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사회

도전과 모험 ‘벤처정신’ 50세 열정을 깨웠다

장년창업 성공 CEO 열전 ③ 한융희 지앤테크 대표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도전과 모험 ‘벤처정신’ 50세 열정을 깨웠다

전국적으로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712만 명에 달한다. 그중 이른 베이비부머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퇴대란’이 시작되면서 베이비부머 은퇴자의 노후 문제는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이들을 만나본다.

‘늙지 않는 꿈, 나이 들지 않는 정신’이란 뭘까.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한융희(50) 지앤테크 대표다. 도전정신과 모험심, 열린 마음으로 항상 깨어 있는 그는 ‘벤처정신’이 좋아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뒤 우여곡절 끝에 사업 재도전에 성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했는데 마음속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늘 있었다. 특히 벤처사업은 아이디어 상품을 가지고 직접 기업을 만들어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할 수도 있고…. ‘재미’라고 표현하긴 뭣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좋았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벤처사업에 뛰어들었고, 해보니까 적성에도 잘 맞는다.”

지난해 9월 설립한 지앤테크는 문을 여닫을 때 손가락이 끼어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도어를 개발해 판매한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올린 매출은 수주 잔량까지 포함해 3억5000만 원. 짧은 시간에 놀랄 만한 성과다. 한 대표가 직접 개발한 경첩을 장착한 안전도어는 그동안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제품은 현재 두 곳의 외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해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한상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때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동포 바이어들이 우리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그때는 제품 기능을 개량 중이라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디자인을 더 다듬고 국내 시장을 다진 뒤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 수출협상을 일단 중단했다. 국내 주문은 꾸준히 늘어 올해 매출액 6억~7억 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



손가락 껴 다치는 것 방지 ‘안전도어’ 개발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시작한 첫 사업은 다이아몬드 감정사와 딜러였다. 해외를 누비며 십수 년간 해오던 사업을 접고 국내에 눌러앉은 건 뜻밖의 사고 때문이었다. 그가 일로 잠시 한국에 들어온 사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파트너로 일하던 친구가 자신의 차 운전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것. “현지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지금도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 그는 “보석 사업은 대우도 좋고 유망한 사업이지만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보석 사업은 자기 경계 안에서 하면 안전하게 100원을 벌 수 있다. 그런데 경계를 벗어나면 5000원, 1만 원도 벌 수 있다. 그 대신 돈에 대한 유혹에 이끌려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위험해진다. 항상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는 데다,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계획하고 기다리다 순간적으로 덮치기 때문에 빠져나갈 방법도 없다. 내가 함께 있었다면 위험성을 감지하고 친구를 말렸을 텐데, 그렇지 못해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들어가지 못한 그는 해외를 무대로 하던 다이아몬드 딜러 사업을 접었다. 그 대신 국내에서 철강과 비철을 거래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벤처기업 창업에 임원으로 참여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접 인수해 최고경영자(CEO)로 2년 반을 버티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회사를 최종 정리하는 단계에서 적자는 아니었다. 다만 자금 회전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한순간 깨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걸 다 쏟아붓고 막바지에 사채를 좀 끌어다 썼는데, 자금 회전이 안 되니까 빚이 점점 불어났고 더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

도전과 모험 ‘벤처정신’ 50세 열정을 깨웠다

한융희 대표가 개발한 안전도어.

그 후 2년여 동안 뭘 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회사가 망가지면서 그도 신용불량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때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접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미국에서 안전경첩에 대한 설계도면을 들고 그를 찾아왔던 것. 당시 설계도면상의 경첩은 20개 조각으로 된 매우 복잡한 기계장치와 흡사했다. 그것을 본 그는 친구에게 “지금 도면 상태로는 만들기도 어렵고 시공도 어려울 것 같다. 왜 좋은 아이디어를 이렇게 만들었느냐”며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그의 아이디어에 감탄한 친구가 함께 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실패가 거듭되자 친구는 회사에서 손을 뗐고 ‘잘만 하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 대표는 끝까지 매달렸다. 그 결과 설계도면상 20개 조각으로 복잡했던 안전경첩은 기능과 성능 면에서 월등하면서도 3~4개 조각으로 단순화한 실물 제품으로 탄생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에게 2년간의 안전경첩 개발 과정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제품 설계도면을 정확하게 그려서 금형 공장에 넘겨주면 실물이 그대로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력 생기면 재창업 펀드 조성

도전과 모험 ‘벤처정신’ 50세 열정을 깨웠다
“도면을 가져가면 공장 사람들은 자기들이 전문가라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토를 달고 무시하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 금형 공장과 일하는 건 처음이니까 그쪽 분위기도 잘 몰랐다. 금형 제작이 잘못 나와 수정할 때도 하루 이틀이면 될 일을 한 달, 두 달씩 끄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 도면도 내 전공이 아니니까 대충 생각대로 그려서 전문가에게 맡기면 그건 또 그것대로 어그러지고, 소재 선택도 힘들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완제품이 나온 뒤 시공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그치지 않았다. 현장 인부들이 지앤테크 제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 기존 방식으로 안전경첩과 문을 달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 일반 경첩으로 문을 달 때보다 2~3배 시공 시간이 더 걸리는 것도 문제였다. 그로 인해 안전경첩에서 시작한 한 대표의 사업은 경첩과 문을 일체화한 ‘안전도어’ 사업으로 확장됐다.

지앤테크 제품은 조만간 건축 신소재와 자재 관련 상설전시장 세 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우리가 원한 게 아니고 전시장 측에서 요청이 들어왔다”는 한 대표는 “지금의 성과가 있기까지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친구가 떠나면서 회사가 깨지는 바람에 당장 새로운 사업장이 필요했던 그는 “시제품이 나오고 계속 기능을 개량해가던 시점에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했는데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사업 공간을 제공받았을 뿐 아니라, 창업과 사업 진행에 필요한 전문가로 이뤄진 멘토 시스템도 큰 도움이 됐다.

“함께 입주한 장년창업센터 1기생, 멘토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소스와 방법도 많이 알게 됐다. 여러 금형 공장을 연결해준 것도 그분들이다. 1기생들과는 지금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각자 사업 분야는 달라도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서로 지켜봐주는 사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사업을 통해 꼭 이루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다. 자신처럼 실패를 딛고 새로 일어서고자 하는 사람의 재창업, 재도전을 돕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여력이 생기면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업 펀드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창업 시스템도 구축해 벤처정신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을 뒷받침해주면서 성공을 돕고 싶다.”



주간동아 836호 (p40~41)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79

제 1279호

2021.03.05

윤석열, ‘별의 순간’ 붙잡았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