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8

2012.05.21

외국인 유학생 ‘멘토’ 만났던 날

5월 15일 한국 저명인사들과 스승-제자 인연 만들어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2-05-21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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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유학생 ‘멘토’ 만났던 날
    5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아시아기자협회와 아시아엔(www. theasian.asia)이 ‘내 마음의 스승 모시기’ 행사를 열었다.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모아 스승(멘토)과 제자(멘티)라는 인연을 맺어주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참석자인 외국인 유학생과 저명인사들은 스승이 가까이 있지 않거나 고인이 돼 스승을 만날 수 없는 상황. 이 행사는 사제지간의 애정으로 아시아 비전을 제시해온 아시아기자협회가 올해로 네 번째로 마련했다.

    행사장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최 측에서 멘토와 멘티를 임의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가 직접 멘토 혹은 멘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인 듯했다. 연회장은 마치 학생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려고 눈치작전을 펴는 교무실 풍경과 비슷했다.

    멘티 측 참가자인 리사(미국·국제평화스포츠연맹 SR팀 근무), 사라(네팔·주한유학생협회 사무국 차장), 질소드(우즈베키스탄·㈜한화 근무), 프라카스(네팔·서울대 의과대학 박사과정), 마리아(러시아·한국학중앙연구원 학업), 임호(중국·중앙대 간호학과 석사과정), 왕선(중국·아시아엔 기자)은 아시아엔 특파원이자 외국인유학생모임을 이끄는 이들로, 멘토에게 호감을 주려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멘토 측 참가자인 구본홍 CTS기독교TV 사장, 임웅균 성악가, 강지원 변호사, 독고윤 아주대 교수,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이석연 변호사,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등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승을 기억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드로잉 퍼포먼스’를 개척한 김묵원 작가는 대금 소리에 맞춰 카네이션을 수묵화로 표현했다. 뒤이어 외국인 학생들이 멘토단 앞에 서서 유창한 한국말로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라는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자 몇몇 사람들이 상념에 젖었다.

    “스승에게 받은 사랑 제자에게”



    행사는 이상기 아시아엔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앉은 순서대로 스승에 대한 추억담을 밝히며 자신을 소개했다. 성우이자 서울예술대 교수인 배한성 씨가 “훌륭한 멘토는 직접 시범을 보이고, 위대한 멘토는 듣는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며 멘토의 성격을 정리하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나는 지금도 멘토를 찾는다”면서 스승을 찾는 이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멘티를 지목하기도 했고, 사회자가 멘토-멘티를 이어주는 큐피드를 자처하기도 했다. 간혹 호감이 가지 않은 사람에게 선택돼 불만스러워하는 멘티도 있었지만 인연은 역시 어느 한쪽만 호감을 가지고 있어도 맺어졌다.

    “자연을 좋아해 37세부터 농장을 만들어 살고 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이 저처럼 농장 일을 하면서 자연을 느끼며 살길 원해요. 러시아 사람의 50~60%는 주말농장 문화를 누린다는데 저는 러시아 유학생인 마리아와 함께 이 운동을 하고 싶어요.”(박상설 캠핑 전도사)

    “구본홍 사장은 ‘멘토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사람”이라면서 자신도 그런 멘토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요. 어떤 분이 이분의 멘티가 되고 싶습니까? 중국인 임호 씨가 손드셨네요.”(사회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질소드는 본국에 돌아가 군복무를 마치고 장관이 될지 아니면 이곳에서 정착할지 고민한다는데요. 이 친구에게 조언해주실 분 계신가요? 네, 임웅균 성악가 님. 잘됐습니다.”(사회자)

    그 밖에도 정대철 전 한국방송학회장은 리사, 배한성 교수는 프라카스, 독고윤 교수는 왕선과 각각 멘토-멘티가 됐다.

    사람은 한번 스친 인연의 입김으로 살 힘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멘토가 된 인사들이 독고윤 교수의 발언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신세진 선생님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 ‘그 사랑은 자네 학생한테 돌려주는 거야’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정년퇴임을 앞둔 지금까지 그 사랑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라도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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