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2012.04.23

“기쁨과 즐거움 주는 일 합창이 최고죠”

일청합창단 이병직 상임지휘자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04-23 09: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쁨과 즐거움 주는 일 합창이 최고죠”
    4월 12일 여의도 63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일청합창단의 세 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상임지휘자 이병직(59) 씨와 눈을 맞춘 단원들은 교회음악에서부터 오페라, 가곡, 뮤지컬, 동요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능숙하게 안무를 소화하고, 합창단원이 반주자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다른 합창 공연에서 보기 힘든 퍼포먼스에 관객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일청합창단 창단 목적이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 그들이 하는 일에서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하도록 돕자는 것인데, 보신 분들이 즐거워하니 거기서 보람을 느끼죠.”

    이씨는 지난해 정진원 원풍실업(약품 무역업) 회장을 도와 일청합창단을 창단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활동한 고운빛 여성합창단을 9년여 동안 지휘하면서 정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합창을 좋아해 여성합창단을 꾸렸으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해체할 수밖에 없었던 정 회장이 10여 년 만에 다시 합창단을 만들어보자며 이씨에게 손을 내민 것. 정 회장이 기부와 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음악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는 흔쾌히 창단 작업에 나섰다.

    고운빛 여성합창단은 아마추어 성격이 강했으나 일청합창단은 혼성합창단이면서 단원 대부분이 음악 전공자라 프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원 선발을 위한 오디션 당시 2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씨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하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을 선발하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성악 전공자뿐 아니라 피아노와 뮤지컬, 작곡, 기타를 전공한 단원도 있다”고 말했다.

    “성악 전공자들로만 이뤄진 합창단만큼 좋은 소리는 못 내지만 외부 인사를 초빙하지 않고도 안무와 기타 연주, 피아노 연주도 가능하니 볼거리며 즐길 거리가 많은 공연이 되더군요. 장점들로 약점을 상쇄하는 거죠.”



    일청합창단은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 서울 시내 한 교회에서 연습한다. 순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전남 순천에서 지내며 연습이 있는 날만 상경한다. 단원들도 일청합창단을 본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시립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는다. 그렇다고 합창단에 대한 열의가 덜한 것은 아니다.

    “요새 일자리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데, 음대를 졸업하고 시립합창단에 들어가는 것 역시 하늘의 별 따기예요. 30대 1에서 심하면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죠. 단원들이 시립합창단을 비롯해 본격적인 직업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시립합창단이 되기에 실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들에겐 연습과 자기계발을 늦추지 않도록 격려하고, 뮤지컬 가수를 희망하는 친구에겐 성악의 장점을 가르쳐 남과 차별화하도록 지도하죠.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진로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일청합창단을 ‘대대학원’이라고 불러요(웃음).”

    일청합창단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정기공연을 갖는다. 올가을에는 합창의 진수인 아카펠라 위주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씨는 “인천시립합창단을 비롯해 안산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등의 활약 덕분에 한국 합창단이 세계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일청합창단의 실력을 더 다듬어 세계합창대회 같은 해외 무대에 나가 한국 합창의 위상을 알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