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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병대 호주 첫 주둔 동아시아 재개입 신호탄 쐈다

다윈 인근 로버트슨 기지에 2500명 배치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미 해병대 호주 첫 주둔 동아시아 재개입 신호탄 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에 해병대를 파견했다.

미 해병 제3원정군 제3사단 소속 폭스 중대 병력 200명은 4월 4일 호주 노던 준주(準州·중북부 연방직할지)의 주도(州都) 다윈 인근에 자리한 로버트슨 기지에 도착했다. 로버트슨 기지에 배치된 병력은 수개월 내 도착할 해병 2500명의 선발대다. 미국은 2016년까지 해병 2500명을 로버트슨 기지에 6개월씩 순환근무 형식으로 주둔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앞으로 이 기지에 강습상륙함과 헬기, 해리어 전투기도 배치할 예정이다.

호주에는 그동안 미군의 독자적 군사기지가 없었다. 미군 178명이 주둔했지만 전투 병력은 아니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스티븐 스미스 국방장관, 폴 핸더슨 노던 준주 수석장관과의 공동성명에서 “미군의 호주 주둔은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미국 해병대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국가들의 안보위협 우려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습상륙함·해리어 전투기도 배치

미군의 호주 주둔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East Asia Reengagement Policy)’의 본격적 추진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약화된 영향력을 회복, 유지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념하느라 동아시아에 소홀했다. 반면 중국은 이 틈을 이용해 동아시아에 대한 헤게모니를 강화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7일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길라드 총리와 함께 다윈을 방문해 양국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미군의 호주 주둔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 태도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면서 “아태 지역은 미국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윈은 미국에 역사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상당한 함의(含意)가 있는 곳이다. 노던 준주의 주도인 다윈은 그 이름이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성을 딴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다윈은 일본군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됐다. 일본군 폭격기들이 1942년 2월 19일 다윈을 무차별 공습해 300여 명이 사망하고 미 해군 구축함 페어리호 등 함정 10여 척과 항공기 20여 대가 침몰하거나 파괴됐다. 이른바 ‘호주판 진주만 공습’이었다.

일본군은 태평양 일대 전략 요충지인 다윈을 공습하는 데 성공한 이후 호주를 100여 차례나 폭격했다. 나중에 다윈은 일본군 공세로 후퇴했던 미군의 반격 거점 구실을 했다. 1942년 3월 필리핀에서 패배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다윈에서 일본군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준비했다. 미 해병 제3사단은 당시 괌과 이오지마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바 있다. 맥아더 장군이 “나는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윈은 앞으로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군사기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을 격퇴하고 필리핀으로 돌아간 맥아더 장군처럼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70년 전의 상황을 재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윈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길목에 있는 데다 교역 요충로인 말래카 해협과도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다. 특히 영유권 분쟁이 벌어진 남중국해와는 2900km 정도 떨어졌다. 또 중국의 탄도미사일 위협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그동안 미국의 항공모함을 비롯해 괌과 오키나와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벤 로드 백악관 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호주 군사기지를 이용할 경우 아태 지역에서 지리적 균형점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에 상설기지를 보유함으로써 괌-일본 열도-한국으로 이어지는 대(對)중국 봉쇄 및 동아시아 방위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호주 주둔 미군은 해병공지기동부대(MAGTF·Marine Air Ground Task Force)로, 해외로 신속히 이동해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 부대는 해병대의 지상전투 전력과 항공전투 전력 및 병참을 하나로 묶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전투 부대다. 병력 규모에 따라 해병원정군(MEF·Marine Expeditionary Force), 해병원정여단(MEB·Marine Expeditionary Brigade), 해병원정대(MEU·Marine Expeditionary Unit)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MAGTF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해병원정군은 4만~4만5000명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지리와 기상 환경에서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상륙 및 육상 작전을 수행하는 구실을 맡았다. 해병원정여단은 1만 명, 해병원정대는 2500명 규모다. 15일분 물자와 탄약, 식량 등을 갖춘 해병원정대는 언제나 출동 가능한 가장 기동력 높은 부대다. 미국은 다윈 기지에 해병원정대를 배치함으로써 서태평양 지역에 MAGTF 거점을 세 곳으로 늘리게 됐다.

남중국해와 인도양 담당

미국과 일본은 2월 오키나와에 배치한 해병 1만8000명 중 1만 명만 계속 주둔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은 병력 8000명 중 4700명은 괌에 배치하고, 3300명은 하와이와 다윈 기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의 해병대 재배치는 해양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국에 맞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거점을 늘려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오키나와는 한반도와 동중국해 등 동북아 지역, 괌은 서태평양 전체, 다윈 기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각각 담당한다. 해병대의 거점 분산은 공격을 당했을 때 일시에 괴멸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분쟁 지역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미국은 해병대 주둔 이외에도 호주의 항구와 섬들을 군사기지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서호주의 퍼스 스털링 해군기지에 항공모함, 전함, 잠수함을 배치하고 이를 위해 스털링 기지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또 수마트라와 가까운 호주령 코코스 제도에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포함해 정찰기 8대를 배치하고, 동쪽 브리스번에 전함과 잠수함 등을 기항토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호주와 일본이 함께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호주에는 중부 사막지대 앨리스 스프링스 인근에 미국의 비밀군사시설인 파인 갭 기지가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등이 합동 운영하는 이 기지는 전 세계 모든 전파를 첩보위성으로 감시한다. 미국은 앞으로 파인 갭 기지를 MD 체제의 핵심기지로 사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 기지에 이미 탄도미사일을 조기 탐지할 수 있는 인공위성 감시시스템(SBIS)을 구축했다.

호주도 자체 개발한 진달리(Jindalee) 초지평선 레이더(Over the Horizon Radar, 파장 30m급의 단파를 지표와 전리층 사이에 반사시켜 수평선보다 먼 물체를 포착하는 레이더)를 이 기지에 설치했다. 또한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해상 발사 요격용 SM-3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도 구입할 계획이다. 호주는 MD에 참여하면서 그 명분으로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호주와 군사 협력을 확대,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믿을 만한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51년 9월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앤저스동맹(ANZUS)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동맹 관계를 구축해왔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에 2만 명을 파병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전했다. 현재 호주군 1500명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호주의 강력한 군사동맹 관계를 끊으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현재 주요 수입국이자 투자국으로서 호주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로 부상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경제를 고리로 호주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 공을 들여왔다. 미국 처지에서 볼 때 호주가 중국 편으로 넘어갈 경우 아태 지역의 세력 균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군사동맹을 더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호주 정치권과 국민 여론도 대체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경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해왔다. 호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5%가 미군 주둔을 찬성하고, 82%가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는 “중국이 동남아 각국과 영토분쟁을 벌이면서 영향력 확대 의도를 드러낸 것이 미국과 호주 간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졌다”며 “호주 국민 중 상당수는 중국을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 순환 배치

큰 틀에서 볼 때 미군의 호주 배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동아시아 지배권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경우 자칫하면 패권 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 대응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카드는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LCS·Littoral Combat Ships)을 순환 배치하는 것이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장관은 4월 5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미국이 2016년까지 연안전투함 4척을 싱가포르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연안전투함의 파견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강력한 존재가 역내 안정과 안보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남중국해와 말래카 해협의 길목에 위치한 전략 요충지인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을 배치한다면 중국 해군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연안전투함은 고도의 기동성과 네트워크 작전능력을 갖춘 데다 선체 외부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까지 보유해 ‘해상 위의 작은 섬’으로 불린다. 길이 127.6m, 폭 31.6m인 연안전투함의 항속거리는 3500해리며 최대 시속 45노트까지 고속항해가 가능하다.

미국은 2000년 1월 예멘 아덴항에서 구축함 콜호가 급유 중 테러리스트들의 자살 폭탄 보트 공격을 받는 등 연안지역에서 위협이 커지자 2005년부터 연안전투함 건조에 착수했다. 현재 LCS-1 프리덤과 LCS-2 인디펜던스 등 10척을 건조했다. 연안전투함은 파도 높이가 6m를 넘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승조원 수도 75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며, SH-60 헬리콥터 2대와 H-53 헬리콥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기뢰 탐지 등 첨단 장비를 갖췄으며 대잠수함 작전, 특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건조 비용도 척당 4억 달러 정도로 20억 달러에 달하는 구축함보다 훨씬 저렴하다.

미국으로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과 필리핀을 지원하는 데 연안전투함이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남중국해는 수많은 섬이 산재한 데다 해로도 복잡해 대형 전함이 기동하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싱가포르에는 각종 군함을 수리하거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기항했지만, 지금까지 군함 배치는 고려하지 않았다. 미국이 생각을 바꿔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을 순환 배치하려는 것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에서 불편한 심기 드러내

미국은 필리핀과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한때 아시아에서 미국의 유일한 식민지였다. 이 때문에 20년 전만 해도 아태 지역 최대 미군 기지였던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가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 의회가 1992년 미군 주둔협정을 폐기시키자 미국은 수비크만과 클라크 기지를 필리핀에 인계한 후 병력을 철수했다. 이후 양국 관계는 소원했으나 최근 다시 돈독해지고 있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필리핀은 현재 남중국해저 유전 개발 문제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은 팔라완 섬에서 서북쪽으로 80여km 떨어진 곳이다. 필리핀은 미국을 앞세워 중국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이 중국의 군사와 경제적 부상에 맞서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 요충지인 필리핀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은 최근 해밀턴급 고속정 1척을 필리핀에 제공했다.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F-16 C/D 전투기 12대와 대잠수함 초계기인 P-3C 오리온 1대를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반면 미국은 해군 함정과 해병대의 순환 배치, 양국의 공동 군사 훈련의 확대 등을 기대한다.

현재 필리핀에는 군사고문 또는 교관의 신분으로 미군 특수부대 600여 명이 파견됐다. 필리핀 헌법은 외국 군대의 주둔을 금지하기 때문에 미국이 군 병력이나 군함을 과거처럼 주둔시킬 순 없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갈등이 고조될 경우, 개헌을 해서라도 미국 측에 군 병력과 군함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로선 미국은 필리핀에 병력을 상주시키지 않는 대신, 호주나 싱가포르에서처럼 해병이나 연안전투함 같은 군함을 순환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과 이에 따른 각국과의 군사동맹 강화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중국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미국이 동아시아 각국과의 군사 협력을 통해 자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을 추진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자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미국이 적극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중국 인민해방군 일각에선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해와 동해, 남해 함대에 이어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제4 함대를 창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인민해방군에게 “군사 분쟁에 대비해 해군력 강화와 현대화를 확실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평화로운 바다(Mare Pacificum)’라는 뜻의 태평양(Pacific Ocean)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질 듯하다.



주간동아 833호 (p44~47)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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