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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과장의 처세 X파일

작은 목표로 성취감 더 큰 도전의 출발점

내적 동기 되찾기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작은 목표로 성취감 더 큰 도전의 출발점

요즘 방 과장은 무척 괴롭다. 출근할 때마다 ‘이대로 도망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별한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정말 ‘그냥’ 힘들다. 오늘 아침엔 한 무리의 신입 사원과 인사를 나눴다. 엄청난 취업 경쟁률을 뚫고 입사해서인지, 그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한마디씩 하는 ‘각오’에선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한테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고 생각하며 또 한 번 긴 한숨을 내쉬는 방 과장. 밀린 신용카드 대금을 해결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버티는’ 자신이 답답하다. 방 과장에겐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동기 이론 전문가인 리처드 라이언 박사가 전 세계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 동기’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 결과, 한국 학생의 학업 동기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나라 학생과 달리, 한국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흥미가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식 공부라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라도 헌신하는 한국 부모에겐 충격적인 결과다. 하지만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면 더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한국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잃는 이유가 대부분 ‘부모님의 관심’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는 먼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의 동기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다. ‘받아쓰기 100점 받으면 엄마가 장난감 사준다고 했지’ 하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아이는 외적 동기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외적 동기는 자기 의지가 아닌 상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내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아이는 “왜 공부를 하니?”라고 물었을 때 “문제를 풀어내는 게 재미있어서요”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성취감과 발전을 위해 행동하도록 작용하는 것이 내적 동기다.

두 아이 중 누가 더 오래 공부에 흥미를 갖고 잘할까. 당연히 후자다. 전자의 경우 엄마의 ‘장난감’이 사라지면 더는 공부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우리나라 학생이 공부에 흥미가 점점 떨어지는 이유도 부모님과 학교에서 지나치게 외적 동기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런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방 과장이 힘들어진 이유도 내적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신용카드 대금을 해결하려고, 남들에게 ‘실업자’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출근한다. 그러니 신입 사원들의 각오가 남의 나라 얘기 같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내적 동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외적 동기의 힘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공부에 전혀 흥미 없는 아이에게 “공부하면 네가 성장할 수 있다”며 내적 동기를 강조해봤자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그보다는 “오늘 수학 문제집 10장 이상 풀면 외식하자”라고 말해 외적 동기를 자극하는 편이 낫다. 외적 동기는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외적 동기로 목표를 달성하면 격려를 해줘라. 이때 격려 메시지의 내용이 중요하다. ‘문제를 풀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다 풀고 나니 어떤 기분인지’ 같은 질문을 해 ‘외식’이라는 외적 동기를 성취감이라는 내적 동기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음번엔 아이 스스로 뿌듯한 기분을 느끼려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혹시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힘든가. 그렇다면 먼저 보상을 하나 걸고 업무에서 작은 목표를 정하라. 그다음에는 그 목표를 이뤘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좀 더 큰 업무 목표에 도전하라. 이렇게 스스로 일할 때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자기 삶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



주간동아 829호 (p40~40)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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