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0

2012.03.26

주말에 또 가요, 파주 ‘Book City’

출판사와 독자가 직접 소통 책방거리에 가족 나들이객 북적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3-26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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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또 가요, 파주 ‘Book City’

    파주 출판도시 책방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빠, 이 책도 사줘. 응?”

    “다 읽을 자신 있어?”

    “그럼.”

    그림 동화책을 다섯 권이나 산 아이가 또 한 권을 들고 와서는 사달라고 조른다. 막 계산을 마친 아이 아빠는 할 수 없이 다시 지갑을 꺼낸다.

    “얼마죠?”



    “2000원이에요. 아이가 책 욕심이 많네요(웃음).”

    3월 18일 오후. 경기 파주시 출판도시에 자리한 아동 전문 출판사 ‘비룡소’가 운영하는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목격한 풍경이다. 비룡소 책방에서는 아동용 책은 물론 취학 전 아이들이 볼만한 책까지 종류별로 보기 좋게 전시해놓았다. 책방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도 여럿 눈에 띄었다. 비룡소 책방에서는 책이 나온 지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은 50%, 신간은 10% 할인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게다가 몇몇 책은 파격적인 가격에 판다. 정가가 1만2000원인 ‘괴물들의 뺄셈놀이’는 5000원, 정가 7000원인 ‘물가에 사는 아기 동물들’ 시리즈는 권당 3000원에 살 수 있다. 정가 5000원인 ‘난 할 수 있어’ 시리즈의 경우 권당 2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한꺼번에 여러 권을 골라도 할인율이 워낙 커 책값 부담은 많지 않아 보였다. 비룡소 파주 북 아웃렛의 양유라 매니저는 “주말이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이 찾는다”며 “어림잡아도 100가족 이상은 된다”고 말했다.

    ‘파주북소리축제’가 기폭제

    살림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 아웃렛 겸 카페 ‘앨리스 하우스’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열대를 옮겨 다니며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는 아이의 손에 이끌린 아빠, 그리고 책방 한쪽에 마련된 책상에 나란히 앉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잔에 2000원 하는 원두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젊은 커플의 모습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고급 커피숍을 연상시켰다. 서울 신촌에 산다는 김모(31) 씨는 휴일을 맞아 여자친구와 함께 파주 출판도시로 데이트를 나왔다고 했다. 평소에도 파주 출판도시를 즐겨 찾는다는 그는 “(3월) 14일이 화이트데이였는데, 바빠서 여자친구를 못 만났다. 오늘 사탕 대신 책 세 권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에 조성한 출판도시 1단계 사업은 2007년 마무리됐다. 현재는 영상과 소프트웨어, 전시, 공연 업종으로까지 확대한 2단계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를 완료한 시점에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건물만 들어차 ‘책 공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12년 3월 현재 파주 출판도시는 주말이면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선물하려는 부모가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또 책방을 돌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파주 출판도시가 책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장소로 변모한 데는 2011년 처음 시작한 ‘파주북소리축제’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린 ‘파주북소리2011’은 아시아 독서·출판 운동의 거점으로 변모하는 파주 출판도시를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축제 기간에 30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파주 출판도시를 찾았다.

    주말에 또 가요, 파주 ‘Book City’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주말에 또 가요, 파주 ‘Book City’

    파주 출판도시 책방에는 book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이 많다.

    또한 파주 출판도시가 주말 가족 나들이 명소로 탈바꿈한 것은 ‘책방거리 조성사업’이 큰 구실을 했다. 지난해 경기도와 파주시가 각각 7억5000만 원을 부담하고 파주 출판도시에 입주한 출판사가 15억 원을 출자해 추진한 책방거리 조성사업 덕택에 기존 13개에 불과하던 책방이 41개로 대폭 늘었다.

    인문, 교양, 문학 분야 책방이 문을 연 뒤로 책 마니아의 발길이 잦아졌고, 이제는 북(book)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과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책방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서 다소 황량해 보이던 파주 출판도시 거리 곳곳에 조명을 설치했으며, 환경 조형물도 여럿 세워 찾는 이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람객 편의를 위한 안내센터 부스도 마련했고, 내방객이 쉴 수 있는 벤치도 늘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책 모양으로 바뀐 버스 정류소다.

    파주 출판도시의 외관 변화 못지않게 많은 볼거리, 즐길 거리로 눈길을 잡는 곳은 각 출판사 건물에 마련한 특색 있는 책방이다. 책방에서는 출판사가 펴낸 책을 전시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계절출판사가 운영하는 ‘책 향기가 나는 집’은 놀이터, 카페, 모퉁이 책방과 갤러리, 도서전시장까지 마련했다. 시설만 잘 갖춘 것이 아니라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3월 18일에는 기획에서부터 연기까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 그림자극 ‘똥벼락’을 공연했으며, 3월 31일에는 저자와의 특별한 만남과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이 밖에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페셜 특강도 운영 중이다. 이렇듯 파주 출판도시에 들어선 책방은 책을 읽고 사는 장소를 뛰어넘어 책을 매개로 한 체험학습장으로 진화해 있었다.

    어린이와 유아 위주의 책방 외에 성인이 즐겨 찾는 책방도 여럿 조성했다. ‘그윽한 인문·예술 향기에 커피 향까지 흐르는 매혹적인 사색의 공간’을 표방한 효형 책방과 ‘행간과 여백’이란 이름이 붙은 돌베개 책방은 젊은 커플에게 인기가 많다. ‘책 공장’ 집합소에서 ‘책방’을 매개로 출판사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명소로 진화한 파주 출판도시가 펼쳐 보일 내일의 모습이 기대된다.

    인터뷰/파주북소리 이상 사무총장

    “복합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나무도 심어 환경 개선”


    주말에 또 가요, 파주 ‘Book City’
    파주 출판도시가 주말 가족 나들이 명소로 변모하도록 ‘책방거리 조성사업’을 주도하는 곳은 ‘파주북소리’다. 이상 사무총장으로부터 출판도시의 미래 비전에 대해 들었다.

    파주 출판도시가 많이 달라졌다.

    “몇 해 전까지 파주 출판도시가 ‘출판’이라는 목적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는 주거와 일, 여가와 상업 기능까지 복합적으로 갖춘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판사 건물마다 마련한 ‘책방’이 눈에 띈다.

    “파주 출판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한곳에 모았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싸게 살 수 없을까’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려 지난해 책방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13개였던 책방을 책방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해 41개로 늘렸고, 앞으로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책방이 많아지면서 주말에는 가족, 연인 단위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책방거리를 조성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출판)도시가 워낙 크다 보니 휑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거리 곳곳에 조명을 설치하고 조형물을 배치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도보로 파주 출판도시를 둘러보는 내방객이 틈틈이 앉아 쉴 수 있도록 벤치 등 편의시설도 늘렸다. 출판사 간판도 통일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 설치했고, 버스 정류소도 출판도시만의 특색을 살려 책 모양으로 바꿨다. 하지만 워낙 넓은 공간에 최소 비용으로 효과를 높이려다 보니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할 건가.

    “책방거리를 테마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출판)도시 전체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어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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