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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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그 자나 깨나 남자들이란

바기나

  • 입력2012-03-05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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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이그 자나 깨나 남자들이란

    ‘강간’, 마그리트, 1934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개인 소장.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자 한 마리다. 역사적으로 한 마리의 정자는 남자에게 영토를 확장하는 힘이었으며, 권력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부족 간 결혼을 통해, 아니면 권력을 쥔 여자와의 섹스를 통해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

    시대가 변해 남자가 정자를 과거처럼 영토 확장이라는 거창한 목적으로 사용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종족 보존 본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남자가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이 섹스다. 한 마리의 정자가 진정한 남자임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여자를 볼 때마다 자신의 정자를 어떻게 유포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남자는 미모의 여자를 선호한다. 미모의 여자는 남자로 하여금 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더불어 빠르게 발기시킨다. 반면 박색의 여자는 발기된 남성도 시들게 만든다. 따라서 남자에게 여자의 미모는 곧 섹스를 의미한다.

    섹스를 원하는 남자의 속마음을 그린 작품이 르네 마그리트(1908~67)의 ‘강간’이다. 청명한 하늘을 뒤로한 채 앞을 보는 여자의 얼굴이다. 풍성한 금발 아래로 두 눈이 툭 튀어나왔고, 콧구멍은 한 개며, 삼각형의 입은 금색 털로 돼 있다. 두 개의 눈은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이고, 한 개의 구멍으로 된 코는 배꼽이며, 입은 음모다. 여자의 몸이 이목구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목구비를 여자의 몸으로 대체한 것은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면서 섹스를 상상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그리트는 남자의 성적 환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려고 여자의 얼굴을 몸으로 구성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청명한 하늘과 푸른 초원은 남자의 상상 세계를 의미하며, 금발을 날리는 여자의 얼굴은 현실을 가리킨다. 여자의 성기는 남자의 상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마그리트의 장점은 이 작품에서처럼 눈에 보이는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를 병치한다는 데 있다.

    한 마리의 정자를 퍼뜨리고 싶은 남자의 거창한 본능은 사무실이나 병원, 공원, 마트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섹스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만든다. 남자는 공공장소에서 여자 옷을 벗기는 상상만으로도 영토 확장의 쾌감을 경험한다.

    공공장소에서 여자와 섹스하고 싶어 하는 남자의 속마음을 그린 작품이 멜 라모스(1935~)의 ‘여성기 조준’이다.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여자가 손을 머리 위로 들고 엉덩이를 뺀 채 서 있다. 줄무늬 원피스는 여자의 비틀린 자세를 강조하면서 몸매를 돋보이게 한다. 여자 뒤에 있는 오렌지색 사각형 배경은 줄무늬를 더 도드라지게 하면서 여체의 부드러운 굴곡을 한층 더 강조한다.

    엉덩이를 약간 빼고 서 있는 여자의 자세는 전통적인 비너스 상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지만,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현대 여성임을 드러낸다.

    줄무늬 원피스 위로 흰색 속옷을 입은 여자의 음부를 원 안에 그려넣은 것은 남자의 성적 욕망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마치 투시카메라로 치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면서 남자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또한 원 안의 속옷은 남자가 여자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섹스뿐임을 의미한다. 또한 원피스의 바탕색과 속옷 색깔을 흰색으로 통일한 것은 여자와 여자의 성기를 동일시하기 위해서다.

    미모가 빼어난 여자일수록 자신의 미모가 남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의 외모는 섹스하기 전까지만 그 가치가 유효하다. 남자는 섹스를 시작하면 오로지 여자의 음부에만 관심 있다. 여자의 얼굴은 남자의 발기에 도움을 줄 뿐 쾌락을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남자에게 여자의 음부는 쾌락의 성지다. 성지 순례를 마친 남자에게 여자의 미모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도구로 전락한다. 능력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으이그 자나 깨나 남자들이란

    (왼쪽)‘여성기 조준’, 라모스, 1966년, 캔버스에 유채, 미국 뉴욕 개인 소장. (오른쪽)‘알렉산드라의 초상’, 발로르즈, 1970년, 프랑스 개인 소장.

    남자 쾌락의 산실인 여자의 바기나를 그린 작품이 파올로 발로르즈(1931~)의 ‘알렉산드라의 초상’이다. 흰색의 찢어진 속옷 사이로 여자의 바기나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음순이 검은색 음모 사이로 솟아올랐고, 허벅지살은 붉은색을 띤다. 붉은색 허벅지는 성적 흥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흰색의 찢어진 속옷은 검은색 음모와 음순을 강조하면서 여자의 바기나가 남자에게 성스러운 것임을 나타낸다. 제목 속 ‘알렉산드라’는 여자 이름이 아니라 바기나의 이름이며, 발로르즈가 바기나를 그린 것은 바기나가 얼굴과 마찬가지로 여자마다 고유의 특징을 지녀서다. 이 사실은 카사노바만 안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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