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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승강기 안전이냐, 대기업 때리기냐

‘승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관련 점검업체와 보수업체 대립

  • 김진수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jockey@donga.com 장형수 인턴기자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4학년 oopsconan@naver.com

승강기 안전이냐, 대기업 때리기냐

승강기 안전이냐, 대기업 때리기냐

승안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국승강기보수협회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회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인데 기술력이 떨어지는 영세업체에 보수를 맡기면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8월 27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승강기 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은 행안부가 ‘대기업 기선 제압’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5월 29일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는 한국승강기보수협회(이하 보수협회) 서길수 회장의 항변이다. 서 회장은 “승강기는 제품 특성상 점검 시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보수가 필요한데,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승강기안전법 개정안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면 점검업체와 수리업체가 달라져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항의 집회를 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국내 승강기 유지·관리 분야의 시장 구조를 알아야 한다. 전체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60%를 현대, 오티스, 티센크루프 등 대기업이 차지한다. 이들 대기업은 일감 중 절반을 협력업체에 맡긴다. 승강기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은 바로 이 일감을 문제 삼아 대기업과 협력사의 하도급거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렇다면 승강기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은 건물주로부터 수주한 일감을 단독으로 처리하든지, 아니면 수주를 포기하든지 해야 한다. 행안부는 대기업 직원들의 인건비가 높아 수주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독립 전문 업체들의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은 “협력업체들도 중소기업인데, 정부가 독립 중소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술 독점 안 돼 vs 생존 위협”



승강기 안전이냐, 대기업 때리기냐

승강기 보수 작업을 하는 모습.

대기업들도 승강기안전법 개정안이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티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시행하면 240여 개 사로 추정되는 협력업체가 사업 기반을 상실해 독립 중소 보수업체들과 저가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경우 승강기의 안전성이 저하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협력사들의 기술력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은 국회 심사보고서를 통해 이미 검증됐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통계에서도 독립 중소 보수업체들의 사고율이 더 높았다”고 덧붙였다.

전복진 보수협회 전무이사는 “협회 소속 업체들은 독립 중소 보수업체들보다 사고 건수도 적고,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세계 어느 사례를 봐도 승강기안전법 개정안처럼 강력한 규제를 펼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승강기 유지·보수 분야는 허가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쌓아온 전문기술력 없이도 일정한 등록 기준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해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는 상태”라면서 “제조사들은 하도급 보수업체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이들 업체에 기술 및 교육훈련 지원, 신제품 공급 등의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독립 중소 보수업체들이 기술적으로 정통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과의 승강기 관리계약을 꺼리는 상황이다. 또 낮은 가격으로 유지·보수를 하면 점검을 철저히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군소업체 난립으로 전체적인 단가가 낮아졌고 가격경쟁력 때문에 하도급을 주는데, 승강기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는 “승강기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체계적인 시스템하에서 효율적인 유지·보수가 이뤄져야 한다”며 “업무 성격상 보수 점검과 수리를 분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은 현실적인 부분까지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도급을 제한하는 이유는 계약 당사자인 유지관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기업이 일괄 하도급을 통해 공제하는 약 30%의 비용을 유지·관리 비용에 직접 투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차원이라는 것. 소기옥 행안부 안전개선과장은 “만약 승강기에 탑승한 산모가 위험에 처했는데 특정인만 수리가 가능하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느냐”며 “대기업이 자신들만 기술을 보유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관리를 일반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지·보수는 제조와는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 영역이고 기술 공유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특정 업체들의 기술 독점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행안부 “카센터처럼 만들 것”

박우진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사무관은 “일각에서 이번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하지만, 이미 입법 사례도 있고 여러 차례 법안을 검토했으므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아무리 우리나라에 자동차 제조업체가 많아도 카센터에서 모든 차를 고칠 수 있듯이 승강기도 같은 상황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승강기 안전법 개정안이 내년 2월 시행되므로 남은 기간에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관련 업계가 개정안 시행 전까지 가급적 많은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보수협회 측은 “정부중앙청사 앞에서의 항의 집회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주간동아 854호 (p38~39)

김진수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jockey@donga.com 장형수 인턴기자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4학년 oopscon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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