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2012.04.16

김용민 막말 감싸기 SNS도 반란 일으켰다

나꼼수 추종세력 몇몇 도배글에 야권 오판 불러

  •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

    입력2012-04-16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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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 막말 감싸기 SNS도 반란 일으켰다
    4·11 총선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위력을 발휘했다. 먼저 투표율. 지난 18대 총선 때 46.1%에서 이번엔 54.3%로 약 8.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투표율 48.6%보다도 높은 수치다. SNS를 통해 벌인 투표 독려 트위트와 인증샷 활동이 2040세대의 투표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도권에선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MB(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이 일정 부분 먹힌 것이다. 그러나 애초 예상했던 것만큼 쉽게 이기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거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왜 그랬을까.

    특별히 이번 총선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권이 연대해 치른 선거였다. 그러다 보니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지지자가 함께 SNS를 주도했다. 특히 통진당 지지자들이 SNS 선거판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해 거침없는 주장을 쏟아냈다. 실제 여론조사에선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제주 시민 의식조사)에 대해 ‘찬성’ 쪽이 더 많았으나 이들은 확신에 차서 ‘반대 여론몰이’를 했다. 이때부터 SNS에 과격하면서도 일방적인 주장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보수 쪽 트위트에 대해선 무차별 비난이 쏟아졌을 뿐 아니라 ‘계정폭파’까지 발생했다.

    ‘사퇴’사설에 변절자 융단폭격

    그러다 선거 열흘 전쯤 ‘이명박 정권의 사찰 의혹’이 터지자 이에 대한 트위트가 SNS에서 최고점을 치는 듯했다. 만약 ‘사찰 의혹’ 초기에 선거를 치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야권 처지에선 아쉽겠지만 ‘사찰 의혹’은 이어 터진 ‘김용민 막말 파문’이 덮어버렸다. 이때 트위트가 ‘사찰 의혹’ 때보다도 50%나 증가했다. 즉 ‘MB 심판’이 어느 순간에 ‘김용민’으로 바뀌고 만 것이다. ‘김용민 심판’과 관련해 SNS와 다수의 오프라인 매체 간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김용민 막말 파문’이 터졌을 때 SNS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놀랍게도 SNS는 순식간에 ‘김용민 옹호’ 글이 도배했다. 민주당의 이해찬 후보, 천정배 후보 등이 ‘김 후보 사퇴 운운’하는 발언을 했을 때나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김용민 사퇴’를 사설로 실었을 때 SNS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변절자’로 몰아세우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을 반대하는 세력이 ‘김용민’ 건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하고 갈라선 것이다.

    그러자 감히 어느 누구도 “김용민, 사퇴하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SNS를 순식간에 극단적 세력이 점령한 것이다. 극단적 세력이라면 누구일까. 일부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추종세력이라 말할 수 있다. 또 상당수는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SNS를 통한 정치적 성공’을 과신한 세력이다. 이들 중에는 특히 통진당 지지자가 많았다.

    이들은 자신이 SNS를 마음대로 이끌 수 있다고 착각했다. 평상시 SNS에서 극단적 견해를 펼치던 몇몇 파워 트위터리안이 조직적으로 연대해 리트위트하면서 여론을 주도했고 추종세력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는 듯도 보였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엔 관대했고 상대의 잘못엔 냉혹했다. ‘김용민’에 대해 반대 의견을 보이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소설가 이외수 씨에 대한 공격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이들은 SNS 공간을 폐쇄적 공간으로 만드는 순간, 또 SNS를 자신의 권력 수단으로 악용하는 순간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왕따당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들은 자신의 견해가 ‘정의’고, 그러니 “따르라”고 소리치면 대부분 추종하리라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국내 트위터 이용자가 6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 중엔 중도와 보수세력도 상당수 포함됐다. 또한 SNS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집단 지성의 공간이다. 선거 막판 닷새를 앞두고 ‘김용민을 대통령으로’ 등의 극단적 주장이 SNS를 뒤덮자 다수의 트위터리안이 침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트위트가 극단의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 사이에서만 집중적으로 리트위트가 되는 것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선거 사흘 전쯤 한 인터넷 언론의 시사평론가가 판세를 묻자 “아무래도 새누리당이 이길 것 같다. 트위터 여론이 심상치 않다. 김용민 역풍이 부는 것 같다”고 대답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시점에선 이미 파워 트위터리안인 소설가 공지영 씨와 조국 서울대 교수의 트위트도 다수에게 전파되지 못한 채 극단적 지지자 사이에서만 돌고 도는 현상이 목격됐다.

    문제는 이처럼 오도된 트위터 여론을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오판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나꼼수의 영향력을 과신했고 트위터의 진짜 여론을 읽는 데 실패했다.

    이번 ‘김용민 막말 파동’ SNS 분석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진실을 확인시켜줬다. SN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과 ‘진정성’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고 SNS를 통해 정치적 세력을 집결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상급식’이라는 주제가 서울의 중산층 이상에게도 공감을 얻었고 시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다수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호소력 있는’ 여론을 SNS가 정치적 세력으로 엮어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김용민 후보 건은 ‘국민의 상식’과 다르게 몇몇 과격한 파워 트위터리안이 여론을 호도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국민의 상식’과 여론 호도

    김용민 막말 감싸기 SNS도 반란 일으켰다
    그 결과 4·11 총선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북 노원갑에서 SNS에서 가장 유명했던 김용민 후보가 무명의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게 패배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뿐 아니다. 수도권 접전지역에서 상당한 역전을 허용했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이라는 거대 야당의 출현과 극단적 추종자의 거센 목소리에 보수층이 역결집한 것이다.

    강조컨대 SNS는 세를 과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건전한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지성의 장이다. ‘조선일보’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안티세력을 만들어낸 것처럼, 몇몇 파워 트위터리안과 나꼼수가 권력이 돼서 “나를 따르라”를 강요하자 그 역풍은 고스란히 그들에게로 부메랑이 돼 되돌아갔다. 이것이 바로 ‘SNS 역풍’이다. 이는 SNS가 진정한 소통공간으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지만, 야권 처지에선 그 대가가 너무 컸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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