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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유해 사가라 가격은 한 구당 5만 달러”

북한 관료들, 중국 옌볜 등에서 은밀한 거래 제안…한국 망명 요구하기도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미군 유해 사가라 가격은 한 구당 5만 달러”

“미군 유해 사가라 가격은 한 구당 5만 달러”

미군 유해로 추정되는 뼈와 부장물.

지난해 3월 기자는 중국 옌볜에서 조선족 송○○(50) 씨를 만났다. 중국군 상교(우리 계급으론 중령 정도)와 경찰 간부를 지냈다는 송씨는 북한 평양에서 소학교를 다녔고 현재 가족이 북한에 산다고 했다. 송씨는 “14세 때 북한을 떠났다. 고모부가 김일성과 항일운동을 같이 했던 이두수(1915~ 94) 장군”이라고 말했다. 이두수는 북한에서 공화국노력영웅 칭호를 받기도 한 인물로, 북한의 대표 연극 ‘불사조’에도 등장한다. 2006년 6월 21일자 ‘노동신문’은 이두수에 대해 이렇게 썼다.

“연극 ‘불사조’에 나오는 주인공 리두성의 원형이 바로 항일혁명투사 리두수 동지요.”

돈벌이 목적으로 들고 나와

기자가 송씨를 만난 건 ‘거래’를 하기 위해서였다. 거래 물품은 6·25전쟁 당시 사망 혹은 실종된 미군 유해 4구. 기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무역상 P씨를 통해 송씨를 소개받았고, 대미 무역상으로 신분을 숨긴 채 송씨를 만났다. 송씨는 P씨를 통해 “북한 황해도 지역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4구가 중국에 나와 있다. 미군 측 도움을 받아 DNA를 확인한 뒤 미군 유해가 맞는다면 사가라”고 제안했으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가 중국에서 송씨를 만난 것이다. 송씨는 첫 만남에서 기자에게 “DNA 확인을 위해 유해 샘플을 제공하겠다. 유해 한 구당 가격은 미화 5만 달러다. 거래가 성사된 뒤 이 유해를 갖고 온 북한 관료와 나를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시켜달라”고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송씨에 따르면, 북한에서 유해를 발굴해 중국으로 갖고 나왔다는 사람은 북한 관료 K씨(50대 초반)다. K씨는 중국 옌볜 지역에 나와 있는 북한의 공식 외화벌이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주재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기자는 북한 정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만든 옌지의 한 사무실을 방문해 K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K씨는 이 사무실 대표로 돼 있었다. 송씨는 자신들의 신분을 확인해준다는 의미로 기자에게 K씨와 송씨 본인의 개인정보를 넘겨줬다. 송씨가 북한을 드나든 사실을 확인해주는 여권과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사진, 북한 관료 K씨의 연락처와 여권 사본 등이었다. 기자는 송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송씨가 아닌 K씨와 직접 거래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K씨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송씨를 통해 유해 일부와 부장품을 확인했고, 그중 일부를 받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기자는 지난해 3월 중국 옌지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K씨를 접촉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대신 미군 유해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져오는 일을 했다는 조선족 가수 L(42)씨를 만날 수 있었다. L씨는 옌볜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인기가 높은 가수로 알려졌다. 지난해 태양절(4월 15일)에도 북한 정부 초청으로 평양에 들어가 공연한 인물이다. L씨는 “유해 가운데 2구는 얼마 전 내가 북한에 들어갔을 때 K씨에게 부탁받아 갖고 나온 것이다. 황해도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두 달 후 북한에 들어가면 또 유해 2구를 갖고 나오기로 약속해놨다”고 덧붙였다.

송씨와 L씨 등에 따르면, 현재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파견된 북한 관료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미군 유해를 중국으로 갖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가진 유해가 미군 유해가 맞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도그태그 대부분 가짜였다”

“미군 유해 사가라 가격은 한 구당 5만 달러”

북한 관료의 대리인 조선족 송모 씨의 여권 (왼쪽)과 북한 출입증.

지난해 5월 기자는 중국에서 송씨 등으로부터 확보한 미군 군번줄(도그태그) 4개를 미군사령부와 미국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 측에 전달하고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가 지난 뒤 미군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도그태그만으로는 미군 유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 보내준 도그태그 가운데 일부는 실종 미군과 관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라 해도 북한 측 인사와 개별적으로 미군 유해를 사고파는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4월 기자는 송씨 등 중국 옌볜에서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 L씨가 북한에서 추가로 가져왔다는 미군 유해와 유류품을 찍은 사진을 보내겠다는 연락이었다. 사진 속 유류품 중에는 철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작은 조형물과 미국 달러를 흉내 내 만든 장난감도 있었다. 송씨와 L씨는 “미군 유해가 분명하다. 거래 금액은 협상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유해를 가진 북한 관료 K씨와 송씨가 안전하게 한국 혹은 미국으로 망명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협상에 응할 생각이 있다. 발굴한 뼈에서 추가로 DNA를 추출해 미군 유해가 맞는지 확인해도 좋다”고 전해왔다.

송씨 등을 기자와 연결해준 한국인 무역상에 따르면, 옌볜 지역에선 요즘 이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미국 측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이들이 팔고 다니는 게 진짜 미군 유해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미군 유해를 팔겠다는 북한 측 인사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식, 비공식 루트로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관료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인 투먼 지역에서 만난 한 북한 측 인사도 “중국으로 넘어온 북한 사람들 가운데 6·25전쟁 중에 사망한 미군 유해나 한국군 유해라며 뼈와 부장품을 갖고 와 장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들이 미국과 한국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여러 번 봤다. 내가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참고로, 1954년 유엔은 북한으로부터 유해 4011구(국군 유해 2144구, 나머지는 유엔 참전군 유해)를 돌려받은 바 있다. 미국은 JPAC을 창설하기 전인 1995년부터 북한에 들어가 1951년 1·4 후퇴 직전 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주변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 미국은 2005년 5월 작업을 중단할 때까지 북한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 400여 구를 옮겨오는 대가로 북한 측에 28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2005년 북핵 문제로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 발굴 인력의 안전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했다. 지금까지 133구의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아’ 2011년 5월호와 ‘주간동아’ 846호 참조)

그러나 중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은 대부분 사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에서 사망 혹은 실종된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을 해왔다는 한묘숙 씨는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3년부터 단둥에서 미군 유해 및 도그태그를 수집해오는 사람과 접촉했다. 도그태그 수백 개와 수많은 유골을 가져왔지만 대부분 가짜였다. 가짜 도그태그가 대부분이었고 소뼈도 있었다.”

사기일 개연성은 높지만, 북한 측 인사들이 중국으로 넘어와 미군 유해 장사에 나서고 있다는 것 자체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팔고 다니는 것이 실제 미군 유해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인권문제가 제기될 소지도 있다. JPAC 같은 기관을 운영하며 미군 유해를 찾는 미국으로서도 분명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다.



주간동아 847호 (p38~39)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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