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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병역 면제 청탁 뇌물 줘도 무죄?

알선수재 vs 알선수뢰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병역 면제 청탁 뇌물 줘도 무죄?

병역 면제 청탁 뇌물 줘도 무죄?
병무청 간부에게 아들 병역 면제를 부탁하고 병역이 면제되자 4000만 원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선박왕’ A(62)씨의 부인 B(56)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을 받은 병무청 간부에게 1심에선 ‘알선수뢰죄’를 적용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면서 돈 준 사람은 처벌할 수 없게 됐기 때문.

7월 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1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B씨의 항소심(2012노445) 선고공판에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B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원지역 전 병무지청장 C(60)씨에게는 알선수재죄를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000만 원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씨가 B씨로부터 청탁받은 시점인 2006년, C씨는 실제 B씨 아들의 신체검사 재검을 담당했던 병무청 직원 D씨와 안면이 있는 정도였을 뿐이고, 업무적으로는 거의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C씨와 D씨 사이를 특정 지위나 직무에 따르는 권위,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 또는 전·후임자 관계나 업무로 인한 유대관계 등에 근거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가 알선 목적으로 교부되는 금품을 받은 이상 실제로 알선행위를 하지 않았다거나 알선하기로 한 직무행위가 불필요하게 됐다 해도 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 과정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알선수재죄(특가법 제3조)는 성립한다고 봤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B씨는 2005년 아들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자 남편 회사 임원인 E씨를 통해 C씨에게 병역 면제를 청탁했다. 이듬해 아들이 재검에서 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되자 E씨를 시켜 C씨에게 4000만 원을 건넸다.



알선수뢰죄(형법 제132조)가 성립하면 금품을 준 사람을 뇌물공여(형법 제133조)로 처벌할 수 있다. 반면 알선수재죄는 금품을 준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 항소심 재판부가 C씨에게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면서 금품을 준 B씨는 처벌을 면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재물을 준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면서 “B씨가 C씨에게 4000만 원을 준 행위가 다른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으므로 원심 판결 중 B씨의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역 면제 청탁 뇌물 줘도 무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지방 병무청에서 징병검사 대상자들이 혈액검사 등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2010도11460 판결 등)은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는 것을 그 성립 요건으로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한다고 함은 친구, 친족관계 등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거나 단순히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 있다는 것만을 이용하는 경우는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적어도 다른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처리에 법률상으로나 사실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는 경우여야 한다”고 판시한 점이다. 이 사건에서 “C씨가 D씨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알선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이면 특가법 제3조,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를 적용한다. 다만 금품 등을 공여한 자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 공무원 또는 금융기관 임직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 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경우에는 변호사법 제111조를 적용한다.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변호사법위반죄가 인정되기도 한다.



주간동아 847호 (p17~17)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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