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2

2012.06.18

화를 내는 것에도 기준이 있다

‘개그콘서트-박 부장’ 안 되려면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6-18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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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내는 것에도 기준이 있다
    “새로 오신 박 부장님… 좀 이상한 것 같아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 대리와 술자리를 가진 방 과장. 취기가 오른 김 대리가 방 과장에게 속에 있는 얘기를 풀어놓는다.

    “과장님도 저희 박 부장님 완전 천사로 알고 계시죠?”

    “응. 인내심 있고 팀원들 얘기도 잘 들어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김 대리의 하소연은 이랬다. 박 부장이 첫 한 달 정도는 부하직원이 실수해도 화를 내지 않고, 업무에 부족한 게 있으면 친절하게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180° 달라졌다는 것. 오늘 아침엔 불똥이 김 대리에게 튀었다. 회의에 딱 5분 늦은 김 대리에게 “직장생활의 기본이 안 돼 있다”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이다.

    “박 부장님은 중요한 회의라고 생각했는데 김 대리가 늦게 나타나서 서운했던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지각한 걸로 혼낸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오히려 ‘바쁘게 살다 보면 5분, 10분은 늦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고요.”

    울분을 토하며 술잔을 비우는 김 대리. 그는 왜 이렇게 답답해진 것일까.

    많은 상사, 특히 새로운 회사나 팀에 부임한 리더는 고민한다. ‘새로운 조직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까?’ 그러다 종종 이런 결론을 내린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최대한 화를 참고 조직원들이 하는 얘기도 잘 들어주자.’

    좋은 시도다. 새로 온 상사가 조직을 바꾸겠다며 섣불리 나섰다가는 조직원의 저항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려면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그런데 ‘진단이 끝났다’고 생각한 다음부터가 문제다. 그때부터 많은 리더가 슬슬 자기 스타일에 맞게 조직을 바꾸려 든다. 그러다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화를 낸다. 그렇게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참아야 한다’거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 들면 다시 화를 꾹 눌러 참는다. 리더가 화를 냈다, 참았다 하는 사이 부하직원들은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하루는 벼락같이 화내고,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진 다른 날에는 차분히 넘어가니 헷갈리는 게 당연하다.

    6월 10일 KBS 2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등장한 새 코너 ‘박 부장’이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개그 소재는 상사다. “원자재가 떨어졌다”고 말하는 부하직원에겐 “괜찮다”고 말하면서 “커피가 떨어졌다”는 보고엔 버럭 화를 낸다. “거래처와의 계약 날짜가 13일의 금요일이라 불안하다”는 부하직원에겐 미신이라며 격려하다가 자신의 체육복에 빨간 색으로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격분한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했다. 그러곤 씁쓸해했다. “우리 부장님과 똑같다”면서.

    화를 내는 것에도 기준이 있다
    리더가 지녀야 할 핵심 덕목 가운데 하나가 일관성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사를 믿고 따를 부하직원은 없다. 그럼 항상 꾹 참기만 해야 하느냐고? 물론 아니다. 리더가 마냥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성과를 내고 조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화내야 할 때는 화를 내라. 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조직원들과 합의하고 공유하면 더 좋다. 예를 들면 약속시간 지키기, 지시한 후 사흘 내에 무조건 중간보고하기 등이다. 이 약속을 어기는 부하직원에 대해선 정확하게 지적하라. 자기 기분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언짢으면 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일관된 원칙, 그게 신뢰받는 리더의 첫걸음이다.

    *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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