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2012.04.23

재능 칭찬은 독 과정을 피드백하라

부하직원 열린 마음 만들기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4-23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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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 칭찬은 독 과정을 피드백하라
    방 과장의 업무 파트너인 강 대리의 표정이 요즘 무척 어둡다. 방 과장도 덩달아 기운이 빠진다. 강 대리의 기운을 북돋워줘야겠다고 생각한 방 과장.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다 작은 것 하나라도 칭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보고서를 작성해오면 “역시 강 대리는 뭔가 달라”라며 격려하고, 제안서를 내밀며 “이게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다”고 쭈뼛거려도 “강 대리 실력이야 출중하잖아?”라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웬걸, 방 과장의 칭찬을 듣고도 강 대리의 표정엔 별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라며 의아해할 뿐이다.

    용기를 내 먼저 다가섰건만 알아주지 않는 강 대리 때문에 오히려 민망해진 방 과장. 그는 뭘 잘못한 걸까.

    다큐멘터리 한 장면을 보자. 대학생 한 명에게 50개 정도의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시킨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외운 단어를 적어보라고 한다. 실험 참가자가 열심히 외운 단어를 적는 동안, 그 과정을 지켜보던 실험 진행자가 한마디 던진다.



    “대단하신데요.”

    진행자의 칭찬에 실험 참가자는 머쓱해하며 “정말요?”라고 수줍게 묻더니, 계속해서 단어를 적어 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진행자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잠시 자리를 뜬다. 단어가 적힌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로.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다. 실험 참가자는 어떻게 행동할까.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단어가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고는 단어를 적어 나간다. 왜 그랬을까. 실험 참가자는 이렇게 답했다.

    “별것도 아닌데 대단하다고 칭찬하니까 그분의 기대를 만족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 실험은 칭찬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먹인다. 상대가 더 열심히 행동하게 하려고 던진 한마디의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근거 없는 칭찬, 선천적 재능에 대한 칭찬은 하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부하직원의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아니다. 상대의 마음 구조를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 마음의 틀, 즉 마음 구조를 닫힌 마음과 열린 마음 둘로 구분했다.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은 지능과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포기해버린다. 반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노력만 하면 얼마든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 평가를 받아도 절망하기보다 실력을 키우려 노력한다.

    부하직원이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이지만 답은 평가자인 상사의 마음에 있다. 상사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부하직원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닫힌 마음을 지닌 상사는 사람 자체를 판단한다. 부하직원이 성과를 내면 “자넨 역시 달라”라며 재능을 칭찬하고, 실수하면 “자넨 왜 그 모양인가?”라며 사람 자체를 질책한다. 재능이 있다는 칭찬도, 재능이 없다는 비판도 결국 모두 나쁘다.

    결과나 재능이 아닌 과정에 대해서만 피드백하라. 어떤 자료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일하는 과정에 힘들었던 점은 없는지 등을 묻고 조언하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부하직원의 성과와 업무방식에 대한 정확한 관찰이 선행돼야 한다. 관찰을 통해 파악한 사실만으로 피드백해야 부하직원이 자기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재능 칭찬은 독 과정을 피드백하라
    부하직원이 열린 마음을 갖고 일하도록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리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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