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2012.04.02

뭐, 키아누 리브스가 예수였다고?

할리우드 스타들 ‘전생’ 입방아…마돈나는 사무라이, 힐턴은 이집트 여왕

  • 이미숙 동아일보 전략기획팀 기자 iwillee@donga.com

    입력2012-04-02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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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키아누 리브스가 예수였다고?

    키아누 리브스가 ‘노숙’ 생활을 하던 무렵에 찍은 이 사진을 놓고 팬들은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의 재현으로 해석했다.

    ‘영성(靈性)’을 좇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지만 스타도 인간이기에 그만큼 비어가는 영혼을 채울 무언가를 갈구한다. 물신주의에 빠져 탐욕의 화신처럼 소비를 탐닉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최근 사망한 휘트니 휴스턴처럼 술이나 약물로 영혼을 채우려는 스타도 있다. 또 버리기와 비움을 실천하는 이도 있다.

    키아누 리브스(47)는 가장 사랑한다고 얘기했던 제니퍼 사임을 2001년 교통사고로 잃었다. 둘은 약혼한 사이로 1999년 아기를 사산한 경험도 있었다. 두 사건 이후 키아누 리브스는 노숙자 생활을 자처했다. 그가 ‘삶’이라는 고통을 몸에 새기던 그 시기에 팬 사이에서 ‘키아누 리브스 예수설’과 ‘키아누 불멸설’이 등장했다.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그의 앞에 물병 하나가 놓였고 그 옆 잔에는 붉은 포도주가 담겨 있는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를 보고 ‘예수의 기적’운운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키아누 리브스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점, 그와 흡사한 용모의 인물을 그린 중세기 유럽 초상화 등을 증거라 내세우며 키아누 리브스를 시간여행자라고 얘기하는 팬도 있다.

    ‘케이지’는 뱀파이어의 환생

    키아누 리브스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한국인이 ‘케서방’이라 부르는 니컬러스 케이지(48) 역시 환생한 사람이라 믿는 팬들이 있다. 니컬러스 케이지는 2004년 한국 여성 앨리스 김과 결혼해 아들(웨스턴 케이지)을 낳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한편, 일 년에 한 편 이상 대작에 출연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할리우드 스타다. 그가 난데없이 ‘환생설’에 휩싸인 까닭은 해외 옥션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판매자가 경매물품에 달아놓은 제목은 ‘니컬러스 케이지는 뱀파이어’. 빛바랜 사진 속 남성은 150여 년 전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으로, 니컬러스 케이지와 판에 박은 듯 닮았다. 사진 속 실제 주인공은 미국 테네시 주 브리스톨에 살았다고 한다.

    미국 네티즌이 손에 꼽는 ‘뱀파이어’ 혹은 ‘시간여행자’는 또 있다. 존 트라볼타(58)다. 그의 전생 모습이라는 사진 역시 얼마 전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와 화제가 됐다. 1860년대 유리 원판 상태로 보존된 남성의 이목구비는 존 트라볼타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경매에서 이 사진은 즉시 구입가가 100만 달러였는데, 이 대목에서 사진 조작의 냄새가 나긴 한다).



    이렇듯 요즘 할리우드와 비벌리힐스가 ‘전생 붐’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에서 나고, 살고, 죽는 이들은 카르마, 해탈, 윤회 같은 동양적 사고에 따라 자연스레 ‘전생’을 인지한다. 이런 동양사상에 서구인이 심취한 지는 이미 오래전.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도 전생에 열광한다.

    뭐, 키아누 리브스가 예수였다고?

    패리스 힐턴의 전생은 고대 이집트 왕비 네페르티티라고 한다.

    패리스 힐턴(31)은 자신이 고대 이집트 왕비였던 네페르티티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다소 허황한 이 믿음은 그의 팬사이트에서 먼저 시작됐다. 무조건 미신 따위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외모가 닮았다는 점보다 그가 현실에서 네페르티티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산다는 점 때문이다. 네페르티티는 BC 14세기 이집트를 통치한 아크나톤 왕의 아내로, 그의 얼굴을 그대로 재현한 흉상에서 보듯 대단한 미인으로 전해진다.

    브래드 피트(48)의 팬은 그가 요절한 ‘제임스 딘’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팬들은 그의 사진과 제임스 딘의 사진, 두 배우의 연혁 등을 비교해가며 제임스 딘으로 살았던 전생과 현생의 평행이론을 꿰어 맞추는 중이다.

    외모로 전생을 유추한 스타와 달리 수행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전생을 알았다는 스타도 있다. 리처드 기어(62)와 마돈나(53)가 그렇다.

    리처드 기어는 스스로 “환생을 믿는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를 찾아가 설법을 듣고 티베트와 몽골을 자주 찾는 그는 우리나라의 현각 스님과도 친분이 있다. 그는 “몽골은 전생에 와본 적이 있는 곳으로 낯설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돈나는 1990년대 일본의 한 방송에서 자신의 전생을 “사무라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 광고 촬영을 하는 동안 사무라이로서의 전생을 직감했다는 것. 광고 촬영장에서 생전 처음 만져본 일본도가 전혀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으며, 오래전부터 손에 익숙한 물건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도전을 좋아하고 절대 좌절하지 않는 자신의 인생 역시 사무라이를 닮았다고 자평했다.

    톰 크루즈 “난 신대륙 발견자”

    월드 팝계에서 ‘4차원’으로 불리며 복색도착증에 가까운 기이한 코스튬과 노출로 유명한 레이디 가가는 자신이 19세에 요절한 이모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그는 미국 인기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 “나는 평소 두 마음을 느낀다”며 “시적 감수성과 예술적 영감이 탁월했던 조안 이모가 내 몸 안에 있다. 나는 내 몸 안 이모를 통해 나의 재능을 실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교단체가 스타에게 ‘전생 의식’을 심리적으로 전이시킨 사례도 있다. 사이언톨로지교단에서 교주만큼 존재감이 큰 톰 크루즈는 2005년 팬과 기자를 모아놓은 자리에서 자신의 전생을 공개했다. 당시 그 사실을 보도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보통 사람이 보기에 톰 크루즈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데도 그는 “현생이 전생에 비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톰 크루즈는 자신이 “전생에 훨씬 더 위대한 존재였다”면서 “나는 희곡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여러 나라를 정복하고 신대륙을 발견하고 질병 치료법을 발견했던 전생 때 더 행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아내인 케이티 홈스는 전생에 수없이 인연을 맺은 사이로, 이를 입증하려고 그는 전생의 일화까지 소개했다. 전생에서 그가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을 때 홈스가 강아지 목걸이에 편지를 넣어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했다는 것. 톰 크루즈는 “그는 몇 겁의 시간이 지나도 영원한 반려자”라고 강조했다.

    가수 겸 영화배우 마일리 사이러스(19)는 옴교도다. 옴교인은 그에게 전생에 인어였다고 각인시켰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이들로부터 진언과 부적을 받고 몸에 문신까지 새겼다. 또 자신의 트위터에 “내세에는 내 영혼이 자유로이 떠돌 수 있도록 바다에서 태어나게 해달라고 창조신께 빌었다”는 등의 얘기를 수시로 올린다.

    한편 스타 사이에서 전생 붐이 일자 그 뜻도 잘 모른 채 전생을 마치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이도 생겨났다. “물에 둘러싸여 살았던 것 같고 행복한 공주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나의 전생은 인어공주”라고 말한 비욘세(30)나, 자신과 동시대인이던 오드리 헵번을 자신의 전생이라고 말해 무식을 폭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30)가 그런 경우다. 또 할리우드 10대 가수 가운데 ‘제일 잘나가’는 저스틴 비버(18) 역시 현재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테이 딕스(40)를 자신의 전생이라고 우긴다고 한다.

    할리우드 스타의 사례에서 보듯 서양인의 ‘전생 취향’은 우리와 좀 다르다. 동양은 ‘전생에 게을렀던 사람은 소로 태어난다’거나, ‘개는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 같은 속설에서 보듯 전생과 현생이 현격한 차이가 나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반면, 서양인은 외모가 닮은 과거 인물을 전생으로 꼽는 경향이 있다. 배우 장동건과 결혼해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을 듣는 고소영의 전생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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