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8

2012.05.21

“제 작품이 스크린에…정말 기분 좋죠”

영화화 앞둔 웹툰 ‘목욕의 신’ 하일권 작가

  • 곽정아 인턴기자 ruyao@daum.net

    입력2012-05-21 09: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제 작품이 스크린에…정말 기분 좋죠”
    웹툰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스토리라인, 검증받은 대중성은 영화계가 웹툰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영화 제작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스타 웹툰 작가의 판권을 사려 경쟁한다. 영화화할 웹툰만 수십 가지다. 5부작으로 제작할 주호민의 ‘신과 함께’, 강풀의 ‘이웃사람’, 영화 ‘풍산개’를 만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여기에 누리꾼 평점 10점 만점에 9.9점을 기록하며 폭발적 인기를 끈 하일권(30·사진) 씨의 웹툰 ‘목욕의 신’도 가세했다.

    “시나리오는 제 손을 떠났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건 의미 없어요. 사람들은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적 재미를 원할 거예요.”

    ‘목욕의 신’은 먼지 날리는 만화방 소파에 드러누워 낄낄거리며 읽을 만한 코믹 웹툰이다. 허영기 가득한 주인공 허세가 금자탕에서 목욕관리사들을 만나 때밀이 세계에 입문하는 과정을 그렸다. ‘노때월드’ 회장, ‘사랑은 금자탕 약탕 안에서’ 등 젊은이가 환호할 만한 유쾌한 패러디와 웃음 코드가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목욕의 신’은 누리꾼이 영화로 보고 싶은 작품 1순위로 꼽았다.

    “허세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강해요. 요즘 젊은이도 다들 허영심을 갖고 있고 겉치레도 하잖아요. 밉지만 딱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죠.”

    웹툰 작가로 데뷔한 지 7년, 하씨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립했다. 첫 삽을 뜨는 건 힘들었다.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를 나온 그는 원래 애니메이션 감독을 지망했다.



    “마침 강풀 작가님이 화제가 될 때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생이라 바로 작업에 들어갔죠. 잃을 게 없었거든요.”

    웹툰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때였고, 규모도 작았다. 그는 밤낮없이 끼니도 거르며 일주일 내내 일했다. 연재 중에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곤 자석처럼 책상 앞에 붙어 있었다. 특히 ‘목욕의 신’은 스토리 구성에서부터 그림까지 어시스턴트의 도움 없이 혼자 완성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상상 속 만화가 모습 그대로다.

    “일주일마다 마감인데, 과로로 한 번 휴재한 적이 있어요. 도저히 그릴 수 없을 상황까지 치달았죠.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그래도 그런 노력 덕에 그는 2008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노력한 만큼 경력과 실력을 쌓을 수 있어요. 그리고 딱 그만큼의 대우를 해줍니다.”

    지금 그는 데뷔작 고료보다 수십 배 뛴 대우를 받는다. 첫 작품 ‘삼봉이발소’는 연극으로 변신했다. 단행본 출판부터 OST 앨범, 영화 판권 계약까지 그가 창조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했다. 상대의 때를 미는 ‘목욕투’를 게임으로 만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출시 보름 만에 23만 명이 다운받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의 웹툰은 세계로 뻗어나간다. 얼마 전 왕따 소년과 로봇 소녀의 만남을 그린 ‘3단합체 김창남’은 영국 영화사 페브러리 필름과 판권 계약을 했다.

    “계약 조건을 떠나 외국에서 제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에 끌렸어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영국에서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나 설정은 바뀌더라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현대 사회에서 사람이 인간성을 잃어간다는 경고 말이에요.”

    웹툰 비즈니스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시장으로, 폭넓은 인터넷망과 빠른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맞춰 개발한 장르다. 만화강국 일본의 경우 만화 출판과 유통 시장이 활성화했기 때문에 굳이 웹툰이 나올 필요가 없다.

    “작가들이 바라는 점은 늘 똑같아요. 웹툰이 돈을 내지 않는 무료매체라고 해서 그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에요. 작가들이 노력해서 만든 소중한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