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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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하는 날 = 홈쇼핑 대박 나는 날

선거 특집방송에 새벽까지 매출 이어져 짭짤한 재미

  •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2012-04-16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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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표하는 날 = 홈쇼핑 대박 나는 날
    선거철이 되면 선거에 관심 있는 유권자는 이 방송, 저 방송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관심 없는 유권자는 줄곧 선거 얘기만 하는 프로그램에 심드렁해한다. 이 사이에서 뜻하지 않은 수확을 올리는 곳이 TV홈쇼핑이다. 선거철이 대목인 TV홈쇼핑은 4·11 총선에서도 기대했던 대로 꽤나 괜찮은 장사를 했다.

    4월 11일에 있었던 19대 국회의원 선거처럼 전국 단위의 선거일이 다가오면 모든 방송사는 몇 달에 걸쳐 특집방송을 준비한다. 출구조사는 언론사 공동으로 하지만, 누가 진행하고 그래프는 어떻게 제시할지, 개표 상황 중간에 양념처럼 들어갈 코너는 무엇이 좋을지 고심하고 분투한다. 이 치열한 전장의 틈새를 비집고 매출 전략을 짜는 곳이 따로 있으니, 바로 TV홈쇼핑 채널이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다 보면(재핑, Zapping) MBC와 KBS 1TV, KBS 1TV와 2TV, KBS 2TV와 SBS 앞뒤를 점유한 TV홈쇼핑 채널을 반드시 지나치게 마련이다. 선거 개표 상황을 어느 정도 지켜보다 지루해져 잠시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적절한 상품 배치 주말과 비슷한 편성

    방송사는 선거 방송을 오후 4시경부터 시작한다. 이번 4·11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SBS가 오후 4시, KBS와 MBC가 5시에 선거 특집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선거가 종료되는 6시까지 투표 상황을 중계하다가, 6시 정각에 출구 예측 조사를 발표하고 그에 대한 분석 보도를 내보낸다. 8시가 가까워지면 예측이 아닌 실제 개표 상황 중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TV홈쇼핑 채널도 편성 전략을 이런 흐름에 따라 짠다. 낮에는 휴일과 비슷하게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선거 특집방송 개시 시각부터 주요 뉴스 시간대를 정점으로 새벽까지는 따로 적절한 상품을 배치한다.

    선거일은 공휴일이다. 이 때문에 TV홈쇼핑 채널의 편성도 평일보다 주말과 더 비슷하다. GS샵에 따르면 휴일에는 시청률이 평소에 비해 50% 정도 높아지고, 매출도 20% 이상 올라간다. TV홈쇼핑은 평소 주부를 주요 시청자 층으로 설정하지만, 주말 밤이나 휴일에는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남성 시청자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한다. 나아가 선거일은 개표 방송을 지켜보려고 TV 앞에 앉는 시청자가 늘어나므로 여느 휴일에 비해 TV홈쇼핑 매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심지어 홍수 같은 재난 특집방송 때도 TV홈쇼핑 매출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실제로 18대 총선이 있었던 2008년 4월 9일 CJ오쇼핑은 그 주 토요일보다 20%가량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는 업계 매출 정상권인 GS샵이 전주(前週) 같은 날의 두 배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특히 서울시장선거에서 오세훈, 한명숙 후보가 접전을 벌이자 다음 날 새벽 매출까지 영향을 받았다. 이번 19대 총선도 출구조사 결과에 따른 예상이 빗나가거나 접전을 치른 지역구가 많아 TV홈쇼핑의 새벽장사 재미가 쏠쏠했다.

    4·11 총선에서 각 업체는 오후 4시경까지 주말이나 휴일과 비슷한 상품을 판매했다. 여성 의류와 잡화, 남녀 모두를 위한 레포츠용품 등이다. 선거 특집방송을 시작하는 오후 5시 전후가 되자 남성을 공략하는 상품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대표적으로 CJ오쇼핑은 5시 40분부터 스마트폰, 6시 40분부터 개인용 컴퓨터(PC)를 판매했다. 평소 같으면 저녁을 준비하는 주부들이 주목할 만한 식품류를 내보내는 시간이다. 하지만 선거일만큼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주도적으로 구매력을 발휘하는 상품을 배치한 것이다. GS샵은 오후 4시 15분에 남성용 속옷을 내놨고, 다시 저녁 8시 35분쯤에는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였다. 개국 후 처음 선거일을 맞은 홈앤쇼핑은 저녁 9시 30분쯤 차량용 블랙박스를 내놨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의외의 승리자’

    선거일이 지나 살펴보니 CJ오쇼핑은 선거 당일 매출이 전주 수요일 대비 30% 증가했는데, 이는 휴일 매출을 약간 웃도는 실적이다. 특히 새벽 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남성층을 공략해 1시 50분부터 시작한 PC 판매는 목표 대비 30%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측은 “카드 무이자 혜택, 디자이너 가방 사은품 증정 등 선거일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사전 전략을 짜둔 결과”라고 평했다.

    그렇다고 해서 TV홈쇼핑의 전통적 충성 고객인 여성 시청자를 놓칠 수는 없다. TV홈쇼핑 대부분은 저녁 8~9시 주요 뉴스시간대에 부부나 가족이 함께 상의해서 살 만한 상품을 배치했다. 롯데홈쇼핑은 4월 11일 저녁 보험, TV, 냉장고를 판매했다. CJ오쇼핑은 저녁 7시 35분 침구, 8시 35분 바람막이 의류, 9시 35분 원액기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GS샵은 저녁 9시 35분 부엌가구인 시스템키친을 판매했다.

    선거일에도 일편단심 여성만을 공략하는 편성을 한 곳도 있다. 현대홈쇼핑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4시 40분부터 새벽까지 주방 조리도구, 두유, 스팀다리미, 여성 화장품, 오렌지, 오리고기, 프라이팬, 여성의류를 판매했다. 현대홈쇼핑 측은 “TV홈쇼핑의 주요 고객이 여성인 데다 현대홈쇼핑은 여성 고객 비율이 다른 곳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GS샵도 디지털 기기를 편성한 와중에도 오후 5시 10분부터 90분 동안 돈가스와 오리고기를 판매한 데 이어 미용기기 방송을 내보냈다. 선거 특집방송으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시청 기회를 빼앗긴 여성의 마음을 파고든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비교할 수 있는 예로, 이번 선거에서 공중파 중 유일하게 선거 특집방송이 아닌 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내보낸 KBS 2TV는 드라마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3%를 기록했다(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 전국 기준).

    농수산 식품을 많이 판매하는 NS홈쇼핑도 오후 3시 45분부터 자정까지 호두, 훈제오리, 오렌지, 닭발, 건강식품 순으로 편성을 내달렸다. 평소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전이나 보험을 제외하고 가족이 함께 먹을 만한 식품에만 집중한 것이 이색적이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선거일 특별 편성은 없었다. 여느 휴일과 똑같은 전략으로 상품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이 전주 같은 날 대비 20% 이상 늘어 휴일 수준에 달했다. 공휴일이라고는 하지만 투표 후 출근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TV홈쇼핑으로서는 휴일보다 낫다고도 볼 수 있는 결과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의외의 승리를 차지한 것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도, 선거 특집방송 시청률 1위를 차지한 KBS 1TV도 아닌, 평소보다 늘어난 매출액을 거머쥔 TV홈쇼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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