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6

2012.02.27

역동적인 도심형 SUV ‘NO 1’엔 이유가 있다

혼다 CR-V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02-27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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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동적인 도심형 SUV ‘NO 1’엔 이유가 있다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 이후 국내에 들어온 해외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무엇일까. 정답은 2004년 처음 수입돼 국내 자동차 시장에 콤팩트 SUV 바람을 불러일으킨 혼다자동차(이하 혼다) CR-V이다.

    국내에 출시된 이래 CR-V는 2005년부터 전체 수입 자동차 가운데 4년 연속 판매순위 3위 안에 드는 등 꾸준히 사랑받아온 모델로, 지난해 말까지 1만4193대 팔렸다. 세계 시장에선 1995년 처음 출시돼 160개국에서 5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카이기도 하다.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생산과 공급이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21만8373대가 팔려 수입 SUV 가운데 유일하게 톱10에 들기도 했다.

    #가장 많이 팔린 수입 SUV

    콤팩트 SUV의 선두주자인 CR-V가 지난해 말 4세대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 길이는 30mm 짧아졌고, 높이는 5mm 높아졌으나 휠베이스와 차폭은 그대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당연한 듯 커지던 차체가 4세대에 와서 거꾸로 작아진 점이 눈에 띈다. 작고 강해지는 요즘 자동차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CR-V는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워진 전조등이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맞닿아 일체감을 준다. 측면은 이전 세대와 큰 차이는 없지만 뒤쪽으로 갈수록 차체를 부풀려 역동적인 느낌이다. 후면의 윗부분은 튀어나올 듯 볼륨을 살렸고, 언뜻 다이아몬드 모양을 연상시키던 중간 육각형 부분은 평평하게 바뀌었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4세대 CR-V를 지난해 말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했을 때 실내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너무 단순하고 투박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꼼꼼히 살펴보면 실용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혼다 특유의 철학이 엿보인다.

    비행기 조종석(cockpit)처럼 모든 기능을 운전석에 집중시켰고, 조수석은 단순하게 처리해 깔끔해 보인다. 운전자 중심의 다양한 버튼이나 계기판의 배치, 대용량 콘솔은 시승시간 내내 편안함을 안겨줬다. 계기판은 순간 연비, 평균 연비, 운행 거리, 외부 온도, 평균 속도 등 운전에 필요한 모든 차량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초고속 스포츠카를 만드는 포르쉐처럼 속도계를 계기판 중앙에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역동적인 도심형 SUV ‘NO 1’엔 이유가 있다
    #스포츠세단을 운전하는 느낌의 주행성능

    CR-V는 2354cc 직렬 4기통 i-VTEC 가솔린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190마력에 최대토크 22.6kg·m을 발휘한다. 이전 모델보다 힘이 20마력 세졌으나, 연료효율은 오히려 15%가량 향상됐다.

    CR-V 4WD EX-L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묵직하리라고 예상했던 엔진소리는 일반 세단과 큰 차이 없이 조용했다. 공회전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려고 가속페달을 밟자 민첩하게 반응했다. SUV답지 않은 핸들링이 의아했지만 “이전 모델과 비교해 40%가량 핸들 응답성을 높였다”는 혼다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자 이해가 됐다.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모델답게 움직임이 경쾌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튀어나가는 듯한 가속감은 없었지만 꾸준히 속도가 올라갔다. 변속레버를 ‘스포트(S)’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자 엔진 회전수가 증가하면서 빠르게 반응했다. 마치 스포츠세단을 운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이콘(ECON)’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역동적인 느낌이 줄어들면서 차량이 조용해졌다. 이콘 모드는 엔진 출력을 제어하고 기기의 절전을 유도해 경제적인 운전을 돕는다.

    #소음과 진동, 안전성 모두 합격점

    시승 내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소음과 진동이 적어 피로감이 덜했다는 점이다. 공기역학적 구조를 채택하고 차체 하부에 언더 커버를 추가해 공기 흐름을 좋게 만든 결과다. 특히 실내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깔고, 문에 이중 방음장치(seal)를 해 저소음을 실현했다. 승차감은 보통의 일본 자동차와 달리 단단한 편이다.

    CR-V의 또 다른 장점은 소형 SUV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안전성이다. 커브에서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핸들링을 지원해 차체를 잡아주는 VSA(Vehicle Stability Assist)를 적용했다. 또한 VSA와 협조해 미끄러운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을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게 도와주는 EPS(Electric Power Steering)도 장착했다. 이밖에 7개의 에어백과 경사로밀림방지장치를 갖췄다.

    역동적인 도심형 SUV ‘NO 1’엔 이유가 있다

    CR-V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혼다의 철학을 따랐다(왼쪽). 다른 기본기와 성능에 비해 공인연비는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11.3km/ℓ의 공인연비는 아쉬워

    CR-V의 5단 자동변속기는 2011년형 어코드 2.4ℓ 5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만들었으나, 저마찰 클러치를 쓰고 클러치의 반응을 개선해 연비를 더욱 향상시켰다. 하지만 콤팩트 SUV임을 감안할 때 공인연비 11.3km/ℓ는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경쟁 모델 대부분은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엔진을 장착하고도 공인연비를 20km/ℓ대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만약 CR-V가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공인연비를 20km/ℓ대로 높인다면 천하무적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당분간 디젤 모델은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실내가 넓어 화물을 싣고 내리기도 편하다. 2열 시트는 버튼 하나로 접을 수 있으며 바닥으로 접어 넣어 트렁크와 평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시트를 접으면 화물공간은 1053ℓ로 넓어져 자전거 4대를 실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없어 필요한 경우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3000만 원대의 매력적인 가격은 경쟁력

    CR-V는 1월에 181대 팔렸다. 2월에도 하루 평균 5~10대씩 꾸준히 나갔다. 국내 판매가격은 경쟁 자동차와 비교해 충분히 매력적이다. 2WD LX 3270만 원, 4WD EX 3470만 원, 최고급인 4WD EX-L 3670만 원이다. 차량 색상은 화이트, 실버, 블랙, 메탈, 블루 5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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