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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다시 보고 싶다, 시대의 가객을

김광석 나의 노래 박스세트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다시 보고 싶다, 시대의 가객을

다시 보고 싶다, 시대의 가객을
1999년 여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김민기 트리뷰트 공연이 열렸다. 당시 필자는 공연에 참가한 밴드의 친구 자격으로 뒤풀이에 따라가는 행운을 얻었다. 한국 포크계 인사가 많이 모였는데, 그중 꽤 인기 있던 한 포크록 가수에게 누군가 말했다. “네가 제2의 김광석이 돼야 한다. 광석이가 간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후계자가 없어.”

그의 말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때 ‘제2의 김광석’으로 지명된 가수는 아직까지 그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그 여름으로부터 벌써 12년이 흘렀다. 역시 아무도 김광석을 대신하지 못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목소리, 김광석을 그리는 앨범이 나왔다. 그가 생전에 남긴 앨범 9장과 라이브 영상을 수록한 DVD 등 총 10장의 음반이 담긴 박스세트다. 리마스터링을 거쳐 마치 그가 살아서 노래하는 듯한 소리를 들려준다.

김광석을 세상에 알린 노래는 동물원의 ‘거리에서’다. 동물원의 데뷔앨범 첫 곡이자 타이틀곡이었던 이 노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바로 다음 날, 전국 고등학교 앞 레코드가게에는 동물원의 앨범을 찾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민중가요 진영을 넘어 대중에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그저 노래를 좋아하던 친구들과 별생각 없이 녹음한 음원을 당시 음반 기획자로도 활동하던 산울림의 김창완이 들었고, 그의 권유로 앨범까지 냈던 것이다. 당시 언더그라운드에서 동물원의 음악은 분명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질성은 야심이 아닌 체념에 가까웠다. 앨범을 내기 전 김광석은 “이걸 사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물원 탄생의 산파 구실을 한 김창완도 팀 이름을 ‘이대생을 위한 발라드’로 제안했다. 그만큼 시장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이질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원하지 않는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싱그러운 아마추어리즘으로 그려낸 일상의 보편적 정서는 어떤날, 유재하, 이문세-이영훈 등과 함께 1980년대 중·후반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가 시작됨을 알리는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그중에서도 김광석의 목소리는 대중과 그들 사이를 빠르고 강하게 당기는 승부수였다.

다시 보고 싶다, 시대의 가객을
앨범 2장을 끝으로 동물원을 떠난 김광석의 홀로서기는 순탄치 않았다. 아마추어리즘과 상업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첫 앨범을 냈고, 2집에 실린 ‘사랑했지만’이 라디오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따라붙었던 ‘동물원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이어진 ‘나의 노래’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수록된 3집과 ‘이등병의 편지’가 담긴 ‘다시 부르기’까지. 무엇보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대학로에서의 1000회 공연, 그 과정에서 김광석은 단순한 인기가수가 아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음악계가 빠른 속도로 TV 중심으로 재편된 1990년대 초·중반, 김광석은 캠퍼스 문화와 라디오, 그리고 소극장이라는 한국 대중음악의 모더니즘 계보를 마지막으로 잇고 실행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가요계에서 10년을 채우지 못한 채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군대에 갔는데, 아직 이등병 딱지도 못 뗀 상태에서 그의 부고를 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한 시대의 죽음이라는 걸. 그 후 16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김광석을 대신하지 못하리라는 걸. 김광석으로 정점을 찍었던 캠퍼스 문화가 그토록 빠르게 사라지리라는 걸.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은 말한다. “김광석은 마지막 통기타 가수다. 그가 죽은 이후 포크계는 무주공산이 됐다. 김광석 이후에 나온 포크 가수들은 통기타만 치는 것일 뿐, 포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박스세트를 들으며, 그동안 김광석의 이름으로 발매된 음원 중 가장 깨끗한 소리를 들으며, 새삼 그의 목소리가 위대하다고 느낀다.



주간동아 847호 (p70~70)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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