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3

2012.06.25

재즈가 흐르는 관능적인 쇼

뮤지컬 ‘시카고’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6-25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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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가 흐르는 관능적인 쇼
    뮤지컬 ‘시카고’(존 캔더 작곡, 프레드 에브 작사)는 197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손꼽히는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수차례 국내 공연에서도 매진 사례를 보인 인기작이다. ‘시카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의상이나 춤 등에서 느껴지는 관능적인 분위기다. 이는 안무가 겸 연출가인 보브 포시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비롯한 것인데, 노출이 많은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채 고양이처럼 관절을 움직이는 포시 스타일은 이제 뮤지컬뿐 아니라 다른 대중예술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카고’는 일차적으로 섹시한 스타일과 분위기로 관객에게 다가가지만, 꽤 진지한 주제와 완성도 있는 형식을 갖춘 수작이다. 마치 처음에는 외모와 분위기에 끌렸으나 알면 알수록 지적 매력이 부각되는 여인 같다고나 할까.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 교도소를 배경으로 부정한 사법부의 재판 과정을 풍자하며, 동시에 진정성 없이 흥밋거리만을 따라다니는 언론을 꼬집는다. 이렇듯 진지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블랙 유머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라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리바이벌 공연 때는 작품 속 이야기와 비슷한 법정 공방이 실제로 벌어져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보드빌(189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한 버라이어티쇼의 일종) 배우인 벨마 켈리와 나이트클럽 싱어인 록시 하트는 교도소에서 만난다. 벨마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둘을 살해했고, 록시는 정부(情夫)가 자신을 속인 것에 분노해 살인을 저질렀다. 한편 이들의 변호를 맡은 빌리 플린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죄수를 스타로 만들어내는 달인이다. 그러다 보니 벨마와 록시 역시 석방보다 유명해지는 데 더 혈안이 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여죄수 때문에 벨마와 록시는 언론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결국 두 여인은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 팀을 이뤄 화려한 쇼를 만든다.

    ‘시카고’는 내러티브가 아닌 에피소드와 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한가운데서 연주하는 데다 심지어 지휘자가 중간에 연기를 하기도 한다. 무대 장치도 사실적이지 않아 관객은 ‘공연을 보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의식하게 된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쇼가 부각되기 때문에 관객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인다.



    작품 배경인 1920년대가 재즈의 시대였던 만큼, 재즈 선율이 관능적인 안무와 합쳐지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만든다. ‘올 댓 재즈’는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뮤지컬 넘버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최정원과 인순이가 벨마 역으로, 아이비와 윤공주가 록시 역으로 출연한다. 빌리 플린 역은 남경주와 성기윤이 맡았다.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작품 완성도를 기대해볼 만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뮤지컬 배우들의 실력이 성장하면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춤 앙상블도 더욱 볼만해지고 있다. 10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재즈가 흐르는 관능적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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