠 피를 받아 즐거울 때나 화가 날 때 귀가 쫑긋 커지고 엉덩이에서 꼬리가 튀어나오는 늑대아이들을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아이들의 남다른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하던 하나는 마침내 외딴 시골로 향한다.

더러 괴팍하긴 하지만 마음 따뜻한 동네 주민과 어울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하나와 아이들. 그러나 친구들처럼 평범한 여학생으로 살고 싶은 유키의 고민이 깊어간다. 아메는 갈수록 말이 없어지고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이들을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늑대로 키울 것인가. 하나는 결단을 내릴 때가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러브스토리로 시작했다가 늑대아이들의 귀여운 동화를 거쳐 어머니의 드라마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여운이 긴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메리다와 마법의 숲’

부모 간섭 거부한 용감한 공주

감독 : 마크 앤드루스, 브렌다 채프먼Ⅰ주연(목소리) : 켈리 맥도널드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자식의 삶에 관여하고, 자식은 거기에 어깃장 부리기 일쑤인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부모가 강요하는 삶을 거부한 용감한 공주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양궁의 대중적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 주인공인 메리다 공주가 영화 내내 활을 쏘며 종횡무진하기 때문이다.

배경은 스코틀랜드의 한 왕국. 메리다 공주는 예쁜 옷과 구두로 치장하기보다 말 타기와 활쏘기를 즐기는 선머슴 같은 소녀다. 그러니 엘리노 왕비의 걱정이 클 수밖에. 왕비는 메리다가 왕실 예법을 잘 배워 우아하고 조신한 여성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래야 결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잔소리가 지겹고 ‘공주 수업’이 따분하기만 한 메리다는 어느 날 ‘출입금지’ 지역인 비밀의 숲으로 가 마녀에게 소원을 말한다. “엄마를 바꿔주세요!” 마법 효과인지 정말 엄마가 바뀌었다. 곰으로 변한 것. 메리다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소용없다.

이후 엄마를 되돌려놓기 위한 메리다의 모험이 펼쳐진다. ‘헝거게임’뿐 아니라 ‘백설공주’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 등 최근 ‘강인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할리우드 최신 트렌드다. 딸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에게 강추. 전체 관람가.

# 부쩍 힘이 빠지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

‘테이큰 2’


역시 아버지는 위대한 존재

감독 : 올리비에 메가톤Ⅰ주연 : 리엄 니슨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아버지 노릇, 가장 노릇 하기 힘든 시대다. 돈만 잘 벌면 좋은 아빠 소리 듣던 시절은 지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범죄가 잇따르는 흉흉한 시대. 자식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부모는 부담 백배다. 3년 전 개봉한 ‘테이큰’은 납치당한 딸을 구하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분투를 그려 기대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올해 환갑인 리엄 니슨은 주인공 브라이언 역을 맡아 신출귀몰 액션을 훌륭하게 소화해 세상 모든 고개 숙인 아버지로 하여금 ‘나도 아직 살아 있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했다.

속편인 ‘테이큰 2’에선 브라이언에게 혼쭐이 났던 인신매매범들이 복수에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처 레노어와 함께 딸 킴을 데리고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던 브라이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공격을 받고 납치된다. 딸 킴만 가까스로 도망쳐 나오고 브라이언과 레노어는 복면을 쓴 채 어디론가 잡혀간다.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하지만 전직 CIA 최고 요원답게 브라이언은 소리만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에 성공해 딸과 레노어 구하기에 나선다. 전편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니슨의 액션 연기가 여전히 호쾌해 아버지 관객은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가족이 믿는 건 당신뿐, 세상 모든 아버지여 파이팅! 청소년 관람 불가.

‘Mr. 스타벅’

헉! 생물학적 자식이 533명

감독 : 켄 스콧Ⅰ주연 : 패트릭 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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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하나도 거두기 힘든 세상. 그런데 여기 수백 명 아이 아버지가 돼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남자가 있다. 생물학적 자식이 무려 533명이고, 534번째 자식의 탄생을 앞둔 데이비드 우즈냑이 그 주인공이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 많은 아이의 아버지가 돼야 했을까.

데이비드는 마흔이 넘도록 앞가림도 못하는 한심한 남자다. 제 스스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 빌붙어 고기 배달을 하는데, 그마저도 제때 시간을 맞추지 못해 손님에게 욕먹기 일쑤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예기치 않은 서류가 한 통 날아든다. 데이비드가 젊은 시절 기증한 정자로 아이 533명이 태어났는데, 그중 142명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으려 집단소송을 냈다는 내용이다. 이 소송으로 데이비드가 정자를 기증하면서 사용한 가명 ‘스타벅’이 전국적인 화제로 떠오르고, 한편에선 정자와 푼돈을 맞바꾼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스타벅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과 애인이 엄청난 충격에 빠질 테고, 사회적으로도 매장당할 수 있는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데이비드. 그는 결국 남몰래 소송서류를 들춰 생물학적 자식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그중에는 유명 축구스타도 있지만 마약에 찌든 소녀, 술독에 빠져 휘청거리는 청년, 남다른 취향과 생김새로 ‘왕따’를 당하는 젊은이도 있다. 데이비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 삶에 얽혀들면서 아버지 노릇에도 조금씩 눈을 뜬다. 15세 관람가.

# 배우자와 대화 시작하면 싸우네

‘체인징사이드 : 부부탐구생활’


1년 동안 ‘역할’ 바꿔 살아보니…

감독 : 파스칼 포자두Ⅰ주연 : 소피 마르소, 대니 분

추석 힐링 무비 같이 보실래요?
“도대체 하루 종일 뭘 한 거야? 바깥일이 잘되려면 집안이 편해야지! 집구석이라고 들어와 보면 그냥….”

“뭘 했느냐니? 애새끼들 거두랴, 청소하랴, 빨래하랴 앉을 새도 없었구먼.”

결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머리로는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사표를 쓰고, 마음으로는 매일같이 이혼 도장을 찍는 유부남과 유부녀가 꼭 봐야 할 영화다. 9회 말 투아웃, 패색이 짙은 결혼생활에 주인공 부부는 ‘역할 바꾸기’로 마지막 역전 홈런을 노린다.

잘나가는 사업가 휴고는 휴가는 꿈도 못 꾸고 평생 일에 매여 사는 남자다. 그의 아내 아리안은 양육과 집안일은 물론 부업으로 보석 외판까지 척척 해내는 미모의 현모양처다. 하지만 번드르르한 겉과 달리 부부 가슴속엔 서로에 대한 분노와 외로움이 쌓여가고 있었다. 결국 “종일 뭘 했느냐”는 남편의 한마디에 살얼음판 같던 부부관계에 금이 간다.

부부는 최후 결정에 앞서 서로 하는 일을 바꿔 1년간 살아보기로 한다. 아내는 남편 사업을 맡고, 남편은 가사와 양육, 부업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과연 잘될까. 궁금하다면 명절 연휴 동안 남녀가 밥주걱과 화투 패를 바꿔 쥐어보면 어떨지. 오랜만에 소피 마르소의 연기를 볼 수 있어 반갑다. 15세 관람가.

‘우리도 사랑일까’

남편과 새 연인 “나 어떡해”

감독 : 세라 폴리Ⅰ주연 :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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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줘요 이 왈츠를. 입을 굳게 다물고 이 왈츠를 춰요. 브랜디와 죽음의 냄새가 나는 이 왈츠를 춰요.”

우리말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원제에 비하면 평범하다. 캐나다 영화인 이 작품의 원제는 ‘테이크 디스 왈츠(Take This Waltz)’. 국내 팬들에겐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으로 잘 알려진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영화는 코헨 노래처럼 사랑의 낭만과 쓸쓸함을 담뿍 담아냈다. ‘체인징사이드’가 결혼생활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라면 ‘우리도 사랑일까’는 결혼생활의 또 다른 반쪽인 ‘감성’에 관한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여성 감독 작품이다.

결혼 5년차 부부가 주인공이다. 프리랜서 여성작가 마르고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업무차 떠난 여행길에서 마르고는 우연히 대니얼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첫 만남에서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갖는다. 사랑은 우연으로 시작해 운명이 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다니엘은 부부의 바로 앞집에 산다.

마르고 마음에서 새로운 남자가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커져간다. 영화는 남편과 새 연인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뇌 변연계를 연구한 많은 학자가 호르몬 분비와 관련해 사랑의 생물학적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백년해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첫 만남에서 느낀 황홀하고 신비로운 빛이 사라져버렸다고 느끼는 부부가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 돈이면 다 되는 세상, 확 뒤집어져라

‘간첩’


물가상승이 무서운 ‘생계형 간첩’

감독 : 우민호Ⅰ주연 : 김명민, 염정아,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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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과 부 양극화로 인한 삶의 위기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여기에서 자유로울 자 아무도 없다. 먹고살기 힘든 건 남파간첩도 마찬가지다. 영화 ‘간첩’은 111(간첩신고 번호)보다 물가상승이 더 무섭고, 국정원보다 회사 임원이 더 두려운 ‘생계형 간첩’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장으로 ‘가장’한 중년 남자. 불법 정력제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전셋값에 시달리는 김 과장은 남파 22년차 간첩이다.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사는 아줌마도 알고 보니 간첩이다. 남파간첩 유형은 성별뿐 아니라 세대별로도 다양하다. 공무원으로 살다 명예퇴직한 뒤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노인은 신분세탁을 전문으로 하던 간첩.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도 간첩은 있다. 소를 키우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에 앞장선 귀농 청년은 겉보기와 달리 해킹 전문 간첩이다.

오늘도 평소처럼 약을 팔고, 공원에서 신세 한탄을 하며, 생활비를 쪼개면서 가계부를 쓰느라 안달하고, 갈수록 떨어지는 소 값에 한숨짓는 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지령이 떨어진다. 귀순한 탈북 고위층 인사를 암살하라는 것. 먹고살기 바빠 총알을 어디에 뒀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한다. 간첩이라는 다소 특수한 신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웃음 코드는 대부분 우리 서민의 삶에서 비롯된다. 후반부는 코미디보다 액션이 강하다. 15세 관람가.

‘피에타’

돈이 뭐기에…‘자비를 베푸소서’

감독 : 김기덕Ⅰ주연 : 이정진, 조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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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뭐예요?”

“돈?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 사랑, 명예, 폭력, 분노, 증오, 질투, 복수….”

‘피에타’에서 주인공 강도와 여인이 나누는 대화다. 빚 300만 원을 얻어 쓰고 순식간에 불어난 이자 3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세상, 그래서 탕감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팔이나 다리를 보험금과 맞바꿔야 하는 이 시대의 처절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피에타’다.

강도는 사채업자에 빌붙어 사는 인생이다. 기한 내에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를 찾아다니며 신체를 훼손해 미리 가입한 보험금을 챙기는 악질 중에서도 악질이다. 돈 대신 살을 베는 현대판 샤일록의 대리인인 셈이다. 인생 벼랑길에서 악덕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린 청계천 가난한 인생들은 그를 만나 무참히 무너진다.

‘피에타’에서 자본주의 사회는 ‘베니스의 상인’ 다수가 지배하는 ‘지옥’이다. 최근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거장들의 작품 가운데 빠지지 않는 주제가 전 지구적 경제위기로 인한 삶의 파멸이다. 왜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피에타’를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선택했는지 확인해볼 일이다. 세상에 남은 희미한 온기마저 사라지기 전에 ‘스스로 구원하소서’ ‘스스로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는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 내게도 꿈이 있었나 싶고, 산 날이 허무해

‘럼 다이어리’


양심이냐 특종이냐, 그것이 문제

감독 : 브루스 로빈슨Ⅰ주연 : 조니 뎁, 에런 에크하르트, 앰버 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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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떨쳐보겠다며, 남보란 듯 성공하겠다며,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당신. 지금 혹시 얄팍한 월급봉투와 자존심을 맞바꾸고, 자리 보전을 위해 양심을 값싸게 팔아먹으며, 울컥한 마음은 한잔 술로 달래고 있지는 않은지. ‘럼 다이어리’는 오늘도 상사 눈치 보고, 거래처 챙기느라 일상에 ‘절어’ 거창했던 ‘초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당신을 위한 영화다. 풍광 좋은 카리브 해 연안이 배경이다.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폴 켐프는 카리브 해 연안 지역 신문기자다.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을 써보겠다는 야심은 어느 옛날의 일이었는지조차 까마득한 신세. 취재원에게 받은 돈으로 럼주를 사 마시고, 별자리 기사나 쓰면서 허송세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동산 재벌 샌더슨과 그의 연인 셔넬이 거액을 제시하며 불법 리조트 건설을 위한 기사 작성을 청탁한다. 평생 술값과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달콤한 미끼. 양심을 팔 것인가, 인생 최대 특종을 잡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는 순간이다.

문장 몇 줄로 표현한 줄거리보다 자못 심각한 주제의식, 그리고 아름다운 푸에르토리코 풍경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헌터 S. 톰슨은 이른바 ‘곤조 저널리즘’ 창시자로도 잘 알려졌다. 객관성과 중립성을 모토로 한 보도보다 저널리스트의 참여와 주관적 판단을 중시하는 보도를 강조한 인물이다. ‘럼 다이어리’는 톰슨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안일한 삶을 살던 신참기자가 부패한 재벌과 뒷골목 삶, 미국 거대자본의 탐욕을 접하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에 눈 뜨는 과정을 푸에르토리코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린다. 청소년 관람 불가.

‘이탈리아 횡단밴드’

중년의 꿈, 도전은 아름다워!

감독 : 로코 파팔레오Ⅰ주연 : 알렉산드로 가스먼, 파올로 브리구글리아, 로코 파팔레오, 조반나 메초지오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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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노래 잘 부르고 기타 잘 치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중년 남자치고 밴드 활동 한 번 안 해봤다는 사람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매주 토요일 밤 KBS 2TV ‘TOP 밴드’와 Mnet ‘슈퍼스타K’를 보면 꿈을 잊고 살다 뒤늦게 다시 기타를 잡거나 마이크를 쥔 중년 남녀가 종종 나온다. 보는 사람 가슴이 짠해지는 이유는 꿈을 접고 살아온 지난날이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이탈리아에도 있다. 평균 이하의 중년 남자 넷이 모여 밴드를 만들고 이탈리아 최고 재즈 페스티벌 출전을 위한 ‘무한도전’에 나선다. 아내 구박에 주눅 들고 학생에게 외면당하는 예술고 수학선생 니콜라, 7년 동안 연애 한 번 못한 숙맥이자 변변치 못한 가게 점원인 살바토레, 주인공 친구 전문인 삼류배우 로코, 어찌된 일인지 몇 년째 말문을 닫고 묵언수행 중인 괴짜 프랑코. 오랜 친구인 이들이 이탈리아 최고 음악행사인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도전하기로 한다.

밴드 이름은 때마침 눈앞에 보이는 ‘풍력발전소’로 짓고, 행사장까지 차로 2시간이면 갈 거리를 9박10일간 달구지를 끌고 걸어서 가기로 한다. 그야말로 ‘걸어서 축제까지’다. 여기에 삼류잡지 여기자가 합류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여정이 우스꽝스러운 한편, 그 도전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누구 인생이라고 안 그럴까.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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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856호 (p118~125)

글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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