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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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땅에 추진 중인 롯데골프장 계열사 동원한 고가 매입 논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2-04-16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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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이하 롯데)의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해 9월 롯데가 골프장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해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했던 행정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계양산 일대 290만여㎡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인천시 방침과 이미 2006년경에 인천시의 협조를 받아 추진해온 사업인 만큼 골프장사업 추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롯데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3월 20일에도 계양산 시민자연공원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인천시가 계양산에 골프장이 아닌 시민공원을 설립해줄 것을 촉구했다. 추진위원회 측은 “롯데는 인천지역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건물 미등기 등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조차 내지 않았다. 롯데는 지금이라도 계양산을 인천시민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사업자의 기준이 뭐냐

    롯데가 골프장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인천시 계양구 목상동과 다남동 일대 71만여㎡다. 2006년 처음 골프장사업을 추진할 당시 롯데는 27홀 골프장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히면서 결국 12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골프장사업에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개인)과 롯데건설(시행 및 시공), 롯데상사(관리 및 운영)가 참여한다. 골프장 예정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여으로 묶여 있다. 롯데는 안상수 인천시장 시절인 2008년 4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2009년 10월 인천시로부터 도시계획시설 결정고시를 승인받았다. 이로써 골프장사업 인가를 위한 기본절차를 완료했다.

    그러나 2010년 송영길 의원이 야권 단일후보로 인천시장에 당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송 시장은 당선 직후인 2010년 11월 계양산 일대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계양산보호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천시는 이후 롯데의 골프장사업을 폐지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인천시 측은 “계양산 일대에 2013년까지 역사공원, 휴양림, 삼림욕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롯데 측에 골프장 용지와 인천시의 다른 지역 부동산(인천 논현소래지구)을 맞바꾸는 방안,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상업지구 가운데 일부를 롯데에 수의계약으로 넘겨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사업 포기를 설득했지만 롯데 측은 모두 거부했다.

    행정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공동사업시행자’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하는 것이다. 계양구 목상동과 다남동 골프장 예정지는 대부분 신 총괄회장 개인 소유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 토지를 1974년 매입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인천시와 추진위원회 측은 이를 이유로 롯데건설과 롯데상사는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한구 인천시의원은 “골프장사업 인가를 받으려면 사업자가 전체 토지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해야 하며, 해당 토지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상 토지 소유자가 아닌 롯데건설과 롯데상사는 사업자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건설과 롯데상사가 소유한 땅이 없어도 사업용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소유한 자와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이미 받았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언론을 통해 “골프장을 조성할 경우 79만3300㎡ 규모의 근린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환경관리재단을 설립해 30억 원을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상증자에 자녀들은 참여 안 해

    골프장 공동사업시행자인 롯데상사는 2008년 8월 신 총괄회장 소유의 166만7392㎡ 땅을 504억 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 부동산 매매계약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롯데상사가 신 총괄회장 소유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그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땅은 자연녹지인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어서 임업 등 자연보존 목적 외에는 허가가 제한된다. 토지를 사고팔아도 등기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롯데 관계자는 “2008년에 이미 신 총괄회장에게 토지대금의 90%를 지급했다. 잔금 10%는 골프장사업허가가 나면 즉시 지급할 예정이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등기이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롯데상사가 이 땅을 사들일 당시 공시지가는 ㎡당 1만~1만6000원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계양구 목상동 산57-1(90만 7384㎡)의 경우, 2009년 1월 현재 공시지가가 1만1500원이었다. 비교적 비싼 땅인 계양구 다남동 산65-14도 공시지가는 ㎡당 1만6600원 정도였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신 총괄회장 소유의 땅은 2008년 당시 200억~220억 원의 가치가 있었다. 결국 나무를 심거나 임야로 방치하는 것 외에는 활용가치가 전혀 없던 땅을 롯데상사는 공시지가의 2~2.5배나 주고 사들인 셈이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업자는 “혹시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팔릴 땅이 아니다. 골프장이 아니면 경제 가치가 전혀 없는 맹지다. 임업을 하기에도 적당치 않고 목장도 할 수 없다. 굳이 가치를 따지자면 공시지가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는 토지매매와 관련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다. 공인감정을 통해 매매가격을 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롯데상사의 토지대금 마련 과정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롯데상사는 신 총괄회장 소유의 부동산 매입을 결정한 직후인 2008년 9월 10일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부동산 매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동산을 매입할 즈음 롯데상사의 현금자산은 47억여 원(2008년 12월 말 현재)에 불과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롯데상사의 지분을 보유한 9개 기업(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이 모두 참여한 반면, 최대주주 중 신 총괄회장의 자녀들(신동주, 신동빈, 신영자)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당시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은 10.47%, 신동빈 롯데회장은 10.95%,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1.74%의 롯데상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당시 유상증자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계열사들이 헐값에 롯데상사 지분을 가져갔다”는 의혹도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신 총괄회장 개인 부동산을 사는 데 롯데 주요 계열사가 동원된 것만은 사실인 셈이다. 롯데상사는 롯데가 보유한 모든 골프장을 소유 및 운영하는 기업으로, 신 총괄회장의 자녀들이 지배하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신 총괄회장은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롯데상사에 팔 당시 롯데상사의 지분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롯데상사는 쓸모없는 임야를 고가에 매입했고, 인천 시민의 요구를 묵살한 채 무리하게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개인 재산을 처리하고 부풀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골프장을 추진한다는 생각도 든다. 롯데는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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