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5

2012.07.09

‘인구오너스’… 고령자 일자리 대책 시급

‘20-50클럽’ 시대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7-09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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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오너스’… 고령자 일자리 대책 시급
    2012년 6월 23일 오후 6시 36분, 대한민국 인구가 공식적으로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에서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20-50클럽’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50클럽이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가져온 듯하다.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한 시즌 홈런 20개와 도루 20개를 달성한 선수를 ‘20-20클럽’에 가입했다고 표현한다. 통상 홈런을 많이 치는 거포들은 걸음이 느리고, 도루를 잘하는 주자는 타석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장타력을 갖고 있으면서 발도 빠른 선수라면 감독으로선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20-20클럽은 이런 호타준족(好打駿足) 선수만 누릴 수 있는 영광스러운 감투다.

    한 나라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인구도 많고 국민소득도 높은 나라는 드물다. 세계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30여 개국에 이르지만, 대부분 북유럽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다. 반대로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선 나라는 25개나 되지만 상당수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있는 신흥국이거나 저개발국가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일본(1987), 미국(1988), 프랑스·이탈리아(1990), 독일(1991), 영국(1996)에 이어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고 하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표 참조).

    얼마 전만 해도 인구 감소를 걱정하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인구 5000만 명을 넘길 수 있었을까. 2006년만 하더라도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2018년에 493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16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5년 새 인구 감소 시기가 12년이나 늦춰진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뒤엎고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었던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출산율 증가를 들 수 있다. 2005년만 해도 1.08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2011년 1.24명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출산율 추이가 계속된다면, 합계출산율은 향후 점진적으로 상승해 2040년경에는 1.42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부터 생산가능 인구 줄어



    ‘인구오너스’… 고령자 일자리 대책 시급

    대한민국 ‘5000만둥이’를 상징하는 아이가 6월 23일 오후 6시 18분 태어났다. 주인공은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유선영(30) 씨가 자연분만으로 낳은 3.1kg의 예쁘고 건강한 딸이다.

    다음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지속적인 기대수명 연장이다. 이 밖에 국가간 인구이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통계청이 2006년 장래 인구를 추계할 때만 해도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2006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결혼 이민의 증가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인구 28만3000명이 국내로 유입됐다. 결국 더 많이 낳고, 덜 사망하고, 외국으로부터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인구 5000만 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20-50클럽 가입을 축하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총인구가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한다고 하지만 실제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 비중은 2012년 73.1%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 712만 명)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65세에 도달하는 2020년부터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출산장려 정책을 편다지만 출산율은 인구대체 수준(2.1명)에 훨씬 못 미친다. 설령 각고의 노력 끝에 출산율이 급상승한다 해도 이들이 생산가능 인구로 편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생산가능 인구의 부양부담은 되레 커진다.

    흔히 인구학자들은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는 시기를 일컬어 ‘인구보너스’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대 초반 정부가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1966년 53.0%에서 2012년 현재 73.1%로 최고점에 이를 때까지 46년간 인구보너스를 향유했다. 특히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생산가능 인구로 편입된 1970년부터 89년까지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연평균 9.2%에 이르렀다.

    ‘인구오너스’… 고령자 일자리 대책 시급
    임금피크제 도입 하나의 대안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2013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임 여성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생산가능 인구 유입이 감소하는 가운데 생산가능 인구 중 상당수가 고령인구(65세 이상)로 빠져나가면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2000년대 4%에서 2030년대에는 1%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도 함께 둔화하는 것을 두고 인구학자들은 ‘인구오너스’라고 한다.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늘어나 ‘책임(onus)’이 커지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런 상태라면 20-50클럽 가입의 기쁨을 잠시 뒤로하고, 인구오너스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산 정상에서 잠시 ‘야호’ 하고 외친 다음 경치를 감상할 틈도 없이 서둘러 내려가는 등산객 꼴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면 인구오너스 시대에 대비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정부 재정이 소요될 뿐 아니라, 상당 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생산가능 인구의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당장 2013년부터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하락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장려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는 한편으로 단기적인 대책도 시급하다.

    ‘인구오너스’… 고령자 일자리 대책 시급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대책이 고령자 일자리 만들기다. 현재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계속해서 일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높은 임금을 주면서 고령자들을 계속 부양하긴 어렵다. 근무연수가 오래될수록 연봉이 계속 올라가는 연공서열 방식의 급여제도가 문제다. 따라서 고령자가 현재 일하는 직장에서 좀 더 오래 일하도록 하려면 급여제도가 유연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은 줄여가는 임금피크제 도입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급여가 줄어드는 만큼 일에 대한 부담도 줄고 근무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고령자로선 그리 손해 보는 일이 아닌 데다, 기업 처지에서도 숙련된 노동력을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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