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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맛있고 건강한 밥상… ‘올 댓 한식’

우리는 왜 비벼먹고 쌈 싸먹고 말아먹는가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맛있고 건강한 밥상… ‘올 댓 한식’

맛있고 건강한 밥상… ‘올 댓 한식’

동아일보사 한식문화연구팀 지음/ 동아일보사/ 360쪽/ 1만9000원

살아 있는 생명은 다른 것을 먹고 생명을 유지한다. 먹는다는 것은 동물의 처절한 본능이다. 다른 존재를 섭취하는 것은 야만스럽다. 그러나 신성하다. 먹는 것이 생명이고 삶이기 때문에 음식은 귀하고 또 귀하다. 이런 음식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행위가 기도이자 제사였다. 우리 민족은 대를 이어가며 음식을 내려준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이 책은 한국인의 밥상, 우리 음식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찾아내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상을 차려낸다. 먼저 한식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음식과 비교해도 최고의 웰빙 음식임을 강조한다. 한식은 식물성과 동물성 비율이 8대 2로 구성된 채식 위주의 식단에 발효음식을 적절히 추가하고, 해조류까지 다양하게 이용한다.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아주 적거나 그것도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왔다.

일찍이 약초 효능을 발견해 의학으로 발전시켜온 우리 민족은 풀 자체를 다양한 채식과 나물 요리로 만들어 먹었다. 여기에는 조상의 한숨과 오랫동안 배고팠던 DNA도 담겨 있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이 땅의 사람들은 산과 들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았다. 그래서 한국인은 먹을 수 있는 온갖 풀 종류를 알고 있었고, 독이 든 풀은 삶아서 물에 우려낸 뒤 먹는 방법을 체득했다. 나물과 버섯, 생채 요리만 대충 헤아려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국물 요리는 한식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갈수록 모호해지지만 국, 탕, 갱, 전골은 엄연히 다르다. 국건더기로는 고기, 생선, 어패류, 채소, 해조류 등 다양하게 들어간다. 이에 비해 갱은 대체적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채소를 위주로 한 국이다. 탕은 본래 약재를 넣어 약효가 강한 단품요리를 가리키고, 전골은 나중에 밥을 먹도록 한 국물 요리다. 밥을 쉽게 넘기기 위해 발달한 국물 요리는 적은 양으로 많은 사람의 허전한 배를 채워주는 구실도 했다.

“맛은 좋은데, 마구 비벼먹는 게 고상하지 못한 것 같다” “재미있기는 한데 점잖은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한식 세계화로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외국인은 비빔밥에 대해 여전히 오해한다. 그러나 비빔밥은 온 우주가 한 그릇에 오롯이 들어앉은 모습으로, 재료를 각각 색깔대로 구분해 담은 뒤 다시 통합하는 극단적인 식사법이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각각의 맛을 뛰어넘는, 섞여 하나가 돼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갓 씻어 물기가 줄줄 흐르는 푸성귀에 밥과 쌈장을 올려 입이 미어지도록 밀어 넣는 쌈은 가장 한국적이다. 쌈 재료로 배추와 호박잎은 물론 깻잎, 미나리, 쑥갓까지 사용한다. 해조류인 김과 미역, 심지어 묵은 김치도 싸서 먹는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덕무는 ‘사소절’이라는 책에서 선비가 상추쌈 먹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손으로 싸먹지 말고, 밥을 숟가락으로 떠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상추 몇 잎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밥숟갈 위에 있는 밥을 싸서 먹은 다음 장을 떠먹으라.”

한식은 풍부한 식재료에서 꽃핀 것이 아니다. 나쁜 환경과 열악한 조건에서 더욱 발전했다. 그래서 한식이 건강한 음식 혹은 자연친화적인 음식이 된 것이다. 별생각 없이 하루 세 끼 밥상을 마주하지만 알고 보면 한식은 깊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고 멋있다. 우리도 몰랐던 한식의 세계, 외국인도 경탄한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주간동아 851호 (p68~68)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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