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2012.04.02

뭇매 맞는 박찬호 작전? 실력?

시범경기서 구위 좋지 않아 타자 압도에 실패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2-04-02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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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매 맞는 박찬호 작전? 실력?
    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지켜봐야 할 관심사 중 하나는 박찬호와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복귀파 빅4’로 불리는 ‘돌아온 별’의 활약 여부다. 이들의 존재는 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700만 관중 돌파를 노리는 한국 프로야구의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스포츠동아’는 최근 야구계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복귀파 4명 가운데 올 시즌 가장 큰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가 누군지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선수는 김태균(25표)이다. 1982년생이라 지금이 전성기로 볼 수 있고,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떠났던 기간도 2년으로 다른 선수에 비해 짧다는 점이 이유였다.

    140km 중반 직구 구속에 실투 많아

    반대로 가장 적은 표를 얻은 선수는 박찬호다. 3명만이 박찬호가 가장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그의 올 시즌 활약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가 적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1973년생으로 올해 마흔 살인 점과 최근 수년간 구위가 내리막길을 보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그러나 박찬호는 여전히 야구팬 사이에 ‘코리안 특급’으로 살아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보다도 팬층이 훨씬 두텁다. 4명 중 가장 강력한 ‘티켓 파워’도 자랑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박찬호는 어떤 모습일까.



    박찬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에게 처음 모습을 보인 3월 14일 문학 SK전. 이날 연습경기는 당초 비공개였다. 안전 진행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관중 입장을 허용치 않았다. 하지만 문이 열려 있던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통해 팬 500여 명이 관중석으로 들어왔다. 시범경기도 아닌 연습경기에 관중 수백 명이 모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한화는 이미 ‘박찬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오성일 홍보팀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시즌권 구입 문의가 4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그러나 “대전구장 리모델링 때문에 4월엔 경기가 청주구장에서 열리는데 관람석 규모가 7500석이라 인근 축구장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중계하고 입장료는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연고 구단의 한 마케팅 팀장은 “복귀파 4명 중 관중 흡인력이 가장 큰 선수는 분명 박찬호”라며 “박찬호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느냐가 한화뿐 아니라 다른 팀의 관중 동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3월 14일 SK전에서 2.2이닝 4실점을 한 박찬호는 일주일 후 청주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도 3.1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6개를 맞았다. 여기저기서 박찬호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두 경기 성적과 구위만 놓고 보면 우려할 만하다. 직구 구속은 140km 중반까지 나왔지만 공 끝 움직임이 좋지 않고, 낙폭이 작은 변화구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실투가 많았다.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려면 빼어난 구속 또는 날카로운 제구력을 갖춰야 한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잘나갈 때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력은 그다지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특히 선발로 등판했을 때 1회를 쉽게 넘기지 못하는 약점도 있었다. 최근 수년간 미국과 일본에서 부진했던 것 또한 무뎌진 공 끝과 무관치 않다. 계속된 허리 부상으로 하체 힘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공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박찬호다.

    박찬호가 익숙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힘을 앞세운다. 반면 한국 타자들은 힘은 떨어져도 커트 능력이 빼어나고 공을 끝까지 본다.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 공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방망이가 나가는 빅리그 타자들과 달리 국내 타자들은 선구안도 좋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용병 투수들이 국내 무대에서 의외로 고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타자들 정보 수집 중”

    뭇매 맞는 박찬호 작전? 실력?

    3월 14일 SK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가 3회 2사 후 강판되며 한숨을 쉬고 있다.

    박찬호 역시 이 같은 차이점을 실전에서 터득하고 있다. “나는 아직 국내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지금은 맞아가면서 배워야 할 때라 이기기 위한 피칭을 하지 않고, 배우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게 박찬호의 얘기다.

    한 가지 더 있다. 심리적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 감독은 아직 박찬호의 보직을 결정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 선발로 활약하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불펜으로 보직이 바뀔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찬호의 한화 입단이 결정됐을 때 많은 야구인은 “앞으로 한대화 감독의 머리가 복잡하게 생겼다”고 내다봤다. 박찬호가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되겠지만, 만약 반대의 경우 한 감독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입단 계약 때 신인 최저연봉인 2400만 원(물론 박찬호는 이 금액도 전부 유소년야구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에 서명하면서 한화 측이 제시한 보장금액 4억 원과 옵션 2억 원 등 총 6억 원을 야구 발전을 위해 내놓겠다고 한 상태다. 이런 박찬호이기에 섣불리 2군에 내려보내기도 그렇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박찬호가 1군에 있을 경우 젊은 투수 한 명을 키울 수 있어 엔트리 한 자리가 낭비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화 감독을 지낸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감독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안 된다”며 “정확히 실력 하나만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감독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연이은 부진 속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박찬호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알고 있다. 시범경기는 그야말로 성적보다 컨디션을 확인하는 경기. 특히 박찬호 같은 베테랑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박찬호는 ‘맞을 각오’를 하고 던졌고, 결과적으로 얻어맞은 셈이다.

    페넌트레이스 때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섣불리 “된다, 안 된다”를 논하기 전에 좀 더 날씨가 따뜻해지고 박찬호가 100% 컨디션으로 던질 준비가 됐을 때 판단하는 편이 낫다. 현역 시절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KIA 감독이 “박찬호가 쉽게 난타당할 스타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며 “충분히 10승을 거둘 수 있는 구위이니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 박찬호의 투구를 직접 지켜본 선 감독은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변화구가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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