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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11 총선 도전과 희망

민주통합당 김부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 진행·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4·11 총선 도전과 희망

4·11 총선 도전과 희망
일시 | 4월 18일 오전 10시

장소 |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6층 대회의실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 “대구 유권자 변화 욕구 몸으로 느꼈다”…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호남 앞잡이’로 새누리당 설득하겠다”

“선배님! 애쓰셨습니다.”

“이 의원! 고생 많았습니다.”



총선을 치르고 꼭 일주일이 지난 4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부겸 의원과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을에 나섰다 낙선한 이정현 의원이 총선 이후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았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는 두 사람에게 긴 말은 필요치 않은 듯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총선 후일담으로 시작됐다.

이정현 : 하루는 성당 앞 길가 턱에 한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나를 알아보실까 반신반의하며 “큰이모, 나 정현이. 부탁해”라고 말을 걸었더니 “알아, TV에서 봤어. 야무져. 찍어줄게” 하시더라. ‘86세 할머니도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후보 됨됨이를 보고 판단하시는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선거운동에 임했다. 또 한 번은 유세차를 타고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상가를 도는데, 떡집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가 음료수병을 들고 유세차를 쫓아왔다. 어느 정도 이동한 뒤 유세차가 멈춰 서자 아주머니가 내게 음료수를 건네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를 격려하려고 움직이는 유세차를 계속 쫓아왔던 것이다. 그때 느꼈다. 아, 단순한 선호를 넘어 적극적인 지지자가 나에게도 생겼구나.

김부겸 : 선거운동을 시작해 며칠 유세를 하다 보니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때 어느 아주머니가 달걀 한 판을 사서 건네고는 얼른 돌아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면 배신자라고 낙인찍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유세하느라 갈라진 내 목소리를 듣고는 안타까웠는지 달걀을 건네준 것이었다. 대구시민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였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유권자에게 잠재해 있는 변화 욕구를 조금씩 꿈틀거리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다.

사회 : 지역주의 극복의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당선 영광을 누리진 못했다.

김부겸 : (민주통합당 출범 등) 당내 사정으로 1월 17일 (대구에) 내려갔다. 선거운동 기간이 석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역민과 피부를 맞대며 접촉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또 12월 대선을 앞두고 총선이 치러지다 보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에 나서는데 (김부겸을 찍으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민심도 있어 결국 당선에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이정현 :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1995년 첫 출마 이후 17년간 일관되게 광주와 호남 예산 지킴이로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지지 변화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선거일을 하루 이틀 앞두고 막판에 (지지를) 지켜내지 못했다. 선거 막판에 위기의식을 느낀 상대 진영에서 ‘광주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 없지 않느냐’며 광주의 자존심을 거론한 이후 속수무책 상태에 이르렀다. 지역정서도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 내 선거운동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사회 :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김부겸 : 개인적으로 대구에서 정치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당신은 이벤트 한번 하고 떠날 거지’라는 불신을 깨는 것이었다. 그래서 삶의 근거지를 대구로 모두 옮겼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들었던 충고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대구·경북을 버리는 민주당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민주당을 만든다는 각오로 일하라’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잘못했던 것을 고쳐 대구·경북 유권자에게서 신뢰와 사랑,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

이정현 : 새누리당의 ‘호남 앞잡이’ 노릇을 하겠다. 새누리당 앞잡이로 호남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 앞잡이로 새누리당의 변화를 유도하고, 호남 정서와 애로사항을 새누리당에 전파하며 설득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 지난 30년간 지금의 여당과 호남 사이에는 실핏줄 같은 소통 통로마저 끊겨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내가 국회의원 한번 하고 안 하고를 떠나, 민주당 사람으로만 이뤄진 호남 목소리와 별도로 새누리당 사람으로서 호남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데 노력하겠다.

사회 :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가 뭐라고 보나.

김부겸 : 정권심판론이나 반(反)이명박 정서만으로 민심이 민주통합당을 선택하진 않는다. 선거가 50일 정도 남았을 때 민주통합당에서 ‘우리당이 1당이 되면 뭘 어떻게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때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교만하면 안 된다. 50일이면 긴 시간인데 벌써 건방을 떠느냐’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론,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 우리에게 불리한 아젠더를 우리 스스로 쟁점화하면서 결국 보수결집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 선거 막판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우리를 지지하지 않는 층에게는 지지와 결속의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4·11 총선 도전과 희망

김부겸

사회 : 총선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정현 : 대세론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다. 대선은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다. 아직 대선에 나설 후보들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세론을 들먹이는 것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흠집내고 코너로 몰려는 정략적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다만 ‘박근혜 대망론’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가 급박하게 달려오면서 많은 분야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을 정상화하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 존재한다. 또 이념이나 당 이익보다 국가, 국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DNA처럼 몸에 흐르는 지도자를 갖고자 하는 ‘박근혜 대망론’이 있다.

김부겸 :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있다고 믿는다. 박 비대위원장이 가진 장점과 국민적 기대는 일정 정도 절대적이다. 따라서 우리 당 대선후보가 되려는 사람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당 기반을 공고히 하고 국민 기대를 얻는 리더로 성장해야 한다. 일대일로 박 비대위원장과 승부를 보겠다는 얕은 생각으로 나선다면 체급적 열세로 혼날 수 있다. 경쟁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것은 물론, 정책 내용으로 국민에게 진정성과 정책 실현 의지를 인정받아야 박 비대위원장을 넘어설 수 있다. 국민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가 있는 한편, 뭔가 어수선하면 불안감을 느낀다. 국민은 국가의 안정적인 내일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함께 갖고 있다. 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회 :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안론도 있는데.

김부겸 : 안 원장이 (조만간) 어떤 결심을 하지 않겠나. 총선은 복잡한 정당 역학이지만 대선은 다르다. 대선에 관심 있다면 자기 생각을 밝혀야 한다. 5000만 국민의 미래에 대해, 또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안철수라는 사람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런 과정 없이 정당 역학을 이용하려 든다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공학이다.

사회 : 총선 기간에 대학특강을 명목으로 광주와 대구를 방문한 안철수 원장과 두 후보의 만남이 추진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정현 : 안 원장이 특강에서 밝힌 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자는 내용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정치하는 사람이 강연장에 찾아가 그걸 이용하고 활용하려 든다면 강연 가치만 떨어뜨릴 뿐이다. 더욱이 나는 박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 거명되는 사람이다. 이런 내가 또 다른 대선 예비주자로 거론되는 사람을 만나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 : 그럼에도 안 원장과 회동 추진 보도가 나온 이유는 뭘까.

이정현 : 강연 전날과 강연 당일 아침에 몇몇 언론인이 내게 ‘안 원장이 전남대에서 강연한다. 내용은 지역구도 타파다. 광주 들렀다가 대구에 갈 것이다. 그러니 행사장에 가서 안 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다. 거듭 밝히지만 안 원장 측에서 (만나자는) 제안은 없었다.

김부겸 : 대구에서 3000명이 모일 정도로 안 원장의 경북대 특강은 분명 굉장한 이벤트였다. 그렇지만 선거에서 유리해지겠다는 생각으로 안 원장을 만나는 등 가볍게 움직여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회 : 안철수 대안론이 나오는 배경은 뭐라고 보나.

김부겸 : 젊은이들이 안 원장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안 원장이 국가 비전, 젊은이에 대한 위로와 소통, 특히 사회 정의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강자의 독점과 횡포로부터 서민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라는 비전을 제시해 열광하는 것이다. 적당한 인물이 없으니 안철수라고 하는 건 안철수의 매력이 아니다.

이정현 : 인간 안철수에 대해서는 이 땅의 젊은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훌륭한 선배, 잘 살아온 어른으로 보고 싶다. 그것이 정치로 이어지느냐는 당사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매력 있는 롤모델이라 생각한다. 대안론은 아직 안 원장이 아무런 결정도 안 했기 때문에….

김부겸 : 역시 부잣집답다. 여유가 있어.

이정현 : 내가 속으로는 얼마나 초조한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국민에게서 더 큰 사랑을 받도록 지원하는 일만 생각하기에도 바쁘다.

사회 : 19대 국회에 입성했다면 꼭 관철하고 싶은 법안이 뭔가.

이정현 : 특정 법안보다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인사탕평이 구호를 넘어 제도화할 수 있도록, 가능하다면 법으로 아니면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정치인이 헌법을 잘 안 지키는 것을 바로잡고 싶었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을 명기했는데도 집권여당은 자존심과 위상을 팽개친 채 청와대와 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는 아주 나쁜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가 던져주는 법안과 예산안, 동의안에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태도나 관행을 확실히 바꿔야 한다.

4·11 총선 도전과 희망

이정현

사회 : 이 의원은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4년간 활동해왔는데, 자아비판인가.

이정현 : 이명박 정부에서 비주류 구실을 하면서 당과 국회에서 이런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그렇지만 많이 부족했다.

김부겸 : 수도권에 살다가 지방에 내려가 보니 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굉장히 피폐해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국토균형 발전과 지역균형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가 시행하는 지역균형선발을 교육과학기술부 등 당국에서 사립대까지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또 지역 인재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1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의무적으로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관련 법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돈도 인재도 수도권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고 만다. 또 하나는 기업 강자들의 횡포를 막고 경제민주화를 이뤄낼 법안을 만들고 싶었다.

사회 : 올 12월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보나.

이정현 : 국민화합, 사회통합이라고 본다. 건국 이후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까지 이뤘고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국민 에너지를 결집해 폭발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그 이전에 사회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진솔하게 자성하면서 반성과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대책 가운데 하나가 인사탕평과 국정운영의 정상화, 법치다. 국정원, 국세청 등 국가기관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해야 한다. 법치와 신뢰를 중시했을 때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김부겸 :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형평 혹은 공평이라고 본다. 기회가 한쪽으로 너무 쏠렸다. 가진 자와 없는 자, 힘 있는 자와 없는 자, 일자리가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통합과 상생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 국민은 많이 지쳤다. 일상에 지치고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는 데 지쳤다. 누구나 배는 좀 고파도 사람답게 살고 싶은 열망이 크다. 기회 등의 형평이 이뤄지면 소통할 수 있고 국민통합과 상생도 가능해지리라 본다.



주간동아 834호 (p20~23)

진행·정리=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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