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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푸들 트리밍은 언제 시작했을까

‘Dog-사람과 개가 함께 나눈 시간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푸들 트리밍은 언제 시작했을까

푸들 트리밍은 언제 시작했을까

이강원·송홍근·김선영 지음/ 이담books/ 196쪽/ 1만2000원

“탕, 탕, 탕!” 남극을 정복한 아문센 원정대는 1911년 11월 21일 썰매를 끌던 개 27마리를 총으로 쏴 죽인다. 대원들은 털가죽 옷을 만들려고 가죽을 벗겨냈고, 고기는 다른 개에게 먹이로 줬다. 아문센은 극지 원정의 고질병, 즉 비타민 부족으로 생기는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동료 대원에게도 바로 잡은 신선한 고기를 권했다. 개 52마리가 남극 원정에 올랐지만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온 녀석은 11마리뿐이다.

개와 인간은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인간은 야생 개를 길들여 오랫동안 곁에 뒀고, 길들여진 개는 주인을 위해 썰매를 끌거나 사냥을 돕는 수렵견 혹은 조렵견이 됐다. 현재는 인간과 함께하는 반려동물로 ‘애완견’이 대세를 이룬다. 인형 같은 외모로 사랑받은 개도 있지만 늑대를 떠올리게 하는 야성미로 인간을 사로잡은 개도 있다. 이 책은 인간과 개의 관계사인 동시에 개의 시선으로 본 인간 문명사이기도 하다.

갈수록 흉흉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든든하게 집을 지켜줄 개를 원한다면 미니어처핀셔(이하 미니핀)가 제격이다. 미니핀은 덩치는 작지만 경계심이 많고 영리하다. 우울한 사람이라면 푸들을 키우는 게 좋다. 녀석은 학습과 연기 능력이 탁월해 사랑을 받는다. 충견을 원한다면 아키타가 딱이다. 그러나 한 주인만 너무 우직하게 따르는 특성 탓에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군견이나 경찰견으로는 인기가 없다. 골든레트리버, 래브라도레트리버 같은 듬직한 녀석은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비싼 데도 가장 잘 팔리는 요크셔테리어는 애견계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요크셔테리어는 쥐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중엽 잉글랜드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했던 스코틀랜드의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요크셔로 옮겨가며 집에서 키우던 작은 테리어도 데려갔다. 요크셔 지방의 공장이나 탄광에는 특히 쥐가 많았다. 좁은 실내에서도 빠른 몸놀림으로 쥐를 잘 잡는 작은 쥐잡이 개가 필요했고, 그 같은 목적으로 개량한 개가 바로 요크셔테리어다.

푸들의 트리밍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푸들은 사냥터에서 새를 물어오는 조렵견이다. 녀석은 곱슬곱슬하면서도 풍성한 털을 자랑한다. 총에 맞은 물새를 건져오려고 입수하면 털이 젖어 헤엄치기가 어렵다. 이에 엽사들이 심장이 있는 가슴과 관절이 있는 발목 부근의 털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짧게 깎아준 것이 푸들 트리밍의 기원이다. 심장 근처에 털을 남겨둔 것은 차가운 물에 갑자기 들어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심장마비를 예방하려는 조치였다. 실용적 목적으로 시작한 미용이 오늘날 푸들의 상징이 됐다.



이 땅의 토종개들은 일제강점기 기간에 ‘홀로코스트’를 당한다. 토종견 말살 이유는 단 하나.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다. 삽살개를 포함해 도처에서 매년 수만 마리 이상 도축했고 그것으로 가죽제품을 만들었다. 한반도 도처에서 개 짖는 소리가 사라져갔다. 조선 토종개가 거의 멸종한 자리에는 뒤늦게 유입한 서양개 후손이 채우고 있다.

살기가 팍팍할수록 ‘유기견’이 늘어난다. 개에 대한 인간의 배신은 여전하다. 우리가 진심으로 개를 대하려면 개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간동아 854호 (p66~6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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