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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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음악여행 끝내준다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 인 제주도’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2-05-29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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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음악여행 끝내준다
    제주의 바람과 하늘과 바다와 고요는 서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단숨에 치유해준다. 언젠가는 제주에서 살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제주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음악인들을 초대해 공연을 여는 등 제주에 음악 문화를 싹틔우면 좋을 것 같다.

    5월 18~20일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 인 제주도(Great Escape Tour In Jeju Island)’라는 행사가 열렸다. 제주 출신 평론가와 레이블 대표, 문화기획자가 손잡고 만든, 음악과 여행을 결합한 이벤트다. ‘델리 스파이스’ ‘눈뜨고 코베인’ ‘바이 바이 배드맨’ 등 밴드와 함께 사흘간 제주 여행을 하고 그들의 공연도 즐기는 한마디로 금상첨화 투어다.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제주’라는 제안에 거절할 수 없었다. 제주의 참맛은 봄과 여름 사이, 계절이 바뀔 때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물며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함께 여행도 할 수 있다는데 선약이 문제일까. 그래서 떠났다. 뮤지션들과 행사 관계자, 그리고 여행자 10여 명과 함께.

    바람은 선선하고 느릿했다. 공기는 생활 소음 따위가 없어 편했다. 가는 곳마다 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그 충만한 기운을 받으며 함덕 해수욕장을 걷다 서우봉에 올랐다. 바이 바이 배드맨이 일렉트릭 기타 대신 통기타를, 신시사이저 대신 멜로디언을 들고 어쿠스틱 공연을 펼쳤다. 연주하는 그들 뒤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한결 아름다웠다.

    둘째 날은 위미마을부터 쇠소깍까지 올레 5코스를 걸은 후 제주대 아라뮤즈홀로 향했다. 투어 하이라이트인 ‘겟 인 제주’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3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여행객과 현지인으로 가득 찼다. 델리 스파이스를 제외한 두 팀에겐 이번이 첫 번째 제주 공연이었다. 현지인에게도 두 팀의 공연은 처음일 텐데, 홍대 앞 클럽 열기가 고스란히 피어나는 콘서트장에서 ‘처음’이라는 단어는 전혀 걸림돌이 안 됐다. 눈뜨고 코베인이 ‘당신 발밑’을 연주하고, 보컬 깜악귀의 주도로 관객이 단체로 율동할 때는 홍대 앞 관객보다 오히려 더 큰 호응을 보이기도 했다. 델리 스파이스가 ‘고백’ ‘차우차우’를 연주할 때 울려 퍼진 관객석의 ‘떼창’은 스펙터클하기까지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숙소에서 밴드와 관객이 함께 어울려 바비큐 파티를 한 건 뮤지션과 팬 모두 ‘위대한 탈출’ 중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동등한 위치에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빠른 속도로 친해지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다. 더욱이 이번 여행에선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명소 대신 한적한 오름과 해안, 그리고 올레길을 걸었다. 한적한 카페에서 핸드드립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마시며 산책도 했다.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의 연대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음악은 함께 즐기는 것이었다. 음악 동호회에 가입해 카페나 술집에서 여는 음악감상회에 참여하고, 서로 좋은 음악을 추천했다. 음악감상회가 끝나면 뒤풀이 자리에서 음악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음악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면서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

    이번 여행은 그런 기억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끌어냈다. 어느 참가자의 말이 기억난다.

    “주변에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인디 음악 좋아하면 오타쿠 취급해요. 그런데 여기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이 아닌, 보이는 모든 것이 온통 아름다운 제주에서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만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기에. 이 위대한 탈출은 매달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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